신문은 선생님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모두가 행복할 때… 비로소 '진짜 행복' 느낄 수 있어
멀고 먼 옛날, 어느 왕국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한때 이 왕국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사람들이 즐겁게 웃고 떠드는 소리로 매일 왁자지껄했지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왕국이 변했어요. 땅은 메말랐고 곡식은 시들어 버렸어요. 사람도 동물도 먹을 것이 없어 쫄쫄 굶었어요. 온 나라에 슬픔만 가득했어요. 늙고 지친 왕이 어느 날 세 공주를 불렀어요. "각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도록 해라. 내가 너희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것으로 말이야."
이 과제를 가장 잘해낸 공주를 다음 왕으로 삼으려는 것이었어요. 영리하고 자존심 강한 첫째 공주, 허영심으로 가득한 둘째 공주는 하늘까지 닿을 높은 탑을 쌓기로 했어요. 첫째 공주는 왕국에 있는 나무를 전부 가져오라고 명령했어요. 백성은 집의 지붕과 울타리와 나무 의자를 가져다 바쳐야 했어요. 둘째 공주는 왕국에 있는 쇠붙이를 전부 가져오라고 명령했어요. 백성은 밥솥과 냄비와 새장을 가져다 바쳐야 했어요. 백성은 더 불행해졌지만, 두 공주는 탑을 높이 쌓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서 이렇게 생각했어요. '탑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내가 왕국을 다스린다는 게 자랑스러워서 배가 고픈 것쯤은 신경도 안 쓸 거야.'
- ▲ 웅진주니어‘사과 씨 공주’
이쯤 되면 막내 공주가 무엇을 할지 궁금하죠? 아마 막내 공주가 셋 중에서 가장 영리하다거나, 가장 사랑스러운 딸일 거라고 짐작할 거예요. 옛이야기에서는 흔히 그러니까요. 하지만 이 이야기 속의 막내 공주는 키도 작고 특별히 똑똑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어요. 막내 공주는 자신이 너무 작게만 느껴졌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어머니가 물려준 나무상자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지요. 그러다 상자 속의 물건을 천천히 들여다보았어요.
상자 안에는 아주 조그만 사과 씨가 담긴 비단 주머니가 있었어요. 막내 공주는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아름다웠던 왕국을 떠올렸어요. 그래서 모종삽을 들고 궁궐 밖으로 나와 딱딱해진 땅을 파기 시작했어요. 아주 힘들었어요. 겨우 부슬부슬한 갈색 흙이 나왔을 때 막내 공주는 사과 씨를 땅에 살며시 심었어요.
다음 날엔 사과 씨 옆에 배 씨를 심었어요. 아침 식사 때 먹은 배에서 나온 씨앗이었어요. 셋째 날엔 오렌지 씨를, 넷째 날엔 버찌 씨를 심었어요. 다섯째 날엔 막내 공주가 하는 일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 하나가 복숭아 씨를 가지고 왔어요. 둘은 함께 씨앗을 심었어요. 막내 공주가 씨앗을 심는다는 소문은 날개를 달고 널리 퍼져 나갔어요. 여섯째 날이 되자 많은 사람이 이런저런 씨앗을 선물로 가져왔어요. 모여든 사람들은 오래전 기억을 되살려 함께 땅을 파고 물을 주고 씨앗을 뿌리고 나무를 심었어요.
약속했던 일곱째 날이 되었어요. 공주들이 한 일을 둘러보려고 나온 왕은 깜짝 놀랐어요. 아슬아슬하게 높이 쌓아올린 탑 주변으로 작은 새싹과 묘목으로 뒤덮인 푸른 언덕이 보였어요. 언덕에서는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뛰놀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슬프고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다시 따뜻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두 언니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우러러보게 하는 데 실패했어요. 오히려 자신이 사과 씨만큼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막내 공주가 놀라운 일을 해냈어요. 작은 사과 씨 하나로 슬픔에 빠져 있는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희망을 찾아 주었으니까요. 이처럼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지는 사람도 누구나 마음속에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어요. 내 마음속에도 얼마든지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씨앗이 자라고 있어요.
[부모님께]
탑 꼭대기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첫째 공주와 둘째 공주는 금세 쓸쓸해졌어요. 그래서 탑 아래로 내려와 나무 아래 앉아 있는 왕과 막내 공주와 수많은 사람에게 다가갔고, 곧 모두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탑에서 내려온 두 언니에게 막내 공주가 이번 과제를 통해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상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