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인물] 국공합작으로 중일전쟁 승리… 공산당에 패배해 대만으로

입력 : 2015.09.03 03:08

[1] 장제스

중화민국 총통과 국민당 총재를 지낸 중국의 정치가 장제스.
중화민국 총통과 국민당 총재를 지낸 중국의 정치가 장제스. /조선일보 DB
오늘(9월 3일)은 중국의 '전승절'입니다.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이 전승절을 축하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 중이라는 뉴스, 혹시 보셨나요? 전승절(戰勝節)이란 이름 그대로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에요. 중국의 전승절은 중국이 일본과 벌인 '중일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지요. 조선을 식민지로 삼고 호시탐탐 중국을 노리던 일본은 1937년 중일전쟁을 일으켰어요. 이때 중국을 이끌며 일본에 맞서 싸운 사람이 바로 장제스(1887~1975)입니다.

장제스는 중국 동남부에 자리 잡은 저장성의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하지만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유산마저 삼촌들이 가로채는 바람에 삯바느질하는 홀어머니 아래서 가난하게 자라야 했죠. 사람들은 어머니가 세금을 못 내자 어린 장제스를 대신 옥에 가두기도 했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난 장제스는 군인이 되기로 결심하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요. 그리고 1911년, 쑨원이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중화민국을 세우는 신해혁명을 일으키자 장제스는 급히 중국으로 돌아옵니다. 쑨원이 만든 국민당에 가입해 새로운 중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기 위해서였어요.

청나라를 무너뜨리는 일은 성공했지만, 새로운 중국을 세우는 일은 어려움의 연속이었어요. 지방마다 독자적인 군대를 거느린 군벌들 사이에서 때로는 목숨이 위태로워지기도 했어요. 장제스는 위기에 빠진 쑨원을 구하면서 그의 신임을 얻었어요. 그러다 쑨원이 세상을 뜨자 그 뒤를 이어 국민당을 주도하게 되었지요.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의 군대는 중국 전역을 장악해 나갔어요. 장제스는 군벌들뿐 아니라 마오쩌둥이 이끄는 공산당까지 없애고 중국을 통일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장제스의 부하였던 장쉐량이 공산당과 손을 잡고 일본에 대항할 것을 주장하며 시안 사변을 일으키자 그의 뜻에 따라 공산당과의 싸움을 멈추었답니다. 국민당과 공산당이 협력해 국공합작을 이룬 것이죠.

바로 이런 상황에서 중일전쟁이 터진 거에요. 전쟁 초기에 일본은 마치 대나무를 쪼개듯 한달음에 중국을 점령해 나갔어요. 일본이 철저히 전쟁 준비를 하는 동안 중국은 국민당과 공산당으로 갈려 내전을 벌이고 있었으니까요. 지방마다 자리 잡은 군벌들 탓에 중국은 힘을 하나로 모으기도 어려웠지요. 게다가 함께 힘을 모아 일본과 싸우기로 한 공산당은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는 데 더욱 힘을 쏟았어요. 이 모든 어려운 여건에도 장제스는 일본과의 전쟁에 최선을 다합니다. 수도를 여러 번 옮기면서도 일본의 강화 제의를 거부하고 싸움을 멈추지 않았어요. 이 과정에서 중국의 피해가 컸지만, 일본군도 점차 힘을 잃어갔죠.

1939년. 중일전쟁이 일어난 지 2년 만에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됐어요. 일본이 하와이를 공격하면서 미국과의 전쟁을 벌인 거예요. 독일, 이탈리아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것이지요. 하지만 중국의 끈질긴 항전에 발목이 잡힌 일본은 다른 지역의 전쟁에서도 힘을 못 쓰게 됩니다. 점점 불리한 상황을 맞이하던 일본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나서 무조건 항복을 하고 맙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일본을 몰아내고 나서, 중국에서는 다시 한 번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이 벌어졌거든요. 처음에는 국민당이 우세했지만, 나중에는 공산당이 역전에 성공해서 중국 본토를 차지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웁니다. 장제스와 국민당은 대만으로 이주해 중화민국을 이어갔지요. 비록 공산당에 중국 본토를 빼앗겼지만, 일본에 맞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제스의 공로는 지금까지도 중국인이 잊지 않고 있답니다.


[1분 상식] 시안 사변?

1936년 12월. 중일전쟁이 벌어지기 몇개월 전에 장제스는 전용기를 타고 시안으로 향합니다. 공산군 토벌을 독려하기 위해서였지요. 당시 이 지역에서 공산군 토벌의 임무를 맡고 있던 사람은 장쉐량이었어요. 하지만 장쉐량은 일본이 호시탐탐 중국을 노리는 상황에서 공산군과 싸우기보다는 함께 힘을 합쳐 일본과 맞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아버지이자 만주의 군벌이었던 장쭤린이 일본군에게 살해당하고 만주 땅을 빼앗겼기 때문에 더욱 그랬지요. 이런 생각을 눈치 챈 장제스가 그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려고 하자, 장쉐량은 장제스를 체포해서 감금하고는 공산당과의 내전을 멈추라고 요구합니다. 이 요구를 장제스가 받아들임으로써 국민당과 공산당의 협력이 이루어졌답니다.

구완회 작가 '재미있다! 한국사'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