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어젯밤 빵부스러기 흔적, 바퀴벌레가 찾아간다

입력 : 2015.09.01 03:07

집 안에서 병균 옮기는 바퀴벌레
스티로폼부터 비누까지 먹이 삼고 1초 25㎝씩 이동하며 생존력 강해

음식물·쓰레기 찾아다니기 때문에 깨끗이 청소하면 번식 막을 수 있어

여름철 곳곳에서 만난 해충 때문에 당황해 본 경험 누구나 있을 거예요. 그중 바퀴벌레는 정말 피하고 싶은 곤충이지요. 바퀴벌레는 하수구 구멍, 냉장고 아래, 벽장 속 등 어디서나 나타나지요. 곤충의 종류는 무척 많지만, 생각해보면 집에서 발견되는 곤충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아요. 그렇다면 대체 왜 바퀴벌레는 사람이 사는 곳에 나타나는 것이고 왜 완전히 박멸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요?

바퀴벌레는 곤충강 바퀴목에 속하는 곤충을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에요. 전 세계 4000종이 있고 한국에는 10여종이 있지요. 바퀴벌레는 해충으로 분류되고 있어요. 해충이란 사람에게 해를 주는 벌레를 의미해요. 바퀴벌레는 직접적으로 병을 일으키거나 물지는 않지만, 하수구나 쓰레기 더미 같은 지저분한 장소에서 활동하는 만큼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류 등과 같은 병해충을 몸에 묻혀 사람에게 옮길 수 있지요. 하지만 의외로 바퀴벌레는 하루 대부분을 몸 청소 하는 데 보낼 정도로 자신의 몸을 청결하게 하는 곤충이라고 해요. 그래서 깨끗한 장소에서 깨끗한 먹이를 주면 애완용으로 기를 수도 있고 식용도 가능하지요. 실제로 바퀴벌레는 훌륭한 고단백 식품이며 미래의 식량 자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고 해요.

[재미있는 과학] 어젯밤 빵부스러기 흔적, 바퀴벌레가 찾아간다
/그림=정서용
그러나 바퀴벌레는 생김새만으로도 혐오감을 주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누구나 그것을 박멸하고 싶어 하지요. 그렇다면 바퀴벌레는 언제부터 사람과 함께 살게 된 것일까요? 놀랍게도 인류가 동굴 생활을 할 때부터라고 해요. 그 이유는 바퀴 입장에서 볼 때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어요. 바퀴벌레를 포함한 곤충은 사람처럼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온도에 무척 민감해요. 겨울철 대부분의 곤충이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지요. 게다가 겨울에는 먹이도 부족하므로 사람과 살면 필요한 열을 얻고, 또 음식 찌꺼기 등 먹이를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생존 전략인 셈이지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바퀴는 날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어다니는 속도가 무척 빨라요. 바퀴는 보통 1초에 25㎝ 정도 이동할 수 있다고 해요. 그리고 바퀴는 납작한 외모 특성상 좁은 틈새를 쉽게 파고들어 도망칠 수 있어요. 즉, 눈에 띄었더라도 1~2초 머뭇거리는 순간 바퀴는 시야에서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바퀴는 대부분 수명이 1년 이상으로 긴 편이에요. 암컷 바퀴는 그 안에 150~180개의 알을 낳을 수 있는데, 이는 암컷 한 마리가 10만 마리를 번식시킨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정말 놀라운 번식 능력이지요?

성장한 암컷은 대부분 알주머니를 품고 다니는데, 살충제 등에 의해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그 즉시 알집을 떨어뜨리고 죽는다고 해요. 죽는 순간까지도 번식 활동을 하는 것이지요. 알집 하나에 바퀴벌레 20여 마리가 나오니 오히려 바퀴벌레로써는 수가 더 불어나는 셈이지요. 암컷이 살충제로 죽었으니 암컷이 품었던 알도 살충제 때문에 깨어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요? 놀랍게도 알집 표면은 강한 방어 물질로 코팅되어 있어서 살충제가 스며들지 못한다고 해요. 강한 살충제로 소독하고 나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작은 바퀴벌레들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지요. 그러니 잡으면 꼭 휴지로 짓이기고 나서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는 게 좋아요.

[재미있는 과학] 어젯밤 빵부스러기 흔적, 바퀴벌레가 찾아간다
/그림=정서용
먹이 종류가 다양한 점도 바퀴벌레의 생존력에 큰 영향을 줘요. 바퀴는 음식 찌꺼기는 물론 동물의 사체와 배설물, 심지어는 비누, 치약, 스티로폼, 합성섬유 등도 먹을 수 있다고 해요. 물만 있어도 15~20일은 생존 가능하기 때문에 바퀴벌레는 완전한 퇴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이런 강한 생존력을 가진 바퀴벌레에게도 약점은 있어요. 우선 피부가 연약해서 껍질로부터 수분이 쉽게 빠져나가요. 그래서 물 없이는 일주일 이상 버티기 어려워요. 즉, 설거지 후에는 싱크대에 남은 물기가 없도록 하고 고인 물이 없는지 살피는 것이 좋아요. 또한 온도에 민감하고 구석진 곳을 좋아하기 때문에 골판지 같은 종이박스는 바퀴벌레에게 안성맞춤인 서식처가 될 수 있어요. 바퀴벌레는 또한 모여 사는 특징이 있어요. 그래서 은신처를 알아내면 적은 양의 살충제로도 다수를 죽일 수 있지요. 바퀴벌레 퇴치 용품 중에는 바퀴벌레가 먹고 난 배설물에도 독이 남아 동료의 배설물을 먹고 연쇄적으로 죽게 만드는 미끼도 있답니다.

그런데 사실 세상의 모든 생물은 각자 자기 역할이 있어요. 해충이란 사람의 입장에서 정했을 뿐이지요. 바퀴벌레도 생태계의 일부로 자연계의 분해자, 즉 청소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무엇이든 먹을 수 있는 식성으로 쓰레기, 찌꺼기, 죽은 나무와 동물의 사체를 땅으로 환원시키는 것이지요. 이런 점을 생각하면 다양한 쓰레기를 배출하는 사람이 사는 곳에는 바퀴벌레가 꼭 필요한 존재일 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바퀴와 이별하는 가장 큰 방법은 버리는 음식을 최소화하고 청결을 생활화하는 게 아닐까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동물의 한살이', 5학년 1학기 '작은 생물의 세계'

파리, 모기, 잠자리, 매미 등의 곤충은 알에서 유충이 나오고 나서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이 돼요. 그렇다면 바퀴벌레도 번데기 과정을 거칠까요?

풀이: 바퀴벌레는 알에서 나온 유충(자충)이 번데기 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성장하여 성충이 되는 '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이에요. 반면 알, 유충, 번데기, 성충의 4단계를 거치는 곤충은 '완전변태'를 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의 유충(자충)은 성충의 모습과 매우 비슷해요.

조영선 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