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달빛 아래 박꽃, 어쩌다 '기다림' 꽃말 붙었을까
여러분은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견우는 하늘나라의 목동이고 직녀는 베를 짜는 여인이었어요. 부지런하고 착한 견우를 기특하게 여긴 옥황상제는 견우를 마음씨 좋은 직녀와 맺어 주었지요. 그런데 견우와 직녀가 너무 사이가 좋은 나머지 각자 맡은 일을 게을리하게 된 거예요.
견우와 직녀가 하늘나라에서 일을 하지 않아서 지상 세계에는 가뭄이 들고 흉년이 계속되어 사람들이 고통받게 되었어요. 화가 난 옥황상제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견우와 직녀를 떼어 놓기로 결정했지요. 서로 그리워하며 눈물만 흘리는 두 사람을 보고 까마귀와 까치들이 스스로 다리가 되기 위해 모였어요. 일 년에 한 번 음력 7월 7일에 까마귀와 까치가 만든 다리를 건너 두 사람이 잠시 만날 수 있었는데 그날이 바로 칠월칠석이랍니다.
- ▲ 웅진주니어‘바가지 꽃’
올해는 8월 20일이 음력 7월 7일인 칠석(七夕)이었어요. 견우와 직녀가 서로 그리워하며 칠월칠석을 기다린 것처럼 '기다림'이라는 의미를 지닌 꽃이 있어요. 바로 박꽃이에요. 여러분, 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나요? 박은 호리병 모양도 있고 둥근 모양도 있어요.
예전엔 초가지붕 위에서 자라기도 했어요. 제비가 흥부에게 물어다 준 씨앗이 자라서 열린 게 무엇이었죠? 바로 박이에요. 마음씨 착한 흥부가 가족들과 박을 갈랐더니 보물이 가득 들어 있었죠. 사실 흥부가 박을 갈랐던 이유는 가족들과 나눠 먹기 위해서였어요. 실제로 다 자란 박은 안을 긁어 먹고 겉은 말려서 그릇으로 사용했어요. 지금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바가지를 예전엔 박을 갈라서 만들었거든요. 바가지라는 이름도 박을 갈라서 만든 그릇이란 뜻이에요.
누가 여러분에게 '바가지처럼 생겼다'고 말하면 어떨까요? 기분이 나쁠 것 같아요. 하지만 바가지 꽃을 닮았다는 말은 어떨까요? 바가지 꽃은 박꽃을 부르는 사투리 말이에요. 박꽃을 닮았다고 한다면?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아요. 박꽃은 무척 예쁘거든요. 장미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흰색에 소박하고 차분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꽃이랍니다. 게다가 박꽃은 드물게도 밤에 피는 꽃이에요. 우리가 아는 꽃들은 대부분 햇빛이 밝게 비치는 낮에 피고 해가 지면 지잖아요? 하지만 박꽃은 해 질 녘 피어난답니다.
박꽃은 왜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갖게 된 걸까요? 밤에만 피는 박꽃은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거든요. 우리도 보름달이 뜨면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곤 하는데요. 옛날에도 마찬가지였어요. 간절한 소원이나 누군가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달을 보며 빌었거든요. 그래서 달빛 아래 하얗게 핀 박꽃에 '기다림'이라는 꽃말이 붙은 거예요. 재미있게도, 박꽃이 피는 시기인 6월에서 8월 사이에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이 끼어 있어요. 아마도 1년 만에 직녀를 만난 견우는 흰색의 소박한 박꽃을 직녀의 머리에 꽂아주지 않았을까요?
칠석에는 오래전부터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았다고 해요. 아마도 1년 만에 만난 두 사람이 반가워서 흘린 눈물이겠지요? 때로는 칠월칠석 다음 날 비가 내리기도 했는데 그건 두 사람이 다시 헤어져야 하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래요. 만약 여러분도 친한 친구를 1년에 한 번만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칠석날 비가 내렸고 다음 날에도 비가 내렸어요. 견우와 직녀는 다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반짝이는 별이 되어 하늘에 떠 있을 거예요. 오늘 밤 구름이 많지 않다면 밤하늘을 오래도록 올려다보세요. 칠석 이후 다시 헤어진 견우성과 직녀성이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부모님께]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여름밤 천문현상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아이와 견우별과 직녀별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실제로 견우성과 직녀성, 데네브(백조자리)가 만드는 여름밤 대삼각형은 여름 밤하늘에서 비교적 쉽게 관측할 수 있는 별이랍니다. 불빛이 많은 도시에서는 어려울 수 있지만 휴양림이나 교외에 나갈 기회가 되면 아이랑 함께 찾아보시길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