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그림으로 보는 자연] 초록 빛깔 여름 열매… "통통통" 맑은 소리 나는 게 속이 꽉 찬 거야

입력 : 2015.08.27 03:08

내일은 보름달이 환히 뜨는 음력 7월 15일이야. 백중이라는 명절이지. 백종(百種)이라고도 하는데, '백 가지 씨앗(종자)의 날'이란 뜻이야.

이 무렵 채소나 과일이 먹을 게 많으니 붙은 이름이지. 여름내 먹던 과일이나 채소들은 끝물이지만 아직 남았고, 가을 문턱에 막 들어서 수확하기 시작한 과일, 채소, 곡식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말이야.

올여름 가장 맛나게 먹은 과일이나 채소가 있을 거야. 새콤달콤 자두, 아삭아삭 참외, 말랑말랑 복숭아, 쫀득쫀득 옥수수가 기억나는 친구도 있을 테고, 푸릇푸릇 쌈 채소들 덕분에 밥상에서 입맛 돌았던 사람도 있겠지? 그 가운데 여름 대표 먹을거리로, 수박을 빼놓을 순 없을 거야.

수박 일러스트
그림=이재은(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채소')
수박은 우리나라에선 흔해. 커다란 크기나 삐뚤빼뚤 검은 줄도 다른 과일이나 채소랑 눈에 띄게 달라. 수박을 고를 땐 껍질 색깔을 잘 봐야 해. 초록빛도 진하고 검은 선도 선명한 게 좋지. 단단한 껍질을 두드려, 둔탁한 소리가 나는 것보단 통통통 맑은 소리가 나는 게 좋아. 오래되어 꼭지가 마른 것보단 싱싱한 걸 골라야지.

수박을 잘 골라 쪼개면, 속이 빨갛게 꽉 차고 통통한 깜장 씨앗이 쏙쏙 박혀 있어. 요즘엔 씨 없는 수박도 나오지만, 보통 수박에는 500~1000개 정도의 씨앗이 박혀 있어. 빨간 수박 속살은 아삭아삭하고 물이 아주 많아. 빨간 속살과 껍질 사이의 하얀 부분을 무쳐 시원한 여름 반찬으로 만들어 먹기도 해. 또 요 부분은 소가 아주 좋아하는 여름 별미이기도 해.

수박은 '박 속에 담은 물'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90% 이상이 물이야. 여름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계절에 먹기 딱 좋지. 특히 차게 뒀다가 먹으면 달콤한 과즙이 더위와 갈증을 싹 씻어 주지. 단순히 온도 때문만은 아니야.

수박은 우리 몸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고, 오줌을 잘 나오게 하기 때문에 그래. 수박에는 몸에 좋은 각종 미네랄과 영양소가 들어 있고, 수박의 달콤함은 피로를 씻어 줘. 빨간 열매살 말고 하얀 부분과 씨에도 영양소가 들어 있어.

그러니 남기지 말고 아낌없이 먹어보는 건 어떨까? 수박씨도 꼭꼭 씹어서 말이야. 수박은 칼로 썰어 그대로 먹거나, 주스로 갈아 마시기도 하고, 먹기 좋게 썰어 화채를 만들어 먹기도 해.

수박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프리카가 고향이야. 더운 나라에서 온 만큼 뜨거운 햇볕을 좋아해.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사람들이 키워 먹다가 500년 전쯤부터 각 지역으로 퍼졌어. 우리나라엔 고려 말에 전해졌다고 해.

16세기 조선시대 '연산군일기'에는 수박 재배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어. 수박은 줄기가 길게 나와 땅 위를 기면서 자라는 덩굴식물이야. 줄기가 7m까지 자라. 4월 중순쯤 씨를 뿌리고,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날마다 물을 줘. 5~6월에 노란 꽃이 피는데 호박꽃, 박꽃처럼 꽃잎이 한 장으로 되어 있는 통꽃이야.

수박을 키울 때는 꽃을 듬성듬성 따 줘야 해. 모든 꽃에서 열매가 맺히면 영양분을 나눠 써야 하니까, 크고 맛있는 수박을 얻기 어려워. 꽃이 지고 한 달에서 한 달 반쯤이면 수박이 다 자라.



박윤선·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