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지구 반대편 굶주리는 아이들…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나요
[81] 장 지글러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지구 한쪽의 식량 남는 것과 달리 다른 쪽 기아 발생 대해 의문 품어
개인적 이유보다 사회구조 문제로 불공평하게 식량 분배된다고 지적
타인 고통에 관심 갖는 노력 강조해
가난한 사람들은 왜 가난할까요? 가난은 게으르거나, 건강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일까요?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라는 말처럼 정말로 아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일까요? 인류의 숙제였던 '가난'과 '기아' 같은 문제는 왜 사라지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이 구호물품을 보내고, 굶주리는 아동을 후원하고, 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세계의 기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은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해요. 장 지글러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으로 아들인 카림과 대화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구성했어요. 카림은 지구 한쪽에선 음식 쓰레기가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선 굶주리는 사람이 생기는 것에 의문을 가져요. 이에 대해 작가는 식량이 불공평하게 분배되기 때문이라고 답해요.
"굶주림은 비극적인 방식으로 더 심해지고 있어. 현재로서는 문제의 핵심이 사회구조에 있단다. 식량 자체는 풍부하게 있는데도,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확보할 경제적 수단이 없어. 그런 식으로 식량이 불공평하게 분배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매년 수백만의 인구가 굶어 죽고 있는 거야."
- ▲ 그림=이병익
1984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평가에 따르면, 당시 농업 생산력으로 120억의 인구가 먹을 수 있었다고 해요. 최소한 30년 전부터 식량이 제대로 분배되었다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굶지 않을 수 있었단 말이지요. 하지만 식량을 제대로 분배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복합적인 문제들이 겹쳐서 식량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는 기아의 원인을 두 가지로 보고 있어요. 첫째, '경제적 기아'는 돌발적이고 일시적인 경제 위기로 발생하는 기아로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우연한 상황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요. 둘째, '구조적 기아'는 장기간에 걸쳐 식량 공급이 지체되는 경우를 말해요. 외부의 불가항력적인 사건으로 기아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구조로 오랜 시간 쌓여온 필연적인 결과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기아는 우연이나 개인의 잘못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에도 원인이 있다는 것입니다. 불안한 사회제도, 사회기반 시설의 미정비, 독재 정부의 횡포나 정치 부패 등 사회의 다양한 요소가 사람을 가난으로 내몰 수도 있지요. 따라서 가난이나 기아를 질병이나 무능력, 게으름 등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야기
"서구의 부자 나라 사람들을 사로잡는 신화가 있어. 그것은 바로 자연도태설이지. 이것은 정말 가혹한 신화가 아닐 수 없어. 이성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은 인류의 6분의 1이 기아에 희생당하는 것을 너무도 안타까워해. 하지만 일부의 적지 않은 사람들은 이런 불행에 장점도 있다고 믿고 있단다. 그러니까 점점 높아지는 지구의 인구밀도를 기근이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고 보는 거야."
기근이 지구에 적절한 인구를 조절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처음 공론화시킨 것은 18세기 말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입니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세계 인구가 급격히 성장하여 25년마다 두 배가 되지만 식량의 증가 속도가 이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인류 전체의 파국을 막기 위해 인구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생활보조금 지원은 중단되어야 하고, 질병과 배고픔은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해도 이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고 했지요. 이 책은 산업화 초기의 경제학자들과 정치인, 기업인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인 스위스의 사회학자 장 지글러. /Corbis/토픽이미지
그런데 맬서스의 예상과는 달리, 현대에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파국 대신 과잉 식량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과잉 공급에 따른 식량의 가격은 낮아졌고,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정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야 했어요. 결국 부유한 나라들은 식량을 대량으로 폐기 처분하고, 법적으로 농산물의 생산량을 제한할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세계의 절반은 오늘도 굶주리고 있고요.
작가는 이러한 사회문제의 해결법으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굶는 아이를 안타까워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알게 된 사실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또한,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해야겠지요. 꼭 어렵고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니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회문제가 있나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