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첫 바깥심부름, 조금 실수해도 괜찮아!

입력 : 2015.08.20 03:08

갓난아기들은 참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어요. 제일 잘하는 것이라곤 '칭얼칭얼', '응애응애' 우는 것뿐이지요. 그러다 어린이가 되면 스스로 밥도 먹을 수 있고, 스스로 옷도 잘 갈아입을 수 있어요. 또 세수도 혼자 할 줄 알고, 책도 혼자 읽을 수 있지요. 그런데 이렇게 의젓하고 멋진 어린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혼자 하기 어려운 것이 조금은 남아 있어요. 특히 혼자 바깥심부름 다녀오는 일은 두렵기만 하지요. 그럼 오늘은 꼬마 돼지 '포동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포동이의 첫 바깥심부름을 함께 따라가 볼까요?

어느 날 포동이네 엄마가 가족들에게 케이크 좀 사다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모두 지금은 나갈 수가 없다고 했지요. 그러자 포동이는 "내가 갈게요!"라고 씩씩하게 외쳤어요.

웅진주니어 ‘심부름 다녀왔습니다’ 책 속 일러스트
웅진주니어 ‘심부름 다녀왔습니다’

엄마는 잠시 망설였어요. 아직 포동이가 혼자서 바깥심부름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곧 포동이에게 '체리 크림 케이크 큰 것과 롤빵 스물다섯개'를 사다 달라고 부탁하셨지요. 광장을 가로질러서, 공원을 지나서, 다리를 건너서, 모퉁이를 돌아서 드디어 포동이가 빵집에 도착했어요. 그리고는 큰 소리로 "째리 크림 '쩨이크' 큰 거랑 롤빵 스물다섯개 주세요!"라고 말했지요. 모두 포동이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지만, 포동이는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반짝거렸어요. "크림 케이크니까 똑바로 잘 들고 가렴!" 빵집 아줌마는 케이크 상자를 주시며 당부하셨어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포동이는 케이크 상자를 잘 들고 가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비뚤어지지 않게 '똑바로' 들고 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지요. 특히 비탈길에서는 어떻게 들어야 케이크를 똑바로 들고 걸을 수 있을지 무척 헷갈렸어요. 조심조심 언덕을 다 내려와서 광장에 다다르자 수레를 끌고 나온 친구를 만났어요. 둘은 수레에 케이크 상자를 똑바로 싣고는 신나게 달리기를 했어요. 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문득 케이크가 궁금해진 포동이는 조심스레 상자 뚜껑을 열어보았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케이크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지 뭐예요! 엄마의 심부름을 멋지게 해내고 싶었던 포동이는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울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포동이는 일단 뭉개진 크림을 싹싹 핥아먹고 체리들을 하나씩 제자리에 옮겨 놓았어요. 그리고는 상자를 말끔하게 끈으로 묶고, 씩씩하게 집으로 향했지요. 집에 도착한 포동이는 의젓한 모습으로 빵과 케이크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지요.

포동이 엄마는 "어쩌면! 아주 잘했다. 우리 포동이가 이제 다 컸구나!"라며 큰 칭찬을 해주셨어요. 가족들도 모두 엄지손가락을 세워주었고요. 포동이는 자기가 훌쩍 큰 것만 같아서 무척이나 자랑스러웠답니다. 크림이 묻은 포동이의 코도 반짝반짝 빛났지요.

첫 바깥심부름을 할 때에는 누구나 떨리고 긴장돼요. 게다가 아무래도 서툴다 보니 포동이처럼 이런저런 실수를 할 수도 있답니다. 하지만 처음인데 실수 좀 하면 어때요? 실수를 고치면서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더구나 내 작은 심부름으로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뿌듯하고 기쁜 일이지요.

여러분도 용기를 내어 첫 바깥심부름을 다녀와 보는 것은 어떨까요? 아무것도 못하던 작은 아기가 이렇게 커서 바깥심부름을 멋지게 해낸다면! 그 기특한 모습에 아마 부모님도 흐뭇하게 웃어주실 거예요.

[부모님께]

심부름은 허드렛일이 아니라 책임감, 집중력, 판단력, 과제 해결 능력을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육 활동이에요. 특히 바깥심부름은 사회성 발달, 자립심 함양에도 무척 유익하지요. 그러므로 집안에서부터 차근차근 심부름 교육을 해주세요. 첫 바깥심부름을 나갈 때에는 ‘해야 할 것’과 ‘하는 방법’만 알려주고 엄마가 몰래 뒤따라 나서는 것이 좋아요. ‘지켜야 할 것’ ‘조심해야 할 것’을 너무 강조하면 아이가 자칫 두려워할 수 있기 때문이죠.

방민희·서울 관악초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