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교과서 여행] 백제의 단아한 멋 품은, 우리나라 최초 '인공 연못'

입력 : 2015.08.19 03:07

[125] 부여 궁남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연못은 어딜까요? 바로 충남 부여에 있는 궁남지랍니다. 지난 7월 유네스코는 부여의 유적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어요. 부여는 제26대 성왕 16년에 웅진(충남 공주)에서 옮겨온 이래 제31대 의자왕 20년 신라에 점령되기까지 마지막 수도였던 곳으로서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던 곳이랍니다.

궁남지는 비록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곳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만든 인공 연못으로서 신라시대 때 만들어진 경주 안압지를 비롯해 이후 우리나라 정원 문화에 영향을 미친 곳이거든요. 또 '일본서기'에는 궁남지의 조경 기술이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 조경 문화의 시초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안압지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연못으로 꼽히는 궁남지. 궁남지에 핀 연꽃의 한 종류인 가시연 사진
안압지와 함께 우리나라 대표 연못으로 꼽히는 궁남지. 궁남지에 핀 연꽃의 한 종류인 가시연. /임후남 제공

궁남지가 만들어진 것은 무왕 35년이에요. 이렇듯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삼국사기'에 그 기록이 나와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역사서 삼국사기에 따르면 '삼월 연못을 궁궐 남쪽에 파고, 물을 20여 리로부터 끌어들이고 연못 사방에 버들을 심고 물 가운데 방장선산을 모방하여 섬을 만들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답니다. 방장선산이란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산다는 곳이에요.

'삼국사기'에는 무왕이 궁남지에서 배를 띄우고 놀았다는 기록도 있어요. 연못이 얼마나 크면 배를 타고 놀 정도였을까 궁금해지죠? 지금의 궁남지는 1만3000평 규모예요. 그런데 이렇게 정비하기 전 이곳은 수만 평이 넘는 늪지대였다고 해요.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은 1965년부터 1967년까지 있었던 정비 사업을 통해서였어요.

1990년대 들어 여러 차례에 걸쳐 궁남지 발굴 조사를 했어요. 그 결과 주변에서 집수장 시설물, 수로 시설, 건물 터 등이 발견되고, 다양한 생활용구도 출토되었답니다. 지금도 궁남지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 중이에요.

궁남지란 이름은 '궁의 남쪽에 있는 연못'이란 뜻이에요. 학자들은 단순히 왕이 풍류를 즐기기 위한 곳일 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농업을 위한 관개수로 역할을 하면서 전쟁이 나면 성을 지키기 위한 곳이었을 것으로 추측해요. 궁남지는 최근 연꽃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 되었어요. 해마다 여름이면 이곳에서 연꽃축제가 열리는데 특히 올해는 부여의 유적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직후여서 100만 인파가 몰릴 정도로 대성황을 이루었답니다.

백제 시대 때도 이곳에 연이 심어졌는지는 알 수 없어요. 그러나 궁남지 주변 늪지에 맨 처음 연을 심은 사람이 있어요. 지금은 퇴직한 충남 부여군 고도문화사업소 이계영 팀장이랍니다. 그가 2001년 6월 홍수련 300촉을 심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궁남지를 연꽃 세상으로 만든 것이거든요.

현재 궁남지에는 11만6000여평의 연밭이 펼쳐져 있어요. 지금 이곳에서 피는 연꽃은 무려 1000만 송이. 홍련과 백련을 비롯해 황금련, 수련 등 50여종에 달해요. 19세기 초 영국의 식물학자가 발견한 다음 빅토리아 여왕을 기념해 학명을 만든 것으로 일명 '여왕꽃'이라 불리는 빅토리아연꽃도 이곳에 있어요. 빅토리아연꽃은 1년 중 2박 3일만 핀다는데, 꽃이 피는 8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그 꽃을 보러 일부러 찾는 사람도 적잖답니다. 넓은 연못에 덩그러니 떠 있는 작은 섬과 포룡정의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을 통해 백제 문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궁남지. 크고 작은 연못들 사이 두렁길을 따라 거닐면서 저마다 다른 연과 연꽃, 연밥, 연잎 등을 관찰하다 보면 또 다른 여행의 맛을 즐길 수 있답니다. 

[1분 상식] 무왕은 누구인가요?

궁남지에는 무왕의 전설도 전해지고 있어요. 궁남지 주변에 혼자 사는 여인이 용의 정기를 받아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무왕이라는 것이죠. 궁남지에 있는 정자 포룡정은 용을 품었다는 뜻이 있어요. 무왕은 백제의 30대 왕으로서 그의 아들이 백제의 마지막 왕 의자왕입니다. 무왕은 41여년간 왕위에 있으면서 왕권 강화 정책으로 정치를 안정시키고 신라를 침입해 영토를 확장하는 등 백제 부흥의 많은 업적을 남겼어요. 그러나 말년에는 궁남지를 비롯해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잔치를 벌이는 등 백제가 멸망하는 원인을 만들기도 했다고 해요. ‘서동요’의 주인공으로도 알려졌어요. 궁남지 주변이 서동공원으로 불리는 이유랍니다.

임후남·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