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눈 감고 자연을 느껴봐… 마음이 편안해질 거야"

입력 : 2015.08.19 03:07

[80]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비밀의 화원'

전염병으로 부모 잃게 된 소녀 메리
영국 귀족 고모부 댁 비밀의 정원서 여러 꽃 심고 가꾸며 활기 되찾아
자신 삶 비관해 밤마다 울던 콜린도 그녀와 자연 가까이하며 건강해져요

‘소공자’ ‘소공녀’ ‘비밀의 화원’ 등의 작품을 남긴 미국의 여류 소설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사진
‘소공자’ ‘소공녀’ ‘비밀의 화원’ 등의 작품을 남긴 미국의 여류 소설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위키피디아

풍경화처럼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나라가 있어요. 바로 영국이에요. 영국의 정원은 역사가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귀족들의 정원 양식인 화려한 정원에서부터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서민적인 정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과 모양이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영국 사람들은 정원을 가꾸는 것이 단순한 취미가 아닌 하나의 문화이며 삶의 일부라고 해요.

오늘은 이렇게 아름다운 영국의 정원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소개하려고 해요. '소공자'와 '소공녀'로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영국의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비밀의 화원'이에요. 이 소설은 1910년부터 1911년까지 잡지에 실렸던 소설인데, 버넷이 살아 있을 때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후에 좋은 평가를 받게 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버릇없고 고집이 센 메리는 병치레를 많이 하여 허약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인도에 콜레라가 퍼져 부모님이 모두 세상을 떠나자 영국 요크셔의 귀족인 고모부 크레이븐 댁으로 가게 되었어요. 그곳은 100여개의 방과 멋진 그림, 고가구, 크고 작은 정원이 있는 대저택이었지만 대부분의 방은 굳게 닫혀 있었고 가끔 울음소리가 들리는 신비스러운 집이었지요. 낯선 지역, 낯선 사람들 속에서 너무도 외로웠던 메리는 밖으로 나와 정원에서 흙을 만지며 사람들과 친해졌고 영국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어요.

"쪼그만 아가씨가 일은 참으로 많이 했네요."

"점점 살도 찌고 있고 힘도 세지고 있어. 항상 피곤했었는데 말이야. 이제는 땅을 팔 때 하나도 피곤하지가 않아. 아래에 있던 흙이 올라올 때 그 냄새를 맡는 게 좋아."


메리는 크레이븐 저택에서 비밀스러운 정원을 하나 발견합니다. 장미꽃을 좋아하던 크레이븐씨의 아내가 아끼던 정원이었는데, 그녀가 그곳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자 10년 동안 방치되었던 곳이었지요. 메리는 이 정원에 여러 꽃을 심으며 아름답게 가꾸었어요. 그러다 밤마다 저택을 가득 채우던 울음소리의 주인공을 만났어요. 그 주인공은 크레이븐씨의 아들 콜린으로 스스로 죽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인들에게 신경질만 부리던 아이였지요. 메리는 심술궂고 고집불통인 콜린의 모습이 예전의 자신 모습과 너무도 닮아 안타까워하며 자신처럼 건강해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게 바로 신선한 공기야 똑바로 누워서 숨을 깊이 들이마셔 봐. 핏줄 속에서도 신선한 공기가 느껴지고 그 덕에 몸이 튼튼해져서 영원히, 영원히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대. 신선한 공기를 계속, 계속 들이마셔 봐."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커튼이 쳐진 방 안에 온종일 누워만 있는 콜린은 근육이 약해 휠체어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웠어요. 하지만 정원의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햇볕은 콜린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자양분이 되었지요. 전보다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배고픔도 자주 느꼈고 덕분에 음식을 맛있게 먹게 되자 메리와 콜린은 나날이 튼튼해졌어요. 크레이븐씨는 이런 아이들의 변화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아요.



#이야기

컬러세러피(color therapy)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컬러세러피는 색의 에너지와 성질을 심리 치료와 의학에 활용하는 정신적인 요법이에요. 예를 들어 빨간색은 삶의 의욕과 활기를 불어넣는 색, 노란색은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도록 하는 색, 그리고 녹색은 기운을 북돋아주고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색이라고 해요. 파란색이나 녹색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혈압과 맥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어 평안한 상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울창한 산이나 숲에 가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해요.

'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콜린은 스스로 일찍 죽을 것이며 어른이 된다 해도 곱사등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죽은 줄로만 알았던 장미가 강인한 생명력으로 살아나는 모습과 씨앗이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면서 콜린은 자신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햇빛과 맑은 공기뿐만 아니라 정원의 나무와 예쁜 꽃은 콜린의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었고, 이러한 생각의 변화는 신경질적인 콜린을 건강하게 바꾸었지요.

메리와 콜린은 자연 속에서 변화하고 건강을 되찾았어요. 하지만 요즘처럼 자동차와 고층 건물로 가득 찬 도심 속에서 자연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그래서 사람들은 공원과 정원을 만들어 심신이 지친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마음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지요. 공원과 정원이야말로 문명 속에 자연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여러분도 마음이 답답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가까운 공원에 가거나 집 안에서 식물을 가꾸어 보세요. 식물을 가까이에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 주변에 ‘비밀의 화원’에 등장하는 심술궂고 신경질적인 콜린과 같은 친구가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 다가갈 것이고, 어떻게 친해질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박주영·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