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사람이 괴물을 타고 하늘을 난대!"

사람들은 '괴물'을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모여들었어요. 거기에는 열일곱 살 소녀 권기옥도 있었어요. 잠시 후 하늘에 비행기 한 대가 나타나더니 이 산 위로 쑥, 저 하늘로 쌩 솟구치며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했어요.

권기옥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 멋져서 두 발을 동동 굴렀어요. 하늘을 나는 저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두 날개가 정말 자유로워 보였어요. 권기옥은 그때까지 소가 끄는 달구지 말고는 타 본 것이 없었어요. 자동차라는 건 있다는 말만 들었지, 직접 본 적도 없었고요. 비행기가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자, 권기옥의 가슴도 두근두근 뛰었어요.

하지만 권기옥이 비행사가 되고 싶다고 하자 사람들은 비웃었어요. 남자도 아니고 여자가 어떻게 비행사가 될 수 있겠느냐고 했죠. 그때에는 남자보다 여자의 능력을 하찮게 여겼거든요. 게다가 일본이 제멋대로 조선에 쳐들어와서, 조선인을 힘으로 억누르고 있었어요. 조선인 여자들은 남자들이 무시해도, 일본인이 못살게 굴어도 꾹 참는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권기옥은 달랐어요.

곧 3·1 운동이 벌어졌어요. 권기옥은 일본인 선생님의 눈을 피해 몰래 태극기를 만들고, 애국가 가사를 종이에 찍어 냈어요. 그러고는 그것들을 보자기에 싸서 잘 숨겨 두었다가 치마 속에 감추어 교실로 옮겼어요. "대한 독립 만세!" 누군가 먼저 만세를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권기옥은 보자기를 풀어서 친구들에게 태극기를 나누어 주고 함께 거리로 나가 만세를 불렀어요. 일본 경찰은 총을 쏘며 태극기를 든 조선인들을 잡아갔어요. 권기옥도 잡혀가서 3주 동안 감옥에 갇혔어요.

감옥에서 나오고도 독립운동을 계속했어요. 그러다 일본인 경찰에게 또 붙잡혀 심한 고문을 받았어요. 밧줄에 묶여 거꾸로 매달리고, 깜깜한 감옥에서 며칠씩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요. 겨우 풀려난 권기옥은 멸치잡이 배에 숨어 독립운동가들이 모여 있는 중국으로 떠났어요.

배 안에서 권기옥은 만세만 외쳐서는 나라를 되찾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일본과 싸우려면 우리나라에도 힘센 군대와 무기가 필요할 것 같았어요. 권기옥은 비행기에 폭탄을 싣고 날아가서 일본과 싸우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러자면 어릴 때 꿈꾸었던 것처럼 비행사가 되어야 했어요.

권기옥은 중국 비행 학교를 찾아갔어요. 거기에도 여자를 깔보는 사람들이 있어서 여학생을 받아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머나먼 거리를 걸어 비행 학교를 찾아 헤맨 끝에 간신히 입학한 권기옥은 고된 훈련을 받았어요. 남자들과 똑같이 운동장에서 구르고 뛰면서 체력을 키우고, 고장 난 비행기를 수리했지요. 처음에는 손아귀 힘이 모자라서 나사 하나도 못 조였는데 나중에는 망치질도 척척 해냈어요.

5년 뒤, 권기옥은 드디어 훈련을 모두 통과했어요. 권기옥이 혼자 조종하는 비행기가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어요. 우리나라의 첫 여성 비행사가 된 것이에요. 권기옥은 날마다 하늘을 날고 싶었어요. 어서 저 하늘을 날아가 일본으로부터 조선을 되찾고 싶었어요.

그로부터 20년이나 지난 뒤에야 권기옥의 소원은 이루어졌어요. 1945년 일본이 마침내 조선을 떠나기로 한 것이에요.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나와 만세를 불렀어요.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나라를 되찾은 것을 기뻐했답니다.

며칠 뒤면 광복절이 돌아와요. 그때 독립을 하지 못했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평화롭게 살 수 없었을 거예요. 나라를 되찾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오랫동안 열심히 싸운 권기옥과 같은 소중한 선조의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요.


[부모님께]

처음으로 혼자 하늘에 날아오르는 데 성공하고 나서, 권기옥은 기념사진과 함께 조선의 독립을 위해 힘쓰겠다는 다짐을 적은 편지를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에게 보냈다고 해요. 편지에는 어떤 글이 적혀 있었을까요? 편지 내용을 상상해 적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