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그림으로 보는 자연] "소쩍 소쩍" 울음소리, 구슬프게 들려도 그해 풍년 기대하게 해요

입력 : 2015.08.13 03:07
여름밤은 온갖 소리로 가득 차 있어. 각종 풀벌레 소리, 개구리 합창 소리, 시끄러운 매미 울음소리, 때로는 시원한 장맛비 소리… 시골 뒷산에서 '소쩍 소쩍' 소쩍새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어. 어린 새끼와 둥지를 지키거나 먹이를 찾느라 우는 소리지. 옛 사람들은 이 소리를 '솥 적(다) 솥 적(다)'라고 운다고 여겨 그해는 풍년이 들 거라고 기대했어. '솥이 작으니 큰 솥을 준비하라'는 뜻으로 좋게 생각했지.

'소쩍새'란 이름은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어도 이 새를 직접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거야. 소쩍새가 밤에 운다는 건,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깨어 있다는 뜻이겠지? 소쩍새는 산에 살면서 밤에 사냥하러 다니는 야행성 동물이거든. 대신 낮에는 산속 나뭇가지에서 잠을 자.

여름 철새
/그림=김재환(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새')
우리나라에 사는 올빼미류는 텃새, 여름 철새, 겨울 철새 등 모두 10여종이 된대. 그러니 사계절 어느 때나 올빼미류를 볼 수 있는 셈이지. 소쩍새는 올빼밋과 가운데 가장 작은 새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20㎝쯤 돼. 같은 올빼밋과에서 크기를 비교해 보면, 소쩍새보다 올빼미가 서너 배는 더 크고, 올빼미보다 수리부엉이가 두세 배 더 커.

소쩍새는 4월 중순쯤 우리나라에 와서 새끼를 낳고 기르다가 10월쯤 다시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서 겨울을 보내. 사실 소쩍새가 우리나라에 막 도착하는 봄쯤에 소쩍새 울음소리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어. 소쩍새들이 일정 간격을 두고 앉아,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쉬지 않고 울어대거든. 이때 우는 건 짝을 찾으려는 수컷뿐이야. 짝을 이룬 소쩍새들은 나무 구멍에 둥지를 틀어. 5월 초에서 6월 중순쯤 알을 네다섯 개씩 낳아. 어미가 25일쯤 품으면 알이 깨어나. 그럼 이십여 일 동안 새끼를 부지런히 먹여 키워. 곤충이나 거미, 들쥐나 작은 새를 잡아먹지. 어른 소쩍새는 나무와 닮은 잿빛이나 갈색 빛깔이지만, 새끼는 보송보송 흰 솜털로 덮여 있어. 소쩍새들은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털갈이하고 새 깃털로 단장한 채 우리나라를 떠나.

소쩍새는 부엉이랑 닮았어. 머리 양쪽에 뾰족한 귀처럼 귀깃이 있지. 하지만 덩치는 훨씬 작아. 눈에는 노란 테가 있고, 입속이 핏빛처럼 붉어. 그래서 입을 벌려 우는 모양이 마치 피를 토하고 우는 것처럼 구슬프게 보였나 봐. 옛 사람들은 이 새가 피를 토하고 죽을 때까지 운다고 믿기도 했어. 옛 시에 '소쩍새'를 '비운의 대상'으로 그린 이유를 알겠지?

사실 소쩍새의 이름이 생긴 데에는 슬픈 이야기가 있어. 옛날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소화라는 소녀가 있었대. 소화의 부모님은 밥이라도 굶지 말라고 부잣집에 시집을 보냈어. 시어머니는 소화에게 밥을 두 번 하면 찬밥이 생겨 낭비되니 밥을 꼭 한 번만 하라고 했어. 소화는 당부대로 정성껏 밥을 했지만, 솥이 작아서 늘 먹을 게 모자랐어. 시아버지 밥을 뜨고, 시어머니 밥을 뜨고, 남편 밥을 뜨고, 시누이 밥을 뜨고 나면 저 먹을 밥이 없었지. 그래서 소화는 울면서 굶어 죽었어. 그러고는 '솥적 솥적' 우는 새가 되었대.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