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끝까지 외칠 겁니다, 조국의 독립!"
입력 : 2015.08.12 03:07
[79] 김구 '백범일지'
중국서 임시정부 이끌며 쓴 자서전, 광복 후 귀국해 국문으로 재출판해… 험난했던 독립운동 일화·생각 담아
일제강점기, 역사 연구·무장 투쟁 등 각자 방식으로 독립운동 펼쳤어요
광복절을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기념행사 준비가 한창이에요.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라서 그 의미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죠. 그런데 광복절은 단순히 1945년 8월 15일 일제 강점으로부터 해방된 것만을 기념하는 날은 아니에요. 광복으로부터 삼년이 지난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것을 계기로, 해방과 대한민국의 탄생을 함께 기념하는 날이지요.
- ▲ /그림=이병익
"내가 이 책을 발행하는 데 동의한 것은, 잘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못난 사람이지만 민족의 한 분자로 살아간 기록이기 때문이다. 하층민 백정(白丁)과 평민인 범부(凡夫)를 의미하는 백범(白凡)이라는 내 호가 이것을 의미한다. 내가 만일 민족 독립운동에 조금이라도 공헌한 것이 있다면, 그만한 것은 대한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 ▲ 김구 선생의 자서전인 ‘백범일지’원본. /조선일보 DB
도피와 방랑의 세월을 보내다 근대적 교육 사업에 투신하기도 해요. 각 지역을 돌며 공개 연설을 하고 계몽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죠. 1911년 일본은 민족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데라우치 총독 암살 미수 사건을 조작하여 600여명을 검거하고 105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백범도 이때 검거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하고 징역살이를 선고받았어요. 이때의 심경도 백범일지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어요.
"이제껏 내가 힘써 온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었다. 학생을 가르칠 때, 학생들이 나를 숭배함보다 내가 학생들에게 천배 만배의 숭배와 희망을 두고 있었다. 나는 일찍이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하여 나라 잃은 망국민이 되었으나 학생들은 후일 건국 영웅이 될 것을 바라던 마음도, 이제 헛된 것으로 돌아갔다."
#이야기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목표는 하나였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여러 가지였어요. 무장투쟁을 벌이는 이들도 있었고, 교육에 힘쓰는 이들도 있었지요. 한편으로는 역사 연구와 국어 연구, 문학작품을 통해 민족의식을 고취하려는 이들도 있었죠. 물론 많은 이가 한 가지 방법만을 고집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서로 비판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어요.
백범은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독립운동가들의 노선 중에서도 어느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우리 민족이 처해 있는 구체적 현실과 관계없는 어떠한 주의(主義)를 절대적인 진리처럼 믿고 따르는 일을 경계했지요. 백범일지 끝에 붙인 '나의 소원'에는 "독재 중에 가장 무서운 독재는 어떤 주의, 즉 철학을 기초로 하는 계급 독재이다"라고 밝혔어요.
백범은 105인 사건으로 약 5년을 복역하고 출소하고 나서 농장 감독으로 뜻을 숨기고 있다가 1919년 3·1 운동이 벌어지자 즉시 상하이로 떠났어요. 이제 막 조직이 갖추어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안창호 선생을 찾아갔던 일화는 백범일지를 읽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지요. 그날의 일을 백범은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내무총장인 도산 안창호 선생께 임시정부의 문지기를 시켜 달라고 부탁하자, 도산은 내가 벼슬을 시켜 주지 않은 데 대한 반감으로 그러는가 염려하는 빛이었다. 나는 일찍이 본국에서 교육사업 할 때 집에서 혼자 순사 시험을 보았지만 합격하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것, 서대문감옥에서 옥살이할 때 후일 독립정부가 조직되면 정부의 뜰을 쓸고 문을 지키는 문지기가 되기로 결심하여 나의 호를 백범(白凡)으로 고쳤다는 것 등을 예로 들며, 평소 나의 진정한 소원이라고 말하였다."
백범은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꿈꿨어요. 사랑과 자유가 흘러넘치고 높은 문화의 힘으로 우리와 다른 이들까지 행복하게 하는 나라, 그것이 백범이 온몸을 바쳐 만들고자 했던 나라의 모습이에요. 여러분도 '백범 일지'를 읽으며 나라의 소중함과 광복의 의미를 되새겨보기 바라요.
[함께 생각해봐요]
자신이 일제강점기에 태어났다면 독립운동의 다양한 방법 중 어떤 것을 택했을지 생각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