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탈북 교사의 북한학교 이야기] 통제 심한 북한 학교… 방학에 친척집 갈 때도 선생님 허락받아야 해요

입력 : 2015.08.04 04:10

벌써 여름방학이 왔어요. 우리 친구들은 요즘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나요? 부모님과 여행을 하거나 뒤떨어진 성적을 올리려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북한의 학생들은 어떻게 방학을 보낼까요? 오늘은 북한의 '방학' 이야기를 해볼게요.

북한은 대개 8월 한 달간 여름방학이에요. 보통 소학교는 7월 말부터, 중학교는 8월 10일경부터 방학이랍니다. 그런데 방학의 모습은 우리와 많이 달라요. 우리는 방학(放學)이 배움을 잠시 놓고 집에 있는 시기를 의미하지만, 북한 학생들은 방학에도 학교에 자주 나가요. 왜 그럴까요?

북한 어린이들이 두만강변에서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식히고 있어요. 북한에는 평양 시내를 제외하고는 실내 수영장을 찾아볼 수 없답니다.
북한 어린이들이 두만강변에서 물장구를 치며 더위를 식히고 있어요. 북한에는 평양 시내를 제외하고는 실내 수영장을 찾아볼 수 없답니다.
통제가 심한 북한 사회의 특성 때문이지요. 북한은 어려서부터 조직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통제해요. 그러다 보니 어린 소학생들도 방학 기간이면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에 반드시 나가야 해요. 이를 소집일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한 주간 방학 숙제를 선생님께 검사 맡고, 그 외 방학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계획과 일명 '꼬마계획'을 바쳐야 해요. 여기서 꼬마계획이란, 헌책이나 학습장, 고철, 구리 조각 등 고물을 학교에 바치는 계획을 말해요. 학생들에게는 방학 동안 일정한 양의 고물 수집이 할당돼요. 따라서 학생들은 이것들을 소집일에 가져가야 하죠. 이 과제를 수행하지 않으면 선생님께 크게 혼나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해요. 그리고 일주일간 생활을 다른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얘기하는 생활총화란 것도 해요.

이것만이 아니에요. 북한 학생들은 아무리 방학이라 해도 마음대로 친척집에 놀러 갈 수 없어요. 방학인데 부모님 따라 자유롭게 놀러 가지 못하는 것이 좀 이상하지요? 이것도 역시 조직적 통제 때문이에요. 북한 학생들은 소학생이든 중학생이든 방학에 부모님을 따라 다른 지방에 사는 친척집에 놀러 가려면 반드시 담임선생님의 허락을 받아야 해요. 선생님의 허락을 받지 않고 친척집에 놀러 갈 경우, 크게 혼나요. 그만큼 조직 생활에 잘 참가하지 않은 불량 학생으로 찍히기 때문이죠. 이런 학생들은 방학이 끝나면 치러지는 '방학 간 생활총화'라는 시간에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요.

우리와 다른 점이 또 있어요. 북한 학교는 방학을 시작하기 전, 학급별로 반드시 '비상연락망 체계도'를 만들어요. 학교나 나라에 급한 일이 생길 경우, 조직적으로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죠. 이 연락망 체계도에는 학교를 거점으로 담임선생님, 그리고 학교와 제일 가까운 곳에서 사는 학생 순서로 이름과 집 주소가 적혀 있어요. 이를 통해 비상시에는 연락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답니다.

그럼 북한 학생들의 방학 때 모습은 어떨까요? 여름이니 수영도 하고 공놀이도 하지요. 그런데 참 안타까운 것은 북한에는 평양을 제외하곤 실내 수영장이 없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대체로 강이나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하는데, 이때 익사 사고가 자주 일어나요. 야외 수영장도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그저 강물을 막아 둘레를 돌로 쌓고 바닥엔 흙과 돌이 그대로 있는 재래식 수영장이죠. 이런 곳에서 수영하니 학생들이 다치는 경우가 참 많아요. 특히 남학생들은 중이염에 걸리는 경우가 잦죠.

북한은 조직적 통제가 심하기 때문에, 방학에도 학생을 자유롭게 놔두지 않아요. 이를 두고 김정일은 "놀라는 방학이 아니다"라고 했죠. 김정일이 고급중학교에 다닐 때 했다는 이 말은, 이후 북한 학교의 가장 중요한 방학 지침이 됐답니다.



정명호·전(前)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