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그림으로 보는 자연] 여름 명절 유둣날, 찬 성질 있는 밀가루 음식 먹고 더위 이겨봐요

입력 : 2015.07.30 03:06
오늘은 음력으로 6월 15일, 유두절이야. 요즘 도시 사람 가운데는 유두절을 아는 사람조차 드물지만, 이 명절은 신라 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짐작하는 오래된 풍속이야. '유두'란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한다는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의 줄임말이지. 옛사람들은 이렇게 하면 나쁜 일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몸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 유두절은 초복부터 말복 사이 더울 때 지내는 명절이라, 무더위를 물리치는 놀이가 많아. '물맞이'라고 물과 함께 시원한 하루를 보내고, 참외나 수박 같은 제철 과일을 먹고, 밀가루로 만든 갖가지 음식을 먹어. 밀가루는 찬 성질이 있어서 여름에 어울려. 유두절에 먹은 음식을 한번 살펴볼까? 밀가루를 반죽한 다음 고소한 콩이나 깨에 달콤한 꿀을 섞은 소를 넣어 쪄 먹는 상화병은 찐빵과 비슷해. 밀가루를 반죽해 얇게 부친 다음 깨나 팥을 달게 하여 넣거나 각색 나물을 넣어 돌돌 말아 만든 연병도 먹어. 얇은 반죽에 채소, 고기 등을 소로 넣고 삶거나 찐 수교위는 만두 모양이야. 유둣날 먹는 밀가루 국수를 유두국수라고 하는데, 옛날 사람들은 이걸 먹으면 더위 먹지 않고 오래오래 산다고 믿었어. 밀가루를 먹기만 한 게 아니야. 유두국 혹은 유두면이라고 밀가루를 구슬 모양으로 만들어 청, 적, 황, 백, 흑색 등 다섯 가지 색깔을 칠하고 나서 세 개씩 포개어 몸에 차거나 문에 매달아 나쁜 일을 막는 데도 썼어.

밀
/그림=김시영(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곡식')
밀은 기원전 1만∼1만5000년쯤부터 재배된 인류의 오랜 농작물 가운데 하나야. 아라비아에서는 밀농사를 지으면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크게 일어났어. 고대 이집트에서는 일한 품삯으로 빵을 줬대. 밀은 지역에 따라 봄에 심거나 가을에 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을에 씨를 뿌려 어린싹으로 겨울을 나고 초여름에 거둬들여. 벌레들이 줄어드는 10월 중순이나 말쯤 심으니까 해충 걱정 없어 좋고, 다른 풀이 나기 전 이른 봄인 3~4월에 집중적으로 자라니까 김매는 일도 적어. 대신 추운 겨울에 뿌리나 싹이 얼지 않도록 '보리밟기'를 해. 겨울에 흙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동안 뿌리에 찬 공기가 들어갈까 봐 뿌리 주변을 단단히 밟아 주는 거야.

밀은 다른 벼과 식물들처럼 잎이 길고 가늘어. 늘씬한 줄기 끝에는 수십개에서 백여개의 아주 작은 꽃이 피어.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쉽지. 사실 이 꽃은 껍질 사이로 빠져나온 수술이야. 수술의 가느다란 꽃실 끝에 꽃밥이 달렸어. 밀의 암술은 어디 있을까? 껍질 속에 들어 있어. 밀의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수정해. 그럼 껍질만 있던 이삭 안에서 알곡이 생겨나. 밀을 소맥이라 하고, 보리를 대맥이라 하는 건 둘이 비슷해서야. 하지만 밀은 보리보다 가늘고 길어. 낟알도 보리보다 작아. 밀은 꽃이 핀 뒤 한두 달이면 수확해. 그러니까 유두절에 햇밀을 먹게 돼. 밀을 수확하면 으깨고 체로 쳐서 작은 알갱이를 거르고 거르는 작업을 반복해. 이걸 제분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거쳐야 우리가 잘 아는 밀가루가 돼. 밀가루는 빵, 국수, 과자를 만드는 데 많이 쓰여.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