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리더] 늘 동물과 교감하던 그녀… 인간과 침팬지 경계 허물다
입력 : 2015.07.30 03:06
[76] 제인 구달
- ▲ 세계적인 침팬지 연구가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 /위키피디아
제인은 이후 동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바로 입학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제인은 대학에 가는 대신 비서 학교를 수료하고 나서 옥스퍼드대학교 행정실에서 일하면서도 늘 동물에 관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그러던 제인에게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동안 읽은 많은 책과 동물에 관한 해박한 지식 덕분에 유명한 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의 비서가 된 것이에요. 루이스 리키 박사는 평생을 화석 발굴에 매진하며 고인류학의 토대를 마련한 학자랍니다.
리키 박사는 최초의 인간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연구했지만, 화석만으로는 그런 것을 알 수가 없었죠. 그래서 인류의 조상과 가장 가까운 유인원인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를 연구하면 최초의 인간의 삶에 대해 추측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 얘기를 들은 제인은 바로 자신이 연구하겠다며 자원했고, 동물에 관해 관심이 많은 제인에게 감동한 리키 박사는 침팬지 연구를 그에게 맡겼어요.
제인은 침팬지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 국립공원에 있는 밀림으로 갔어요. 침팬지 연구를 위해 밀림에 들어가는 건 젊은 여성에겐 매우 위험한 일이었지만, 동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큰 제인에게는 전혀 두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밀림에는 침팬지 무리가 있었지만, 침팬지들이 사람을 무서워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어요. 제인은 침팬지 스스로 믿고 다가오기 전에는 가까워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날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곳에 앉아 침팬지들이 자기의 모습에 익숙해져 경계심을 풀도록 했어요. 제인이 침팬지 곁 90m 가까이 다가가는 데는 무려 1년이나 걸렸답니다. 제인의 끈질긴 노력이 침팬지들의 경계심을 허문 거예요.
제인은 연구를 통해,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는 통념과는 달리 침팬지에게도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는 능력이 있으며 초식동물로만 알려진 침팬지가 육식도 한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밝혀냈어요. 하지만 학위가 없고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학자들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맙니다.
다행히 제인의 연구를 인정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제인에 대한 기사를 본 내셔널지오그래픽협회는 제인이 동물 연구를 하는 비용을 대고, '제인 구달과 야생 침팬지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어요. 제인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많은 학자가 야생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또한 제인은 집에서 보호하던 동물들이 되도록 자연으로 돌아가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어요. 그러다 보니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죠.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건 연구소를 만들고, 직접 환경보호 운동에 나섰답니다. 침팬지를 잡는 아프리카 원주민을 설득하고,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책으로 썼어요. 또 이런 노력 덕분에 사람들은 침팬지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끼는 개성 있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동물도 인간처럼 이 자연 속에서는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느끼게 됐답니다.
[1분 상식] 제인 구달 연구소는 어떤 곳인가요?
1977년 탄자니아에 제인 구달이 설립한 곳으로 지금까지 야생 침팬지 연구 지원과 환경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 진행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어린이와 청소년 중심의 환경 보호 운동 '뿌리와 새싹'을 시작하여 아프리카의 보존과 개발 프로그램 등 자연보호에 앞장서고 있죠. 또한 폐기된 휴대폰을 수거하는 캠페인도 하고 있어요. 이는 콩고의 고릴라 서식지에서 주로 채굴되는 콜탄이라는 광물의 양을 줄여 고릴라를 보호하고, 또 재활용하여 생기는 수익금을 활용하기 위해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