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누구나 자유 억압하는 권력에 저항할 권리 있다오"
[77] 프리드리히 실러 '빌헬름 텔'
절대적인 복종 강요하던 '게슬러'
스위스 민중의 복종심 시험하려다 폭군에 맞선 '텔'에게 굴복하게 돼
자유·권리 억압하는 힘에 저항해도 무분별 폭력 행사하는 것 자제해야
- ▲ 괴테와 더불어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인 프리드리히 실러. /위키피디아
지난 7월 14일, 프랑스에서는 프랑스 혁명 기념일인 '바스티유의 날'을 맞아 축하 퍼레이드와 불꽃놀이 등 대대적인 행사가 펼쳐졌어요.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국경일이기도 한 이날은,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날이에요. 1789년 당시 프랑스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평민들은 무거운 세금과 계속된 흉년 등으로 극심한 빈곤에 고통받아야 했지만 성직자와 귀족들은 특권을 누리며 화려한 생활을 했어요. 결국 착취와 억압에 지친 민중은 '자유, 평등, 우애'를 외치며 봉기를 일으켰고,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을 발표하여 자신들의 자유와 평등권을 선언했던 거예요. 그래서인지 프랑스 혁명은 당대 예술가와 철학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많은 작가가 프랑스 혁명에 영감을 받아 뛰어난 작품들을 발표했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빌헬름 텔'도 그중 하나예요.
이 작품은 독일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이자 국민 시인인 프리드리히 실러(1759~1805)의 작품이에요. 그는 평생 인간의 자유에 대하여 탐구했고 이를 문학뿐만 아니라 미학과 예술 이론, 역사에서도 핵심 개념으로 논했어요. 그래서 실러에게 프랑스 혁명은 이 작품을 집필하게 한 가장 주요한 사상적 계기가 되었어요. 잘 알다시피 이 작품은 스위스의 빌헬름 텔 전설을 바탕으로 스위스가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을 때 폭군 게슬러에게 시달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어요. 오만하고 무자비한 게슬러는 스위스 민중에게 절대적인 복종과 굴복만을 강요했어요.
게슬러: 폐하께서 원하시는 것은 복종이지. (…) 이 조그만 민족이 걸림돌이 되고 있으니 어떤 식으로든 굴복시켜야 해. (…) 여전히 마음대로 혓바닥을 놀리고,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맹세하건대 이젠 달라질 것이다. 이 고집스러운 태도를 꺾고, 오만한 자유의 정신을 굴복시키고 말겠다.
게슬러는 사람들의 복종심을 시험하기 위해 광장에 자신의 모자를 걸어놓고 무릎을 꿇지 않는 자들은 무조건 처벌하기도 했어요. 이 시험에 걸린 사람이 바로 빌헬름 텔과 아들 발터예요. 이때 그 유명한 아들 머리 위에 사과를 쏘는 이야기가 나온답니다. 아들은 "나쁜 사람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을 당부하며 아버지의 실력을 믿고 용기를 내죠. 결국 텔은 사과를 명중시켰지만 게슬러의 만행에 분노하여 그의 심장에 활을 쏘고, 폭정으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키고 자유의 구원자가 되었어요.
하지만 실러는 이 작품에서 빌헬름 텔이라는 하나의 영웅만을 그린 건 아니에요. 오스트리아의 지배욕과 폭정에 맞서 자치권과 자유를 수호하려는 스위스 민중의 저항과 봉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이야기예요.
- ▲ 그림=이병익
슈타우파허 : 단결하면 우리도 큰일을 할 수 있어요. 약자들도 단결하면 강해집니다. (…) 이런 폭정에 맞설 방도가 전혀 없다는 말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폭군의 권력에도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억압받는 자가 어디서도 권리를 찾을 수 없다면, 짊어진 짐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무겁다면 (…) 어떤 다른 방도도 소용이 없을 때 인간은 마지막 수단으로 칼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폭력에 맞서 최고의 재산을 지킬 권리가 있습니다. (…)
아팅하우젠 : 누가 자네들을 구한다는 말인가?
발터 퓌르스트 : 우리가 스스로 합니다. 폭군들을 몰아내기로 세 주(州)가 함께 맹세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행동을 개시할 겁니다.
스위스 민중은 게슬러의 만행에 대응하기 위해 세 주가 동맹을 맺고 자유와 권리를 위한 투쟁에 나서죠. 실러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은 자유를 억압하는 힘과 권력에 저항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힘을 합쳐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보여줘요. 실제 스위스 사람들은 1291년 뤼틀리 서약을 통해 폭정에 대항하다 이후 자유와 독립을 얻게 되었어요. 프랑스 혁명에서도 보듯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인간의 자유와 권리는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예요. 한편으로 실러는 자유를 억압하는 힘에 저항하는 봉기는 정당하지만 그것을 올바르게 행사해야 한다고 말해요.
레딩 : 칼로 맞서기 전에 우선 우리의 탄원을 왕에게 들려줍시다. 정의를 위해 쓰일 때도 폭력은 끔찍한 겁니다. 신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을 때만 도와주십니다.
실러는 도덕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폭력 이상을 행사해서는 안 되며, 무분별한 폭력으로 자유와 정의를 위한 민중 봉기가 변질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아요. 이번 기회에 단순히 한 사람의 영웅담을 넘어서 폭정에 대항하는 민중의 저항과 자유를 향한 염원을 담은 원작을 찾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야기
다수(多數), 민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데모스(demos)와 지배, 권력을 의미하는 크라티아(kratia)의 결합어가 오늘날 민주주의(democracy)라는 말의 기원이라고 해요. 따라서 민주주의는 민중, 즉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권력이 있으며 이들의 존엄성과 자유가 기본 이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민주주의에서 권력은 그저 높은 자리에서 군림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리고 민중은 그런 권력으로부터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용기를 잃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행동해야만 한다는 것을 실러는 '빌헬름 텔'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도 전하고 있어요.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에게 자유란 무엇일까요. 왜 우리는 자유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