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탈북 교사의 북한학교 이야기] '추천'으로 이뤄지는 북한의 대학 입학, 비리 없인 바늘구멍

입력 : 2015.07.28 03:06
선생님이 한국에 와서 '재수' '삼수'란 단어를 듣고 처음에는 그 뜻이 무엇인지 몰랐어요. 이후에 그 의미를 알고, 대학 선택의 폭이 넓고 기회가 많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한국이 마냥 부러웠답니다.

북한에도 수능시험이 있어요. 이를 대학 입학을 위한 예비 시험이라고 불러요. 예비 시험 대상자는 고급중학교 3학년생(우리의 고3에 해당)과 현직생이에요. 여기서 현직생이라 함은 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노동 현장에서 남자는 만 5년, 여자는 만 3년 일한 젊은 노동자를 말해요. 그렇다고 이들을 두고 재수생이라 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여러 차례 시험을 본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북한에서는 일생에 한두 번 정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추천을 받아요. 따라서 고급중 3학년생도 추천받기 어려운데 노동자가 추천받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죠.

김일성대학 교정을 내려오는 대학생들의 모습이에요.
김일성대학 교정을 내려오는 대학생들의 모습이에요. 북한에서는 추천을 받아야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어요. /조선일보 DB
시험 과목은 총 6개예요. 혁명역사(김일성·김정일·김정숙), 국어문학, 수학, 물리, 외국어, 화학 과목이죠. 모두 필답식인데, 문제 유형은 객관식 없이 모두 주관식이에요. 이렇게 예비 시험을 치르면 상위 몇 점 이상까지 학생들을 추려내요.

우리는 수능시험 성적에 따라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에 입학 원서를 제출하지만, 북한은 완전히 달라요.

우선 북한의 대학 입시는 선택제가 아니라 추천제예요. 예비 시험에서 순위권에 든 학생들만 대학에 추천받을 수 있는데, 이들도 다시 학교에서 대학을 추천받아야 해요. 추천은 교육성 대학 모집국에서 각 도 대학 모집처에 내려보낸 지표(할당량)에 따라 해요. 어느 대학에 몇 명, 이런 식이죠. 그런데 지원자는 많고 할당된 대학 모집 인원이 적으면 추천받기 어려워요. 자연히 간부 집안 또는 부잣집 자녀가 추천받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죠.

이렇게 추천받으면 해당 대학에 가서 다시 입학 시험(본고사)을 치러야 해요. 입학 시험은 예비 시험 때 봤던 6개 과목의 필답 시험은 물론 신체검사, 체력검사까지 해요. 신체검사와 체력검사를 한다는 것은 장애인이 대학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해요. 체력검사는 100� 달리기, 높이뛰기, 너비뛰기(멀리뛰기), 수류탄 던지기 등을 해요. 신체검사와 체력검사는 점수제가 아니라 합격, 불합격만 가리는 정도예요.

마지막으로 종합 담화가 있어요. 일종의 면접이에요. 조별로 몇 명씩 면접실에 들어가 관계자들의 물음에 답해야 해요. 지식, 상식, 인성 등을 두루 점검하지요.

대학 입시에서 우리나라와 또 다른 점이 있어요. 바로 학과 선택이죠. 우리는 학과를 본인이 선택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대학이 지정해줘요. 물론 입학 원서에 희망하는 학과를 적긴 하지만, 이건 형식에 불과해요. 자연스럽게 인기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비리가 벌어지죠. 학과 발표는 대개 개학날인 4월 1일에 한답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출신 성분에 따라 제한이 있다는 점이에요. 부모님이나 가까운 친척들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으로 잘못을 저질렀다면 절대 대학 추천을 받지 못해요.

그러면 대학에 추천받지 못한 학생들은 어떻게 될까요? 북한에서는 고급중 3학년 졸업생의 10~15%만이 대학 추천을 받아요. 그 나머지는 거의 다 군대에 가거나 일부는 직장에 바로 들어가 일하죠. 고급중학교 졸업생들이 이렇게 대학에 적게 추천받으면 수많은 대학생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요? 바로 제대군인이에요. 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야 하는 북한은 군대에서도 대학을 추천받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간부 집안 자녀는 군 복무를 몇 년 안 하고도 대학에 추천받는 경우가 허다하죠. 이런 부작용 때문에 최근에는 군 복무 몇 년 이상을 해야 대학에 추천받을 수 있다는 규정까지 만들어졌어요. 그러니 북한 대학생 대다수는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이 많답니다.

정명호 전(前)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