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그림으로 보는 자연] 노란 빛으로 피어나… 밤길 밝혀 밤벌레 잘 찾아오게 해요
요즘엔 길가에 낮보다 밤에 사람이 많아. 따가운 뙤약볕을 피해 어둑어둑해진 저녁 무렵에야 밖으로 나오지. 저녁엔 무더운 낮 기운이 한풀 꺾여 자못 선선하기까지 하니까. 낮에 활짝 피었던 꽃들이 얌전히 봉오리를 오므린 밤에 오히려 활짝 피는 꽃이 있어. 어두운 밤길을 노랗게 밝히는 달맞이꽃이야. 달 뜰 때 핀다고 달맞이꽃이라고 해. 밤새 피어 있다가 아침에 해가 뜨면 시들어. 날이 환하고 어두운 걸 아는지, 구름 끼어 날이 어둑할 때는 낮에 피기도 해. 이런 특징 때문에 '월견초(月見草)' 또는 '야래향(夜來香)'이란 한자 이름도 있어. 지금은 어디서나 흔한 꽃이지만, 남아메리카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00년도 되지 않았어.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될 무렵에 들어왔다고 '해방초'라고도 불렸거든.
달맞이꽃은 왜 밤에 필까? 벌이나 나비는 낮에 꿀을 따러 돌아다니지만, 밤에 활동하는 곤충도 아주 많아. 나방은 나비와 한가족이나 다름없어. 가족끼리 경쟁하지 않고 모두 다 잘 살아남으려고, 대개 나비는 낮에 활동하고 나방은 밤에 활동해. 나방도 나비처럼 나무즙이나 꽃의 꿀을 먹거든. 달맞이꽃도 다른 꽃들이랑 경쟁하지 않고 같이 잘 살아가려고 다른 꽃들이 꽃송이를 오므리는 밤에 활짝 피는 걸지도 몰라. 그리고 깜깜한 밤중에도 나방이나 하늘소 같은 밤 벌레들이 잘 찾아오도록 여러 가지 전략을 쓰지. 어떤 전략일지 한 번 생각해 보렴. 빨간색, 보라색도 예쁜 색깔이지만, 컴컴한 어둠 속에서 눈에 띄기엔 노랑이 더 좋을 거야. 꽃도 자잘한 편보다는 큰 편이 나을 테고, 땅에 붙거나 줄기 아래쪽에 피기보단 위쪽에 달린 게 좋겠지? 그래서 달맞이꽃이 노랗고, 꽃잎 4장이 큼직한 편이고, 줄기 위쪽 겨드랑이에 피는 걸 거야. 달맞이꽃은 수술 8개랑 암술 1개가 있고, 암술머리는 4갈래로 갈라져 있어. 향기가 강렬하진 않지만 은은하니 참 좋아. 꽃가루는 끈적끈적해서 곤충들 몸에 잘 달라붙지.
- ▲ 그림=박신영(호박꽃‘내가 좋아하는 풀꽃’)
달맞이꽃은 옆으로 퍼지지 않고 똑바로 자라는데, 키가 어른 무릎에서 허리쯤 또는 물가에서는 그 이상 자라기도 해. 인디언들은 달맞이꽃을 뿌리부터 꽃까지 물에 달여 피부병에 쓰거나 기침이나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먹었대. 우리나라에서도 달맞이꽃을 약으로도 써. 한여름의 달맞이꽃잎을 생으로 찧어 바르면 피부병이나 아토피에 효과적이고, 지방이 분해되는 걸 도와줘 비만인 사람들에게도 좋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