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생각이 자라는 어린이] 때론 편견 벗어나 나만의 생각 표현하는 용기 필요해

입력 : 2015.07.16 03:07

여러분은 '발레리나'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하얀색 튀튀를 입고 가느다란 팔다리로 우아한 동작을 하는 모습이 떠오를 거예요. 뚱뚱한 발레리나를 떠올린 친구는 없나요? '뚱뚱한 발레리나라니, 그런 발레리나가 세상에 어디 있어!' 하고 생각한 친구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뚱뚱한 발레리나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도 있답니다. 페르난도 보테로라는 화가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진 고정관념을 깨고 자기만의 생각을 담아 발레리나를 그린 거예요. 어쩌면 우리는 '발레리나' 하면 19세기 화가 드가의 그림을 떠올렸을지도 몰라요. 드가는 발레리나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거든요. 하지만 드가조차도 무용수에 대한 당시의 편견을 깬 화가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웅진주니어‘드가와 발레리나 소녀’ 책 속 일러스트
웅진주니어‘드가와 발레리나 소녀’.
1834년 7월 19일에 태어난 에드가르 드가는 평생 다양한 그림을 그렸지만, 지금은 발레리나를 그린 화가로 널리 알려졌어요. 드가의 그림 속에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한 발레리나들이 있어요. 무대 위에서 아름답게 춤을 추는 모습도 있고 무대 뒤에서 휴식하는 모습, 동료와 잡담을 나누는 모습, 심지어 등을 긁는 모습의 발레리나도 볼 수 있어요. 발레리나들의 고정된 모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동작을 캔버스에 담은 거예요. 지금은 드가의 그림 속 발레리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지만, 드가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발레리나를 그리는 드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요. 무용수에 대한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14세 발레리나 소녀' 조각 작품 사진
/위키피디아
드가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도 했어요. 드가는 조각에도 애정을 갖고 있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지만, 사람들 앞에 전시한 건 평생 한 번뿐이었다고 해요. 바로, 발레리나를 소재로 만든 '14세 발레리나 소녀'라는 작품이었어요. 이 조각은 '마리'라는 이름의 실제 발레리나 소녀를 모델로 제작했는데, 조각품에 실제 발레복을 입히고 스타킹과 신발을 신겼어요. 머리에는 가발을 씌우고 리본까지 묶어주었답니다. 드가가 완성품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드가의 조각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당시에는 흰 대리석이나 견고한 청동으로 여성의 인체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었거든요. 생각에 빠진 듯 턱을 치켜든 '14세 발레리나 소녀'의 모습이 사람들 눈에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던 거예요.

드가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에 크게 실망하고 '14세 발레리나 소녀'를 다시는 전시하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드가가 죽은 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14세 발레리나 소녀'를 청동으로 여러 개 제작해서 세계 곳곳에 전시했고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은 14세 발레리나 '마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답니다. 때로 예술가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자기만의 생각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해요. 사람들의 실망이나 비난을 감내할 용기도 필요하죠. 하지만 언젠가는 예술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답니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뚱뚱한 발레리나가 그랬고, 에드가르 드가의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부모님께]

에드가르 드가의 발레리나와 페르난도 보테로의 발레리나 그림을 비교해 보고, 두 그림이 어떻게 다른지 얘기 나눠보세요. 그리고 두 화가의 공통점은 무엇인지도 함께 생각해 보세요. 예술의전당에서 10월 초까지 전시되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을 아이와 함께 관람하는 건 어떨까요?

 

이태화·어린이책 출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