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검은 개는 미신일 뿐,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

입력 : 2015.07.15 03:08

[75] 아서 코넌 도일 '바스커빌가의 개'

심장마비로 찰스 바스커빌 경 죽자 '검은 개 유령' 때문이란 소문 돌아
셜록 홈스,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과학적 근거 이용해 범인 찾아내요
잘못된 미신, 그대로 수용하기보단 한번 더 생각하는 자세 필요해

‘바스커빌가의 개’를 쓴 영국의 추리소설가 아서 코넌 도일 사진
‘바스커빌가의 개’를 쓴 영국의 추리소설가 아서 코넌 도일. /위키피디아

"깍깍" 까마귀가 울자 누군가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이런 불길한 징조가!" 여러분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 말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어요. 제주도 신화 '차사본풀이'에 따르면, 저승사자 강림 도령은 까마귀를 시켜 인간의 수명을 적은 적패지(赤牌旨)를 인간 세상에 전달하도록 했다고 해요. 하지만 마을 어귀에서 적패지를 잃어버린 까마귀가 아무렇게나 외쳐대는 바람에 사람들이 죽는 순서가 뒤죽박죽되어 혼란을 가져오게 되었죠. 이때부터 까마귀의 울음소리는 '불길한 징조'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대요.

우리나라의 '불길한 징조'에 까마귀 울음소리가 있다면, 영국에는 '검은 개'와 관련된 전설이 전해져 온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검은 개의 형상을 한 유령'이 악령이나 지옥, 죽음을 상징한다는 거예요. 오늘 살펴볼 아서 코넌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에는 이러한 '검은 개' 상징이 잘 나타나 있어요. 이 소설은 여러분도 잘 아는 명탐정 셜록 홈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해요.

'셜록 홈스' 시리즈로 큰 인기를 끌던 아서 코넌 도일이 홈스의 죽음으로 시리즈를 끝냈다가 독자들의 거센 항의를 비롯한 여러 이유로 다시 셜록 홈스 시리즈를 이어나간 첫 작품이기도 해요. 이 작품은 이전 작품들보다 더 큰 기대와 호평을 받았어요. 다른 작품과는 다르게 왓슨을 전면에 내세우고, 홈스 자신은 숨어서 사건을 풀어나간 추리 과정으로 더욱 인기를 끌었답니다.

소설은 찰스 바스커빌 경이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하며 시작돼요. 바스커빌가에 내려오는 저주, 곧 잔혹하고 불행한 죽음을 가져오는 거대한 검은 개를 본 충격 때문이라는 소문이 온 동네에 퍼져 나갔어요. 시신은 아무런 폭행 흔적이 없었고, 단지 거대한 개 발자국만이 곁에 찍혀 있었거든요. 유일한 상속자 헨리 바스커빌 경이 의문의 편지를 받고 신발이 연달아 한 짝씩 없어지자 홈스와 왓슨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해요.

"그들은 모두 이성적인 사람이에요. 그런데도 그 흉악한 짐승에 관해 똑같은 말을 하더란 말입니다. 바로 바스커빌가의 전설에 나오는 것과 똑같은 개라는 거죠. 온 마을이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이건 과학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오. (중략) 과학을 공부하신 선생께서도 이 일이 초자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찰스 바스커빌 경의 주치의였던 모티머는 의사임에도 미신에 흔들리는 모습을, 탐정인 홈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요. 코넌 도일이 이 작품을 썼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는 급격하게 과학이 발달하던 시대였어요. 모든 것이 과학으로 증명될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삶의 양상도 많이 달라졌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의 영역을 뛰어넘는 초자연적 현상과 미신이 그 어느 때보다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주고 있었어요. 코넌 도일은 홈스를 통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들로 미제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짜릿하게 보여주며 미신보다 과학이 한 수 위라는 것을 말해주려고 했답니다.

#이야기

몇 달 전, 어떤 사람이 길고양이 수백 마리를 잡아다가 도살하고 나서 돈을 받고 꾸준히 팔아오다 검거된 사건이 있었어요. 이 업자는 1년 여 기간동안 600마리가 넘는 길고양이를 잡아 도살했다고 해요. 이 사건을 지켜본 관계자는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일명 나비탕(고양이탕)이 좋다는 잘못된 미신 때문에 수요가 계속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나비탕의 효능은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지요. 실제 효과는 없지만, 사람의 심리적 믿음을 통해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플라시보 효과였던 거예요. 이처럼 잘못된 미신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에요. 나비탕 사건의 도살업자처럼 미신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과정이야 어찌 됐든 내 몸만 건강하게 해보겠다는, 또 내 돈만 벌면 된다는' 넘치는 욕심이 잘못된 미신을 먹고 자라났다는 사실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어요.

홈스는 '검은 개' 미신을 이용해 찰스 바스커빌 경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용의자를 찾아냅니다. 또한 사건 이면에 가려졌던 범인의 욕심도 밝혀내죠. 바스커빌 저택에 사는 집사 존 배리모어 부부, 주변 황무지의 외딴 집에 사는 생물학자 스태플턴 박사와 그의 여동생, 성격이 유별난 노인 프랭클랜드, 잔혹한 범죄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던 탈옥수 셀던 중에 범인은 누구일까요? 무더운 여름, '바스커빌가의 개'의 홈스와 함께 서늘한 모험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네요.

[함께 생각해봐요]

전설이나 신화가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나 역할은 어떤 것일까요? 자신이 아는 전설이나 신화를 떠올리며 이야기해 봅시다.

박혜강·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