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탈북 교사의 북한 학교 이야기] 북한 등굣길, 체벌 피하려면 옷차림·구호 등 신경 쓸 게 많아요

입력 : 2015.07.14 03:08
선생님이 북한에 있을 때의 일이에요. 한국 영화를 몰래 보는데, 학교에서 교사가 체벌하는 장면이 나왔어요. 그래서 한국에서는 교사가 야구방망이를 들고 학생들을 감시하고 체벌을 하는 것이 일상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한국에 오니 실상은 많이 달라서 놀랐지요.

그럼 북한은 어떨까요? 북한에도 체벌이 있어요. 원래 북한의 학교에서는 체벌이 금지되었는데, 잘 지켜지지 않고 선생님이 학생들을 때리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고 있죠. 대표적인 것이 지시봉으로 때리는 것이에요. 학생이 지시봉으로 손바닥 등을 맞는 일은 어느 학교에서나 볼 수 있어요. 북한의 수업 시간은 우리나라와 달리 상당히 조용한데, 그것은 소학교 때부터 교사가 장난을 치거나 떠드는 학생이 있으면 지시봉으로 때리거나 벌을 주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은 일찍부터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도록 교육받아요.

북한에서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 일정한 장소에 모여 줄을 지어 들어가야 해요. 줄이 흐트러지거나 구호에 맞지 않으면 수정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동작을 연습해야 한답니다.
북한에서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 일정한 장소에 모여 줄을 지어 들어가야 해요. 줄이 흐트러지거나 구호에 맞지 않으면 수정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동작을 연습해야 한답니다.
체벌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때는 바로 학생들이 등교할 때예요. 지금이야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등교하는 일이 잦지만, 80~90년대까지만 해도 학급별로 줄지어 등교했어요. 일단 학생들은 등교하기 전, 학급별로 학교 가까이에 있는 일정한 곳에서 집합해서 줄을 섰어요. 그리고 구호에 맞춰 노래를 목청껏 부르며 학교에 들어갔죠. 이때 정문에서는 담당자가 인원 파악을 하고 옷차림을 검열했어요. 붉은 스카프를 목에 둘렀는가, 바지 주름을 세웠는가, 목달개(상의 목 안쪽에 흰 천을 댄 것)가 깨끗한가, 머리가 길지는 않은가 등을 검사했죠. 여기서 노랫소리가 약하거나 옷차림에 문제가 있으면 그 학급은 단체로 찍혀 벌을 받아요. 만약 노랫소리가 약하면 그것이 수정될 때까지 반복 동작을 해야 하죠. 이렇게 동작을 지적당하게 되면 낙후한 학급으로 찍혀 주간 반성의 시간 때, 비판을 받게 돼요. 그래서 학생들은 자기 학급이 찍히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이때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은 나중에 다양한 방법으로 괴롭힘을 당해요.

지금까지도 교문 앞 옷차림 검사는 이어지고 있어요. 이때 걸린 옷차림 낙후생이나 지각생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뛰어다니는 학생, 수업 태도가 나쁜 학생 등은 따로 모아 운동장을 열 바퀴씩 돌게 해요. 가뜩이나 집에 식량이 부족해 밥을 못 먹는 학생이 많은데, 이들이 운동장을 열 바퀴씩 돈다고 생각해 보세요. 중간에 어지러워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고, 눈물을 흘리는 학생도 있죠.

이게 체벌의 전부일까요? 물론 아니에요. 반성문을 쓰게 하거나 선생님들이 신체적으로 구타하기도 하죠. 그런데 체벌을 당한 이후의 모습은 남한과 크게 달라요. 북한 학부모들은 자식이 선생님께 맞고 와도 절대 신고하지 못해요. 교사가 체벌해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서는 체벌이 훈계의 한 방법으로 인식되기 때문이죠. 북한에서는 '사랑의 매', '믿음의 매'라는 말이 두루 널리 쓰이고 있어요.

그런데 최근 북한 사회도 변하고 있어요. 교사가 체벌을 하기보다는 다른 것을 요구한다고 해요. '네가 뭘 잘못했으니 뭘 가져오라', 혹은 '학급에서 제기되는 과제 중 네가 무엇을 맡아라' 하는 식으로 말이죠. 물질적인 것이 부족한 북한 사회가 낳은 새로운 교실 풍경이죠.

정명호·전(前)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