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키다리 아저씨 힘 얻어 행복한 꿈 꿀 거야"

입력 : 2015.07.08 03:09

[74] 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

주인공 제루샤, 글쓰기에 소질 보여 키다리 아저씨에게 대학 지원받게 돼
편지에 마음 전하며 밝게 성장해요

도움 줄 땐 상대방 상황 고려해 자립하도록 힘 키워줘야 해요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2015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2015)'를 발표했어요. '더 나은 삶 지수'란 주거, 소득, 직업, 교육, 사회적 연계, 환경 등 11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인데, 우리나라는 '사회적 연계' 부문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해요. '사회적 연계(Social Connection)'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을 뜻해요. 힘든 상황에서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있다는 답이 72%로 이는 OECD 평균인 88%보다 16%나 낮게 나온 수치예요.

[책으로 보는 세상]
/그림=이병익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키다리 아저씨는 누구일까요? 키다리 아저씨는 미국의 소설가 진 웹스터가 1912년에 발표한 소설의 제목이자 등장인물이에요. 이 이야기는 존 그리어 보육원에서 시작되는데 작가가 실제 보육원을 찾아가 봉사 활동을 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담은 것이죠. 당시 이 소설이 큰 인기를 끈 덕분에 미국 사회에서는 보육원에 대한 관심이 늘어 많은 사람이 후원에 나섰다고 해요.

제루샤 애벗은 존 그리어 보육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소녀예요. 사실 열여섯 살이 되면 보육원을 떠나야 하지만, 공부를 잘했던 탓에 제루샤는 특별히 고등학교까지 갈 수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보육원을 후원하는 평의원 중 한 명이 제루샤의 글을 읽고 작가로 키우기 위해 대학까지 지원해주겠다고 나섰어요. 단 매달 감사의 뜻으로 편지를 쓰는 조건이 있었지요. 돈을 보내준 것에 감사하는 내용이 아니라 제루샤의 일상을 담은 내용으로 말이지요.

"제루샤는 한 사람이 차도에 대기 중인 자동차를 타러 나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 사람은 자동차를 향해 손짓했고, 그러자 불빛을 받은 그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긴 그림자는 장님 거미가 비틀비틀 걸어가는 것처럼 우습게 보였다."

제루샤는 긴 그림자의 후원자 키다리 아저씨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해요. 기숙사와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공부와 친구에 대한 고민도 편지에 솔직하게 담았지요. 학기 초 제루샤는 보육원에서 왔다는 이유로 방을 같이 쓰겠다는 친구들이 없어 혼자 방을 쓸 수밖에 없었고,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도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녀는 절망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혼자 방을 쓰며 자신에 대해 알 기회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제루샤는 자신이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틈틈이 시와 소설을 쓰지요. 그리고 긍정적이고 밝은 숙녀로 성장하지요.

"진짜 행복은 작은 기쁨에서 오는 거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바로 지금 현재 이 순간을 보람 있게 살아야 한다는 것도요."


#이야기

키다리 아저씨는 우리 주변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연예인인 정혜영과 션 부부를 예로 들 수 있죠. 그들은 한 방송에서 후원하는 아이의 수가 전 세계에 800명이며 이들을 다 만나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어요. 그중에는 열두 살 때부터 부부의 도움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아이도 있다고 해요.

소설‘키다리 아저씨’는 미국의 소설가 진 웹스터의 대표작이에요.
소설‘키다리 아저씨’는 미국의 소설가 진 웹스터의 대표작이에요. /미국의회도서관
영국의 여성 작가 조앤 K 롤링도 경제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아기를 키우기 위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교사자격인증석사를 받기 위한 공부를 했다고 해요. 공부를 하며 틈틈이 소설을 썼는데 그 소설이 바로 우리가 아는 '해리포터'랍니다. 이런 후원은 정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져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는데, 이는 기업이 경제적 책임이나 법적 책임 이외에도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환경 보호, 자발적 봉사 활동, 기부 등 활발한 공헌 활동에 앞장서는 것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문화예술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메세나' 활동을 펼치는 기업들도 있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제루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그리고 작가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매달 편지를 쓰게 했지요. 편지를 쓰는 것이 문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고, 제루샤가 자존심을 잃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는 이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배려하며 스스로 삶을 개척해나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최근 한 언론사와 서울대 연구팀이 발표한 우리 사회의 신(新)중산층 기준에는 재산뿐 아니라 '월 기부액 5만원 이상'이라는 항목이 추가됐어요.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사회 공헌이 중요한 시민의 덕목으로 자리 잡아 간다는 뜻일 거예요. 미시간대학에서 한 조사로는 상대에게 도움을 줄 때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는 내려가고 엔도르핀은 3배 이상 상승한다고 해요. 이처럼 봉사가 자신의 정신과 신체에도 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을 '테레사 효과'라고 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자신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임을 꼭 기억하세요.


[함께 생각해봐요]

여러분은 누구의 '키다리 아저씨'가 되고 싶은지, 또 어떤 도움을 주고 싶은지 이야기해 보세요.

박주영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