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등굣길에 바른 불량 화장품, 예뻐 보여도 피부엔 적

입력 : 2015.07.07 03:08

합성원료 기본 이루는 색조 화장품
오랜 보존 위해 넣는 파라벤 등으로 피부 알레르기·성조숙증 유발하기도

대부분 성인 기준으로 만들어져 어린이에겐 부작용 생길 수 있어요

요즘 화장을 하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고 해요. 문구점에서 파는 값이 저렴한 검증 안된 화장품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불량 화장품이 초등학생들의 피부 건강은 물론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한다는 데 있어요.

화장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고 볼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어요. 처음에는 종교적인 이유나 상징적인 이유, 또는 사냥감과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기 위해 얼굴과 몸에 색칠하는 데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름다움을 위해 화장을 하게 됐어요. 초기에는 물질을 추출하여 혼합하는 등의 화학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그대로 활용했어요.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이거나 식물 열매의 기름으로 머리 손질을 하는 것이 그 예이지요. 이렇게 자연의 재료를 그대로 활용한 화장품은 피부에는 안전했으나 사용이 불편하고, 쉽게 지워지는 단점이 있었어요.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납·비소 등의 물질을 섞기 시작했죠. 그런데 문제는 납·비소 같은 물질들은 독성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그 사실이 널리 알려지기 전까지는 많은 사람이 화장품의 독성으로 인한 피부병, 중독 증세로 피해를 봤어요.

[재미있는 과학] 등굣길에 바른 불량 화장품, 예뻐 보여도 피부엔 적
/그림=정서용
요즘 화장품은 과일 추출물, 천연색소 등을 내세우며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색조 화장품의 기본이 되는 재료는 합성원료가 대부분이에요. 이렇게 합성원료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피부에 잘 달라붙고 수분을 유지해주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기름 성분과 물이 함께 들어 있어야 하는데,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기 때문에 두 성분을 섞어주는 물질이 필요해요. 이것을 유화제·계면활성제 등으로 부르는데 이런 물질은 기름, 물과도 섞일 수 있어서 서로 다른 극성을 가진 물과 기름이 섞이게 해주죠. 물로만 세수하면 얼굴에서 나온 기름 성분이 씻기지 않아서 미끈거리지만, 비누로 씻으면 미끈거림이 사라지는 것도 비누가 계면활성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유화제는 자체에 독성은 없어도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물질을 함께 녹여 몸속에 스며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해요.

또한 화장품은 오랜 시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부분 방부제와 살균 보존제 등을 사용해요. 그런데 화장품 방부제로 흔히 쓰이는 '파라벤'이나 '페녹시에탄올' 등은 피부에 염증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에요. 물론 매우 적은 양만 사용하도록 기준을 정해놓고 있지만, 피부에 흡수되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오랜 시간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요. 살균 보존제에는 '포름알데히드' 성분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물질이 화장품을 만드는 데 허용된 이유는 적은 양을 피부에 바르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파우더 등의 가루 화장품은 입자 크기가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얼굴에 두드려 바를 때 코나 입으로 흡입될 가능성이 커요. 그런데 피부에 바른다고 해서 몸속은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면 안 돼요. 살균 보존제의 '캅탄', '부틸하이드록시아니솔' 등의 성분은 피부로 흡수되어 소화기관에 유전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기 때문이에요.

이쯤 되면 이런 궁금증을 가지게 될 거예요. '자칫 해가 될 수도 있는 화장품은 왜 만드는 거야?' 하고 말이지요. 그것은 독성물질이 일정량 이상일 때만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화장품은 법으로 정한 기준에 맞추어 만들어져요.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기준이 성인을 대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성인은 어린이와 신체적으로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이 즐겨 먹는 음식도 갓난아이에게는 탈을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같은 양의 독성물질이라도 성인에게는 아무런 해가 없지만, 어린이에게는 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지요. 더 무서운 것은 성인의 화장품을 어린이가 사용했을 경우, 화장품 속 '에스트로겐'이란 성호르몬에 의해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린이를 위한 화장품은 없는 걸까요?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에는 어린이 화장품에 대한 기준이 거의 없어요. 그럼 문구점에서 파는 어린이용 화장품은 뭐냐고요? 그건 화장품류가 아니라 완구류 기준으로 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요. 즉, 성인 화장품 기준에 맞춰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는 얘기죠.

'화장 안 해도 예쁠 나이에 화장을 왜 해?'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에요. 어른들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화장품이 어린이들에게 해로워서라기보다 화장이 오히려 10대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피부는 나이가 들수록 거칠어지고 변색하기 때문에 어른들은 조금이라도 어렸을 때의 피부 느낌을 주기 위해 화장을 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점을 생각하면 여러분은 '젊음'이라는 최고의 화장품을 가진 사람이 아닐까요?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우리 생활과 물질', 5학년 2학기 '우리 몸'


[함께 생각해봐요]

화장품에는 유통기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정말 그럴까요?

풀이: 화장품에도 포장지나 제품의 바닥에 유통기한이 적혀 있어요. 그런데 유통기한은 없고 제조일자만 적혀 있는 화장품이 있어요. 이런 경우에는 날짜 윗부분에 '6M', '12M'등의 표시가 있죠. M은 월(Month)의 약자라서 제조일로부터 몇 개월까지 사용 가능한지를 나타내요. 즉, 6M이라면 제조일로부터 6개월까지가 유통기한인 것이랍니다.


조영선 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