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개념쏙쏙! 수학] 계산기에서 '1÷0' 입력하면 왜 오류 뜰까
뺄셈 원리로 빠르게 계산하는 나눗셈
0으로 나누면 끝없이 0 뺄셈하게 돼 수 줄지 않아 답 구할 수 없어요
'0으로 나누기' 오류 설정 안 하면 무한대로 뺄셈해 고장 날 수 있어
"아빠. 이것 좀 보세요."
인호가 뭔가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는 표정으로 전자계산기를 들고 아빠에게 달려왔어요.
"어? 그건 전자계산기 아니냐?"
"네. 화면을 보면 '연산 오류'라는 글자가 나타났죠? 제가 이 글자를 어떻게 나타나게 했을까요?"
"혹시 0으로 나누기를 했니?"
"헉.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아빠도 너처럼 계산기를 가지고 놀다가 시도해 본 적이 있으니까. 어떤 수를 0으로 나눈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야."
"불가능하다고요? 어떤 수에 0을 곱하는 것은 되잖아요? 그런데 왜 0으로 나누는 것은 안 된다는 거죠?"
"그럼 우리 그 이유를 차근차근 생각해 볼까? 우선 곱셈과 나눗셈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인호는 곱셈과 나눗셈이 덧셈과 뺄셈과 같다는 걸 알고 있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려운 곱셈과 나눗셈이 단순한 덧셈, 뺄셈과 같다니요."
"자. 12마리의 닭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닭다리의 수를 구하라고 한다면 넌 어떻게 구하겠니?"
- ▲ 그림=이창우
"그야. 닭 한 마리의 다리 수가 2개이니 12에 2를 곱하면 되지요. 답은 24개요."
"그래. 그런데 곱셈을 하지 않고 덧셈만으로도 답을 구할 수 있지. 바로 2를 12번 더해서 말이야."
"아. 그러네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그렇지. 하지만 실제로 곱셈을 모르던 시절의 사람들은 이렇게 덧셈만으로 수를 세었어. 곱셈은 같은 수를 여러 번 더하는 것을 빠르게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
"그럼 나눗셈은 뺄셈을 빠르게 하기 위한 방법인가요?"
"그래. 10개의 빵을 2개씩 나누어주는 문제는 10에서 2를 몇 번 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같지."
"아, 정말 그러네요. 계산하는 시간이 더 걸릴 뿐, 곱셈과 나눗셈이 덧셈과 뺄셈과 똑같다는 게 신기해요."
"자, 그럼 0을 곱한다는 의미를 덧셈으로 해석해 볼래?"
"앞의 수를 0번 더하는 게 되겠네요. 아, 그래서 어떤 수에 0을 곱하면 무조건 0이 되는 거군요."
"그렇지. 어떤 수를 0번 더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한 번도 더하지 않는다는 의미니까. 그럼 이젠 0으로 나눈다는 의미를 뺄셈으로 해석해 봐."
"앞의 수에서 0을 몇 번 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 같네요? 어? 그럼 뺄 수 없는 게 아니라 무수히 많은 거 아닌가요? 0을 아무리 많이 빼도 앞의 수는 줄어들지 않으니까요."
"오. 그렇게 생각하다니 인호가 생각이 깊은데? 실제로 12세기 유명한 인도 수학자인 바스카라(1114~미상)가 인호처럼 생각해서 답을 '무한대'라고 생각하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답이 옳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단다. 그것에는 여러 가지 수학적인 이유가 있어. 우선 곱셈과 나눗셈의 관계를 살펴보자. 4+1=5라는 식의 양변에 1을 빼 주면 5-1=4라는 식이 되겠지? 이렇게 수의 위치를 바꾸어 덧셈을 뺄셈으로 바꾸는 것을 '역연산'이라고 하는데, 곱셈과 나눗셈도 덧셈과 뺄셈이나 다름없는 만큼 역연산이 성립해야해. 예를 들어 4×2=8의 역연산인 8÷2=4가 성립되는 것처럼 말이야. 자. 그럼 4×0=0의 역연산을 구해볼래?"
"0÷0=4가 되겠네요? 어? 뭔가 이상해요."
"그렇지? 만약 5×0=0의 역연산을 구한다면 0÷0=5가 되겠고. 그럼 결국 4=5라는 모순이 생기겠지?"
"앗. 그렇군요. 0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면 세상의 모든 수가 다 똑같은 것이 되겠네요."
"그래. 자. 그럼 이번에는 인호가 처음 생각했던 답인 '무한대'를 생각해 보자. 무한대는 수학기호로 '∞'야. 리본을 한 번 꼬아서 연결하면 앞뒤의 구분이 사라지고 처음과 끝을 알 수 없게 되는 '뫼비우스의 띠'를 기호화한 거지. 그런데 무한대는 수라고 볼 수 없어. 1을 3으로 나눈 값인 0.33333…이나 3.1415926535… 로 끝을 알 수 없는 원주율 같은 경우는 무한하게 보일지라도 값이 정해져 있는 수이기 때문에 반올림, 버림 등을 이용해 근사치 값을 구하고 다른 수와도 연산하는 것이 가능해. 하지만 ∞는 수를 정할 수가 없지. 또한 만약 1÷0=∞라면 역연산인 ∞×0=1이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모순이 생겨."
"아하. 이제는 왜 계산기가 0으로 나누는 문제에 오류 표시를 나타내는지 알겠네요."
"그런데 인호야. 그거 아니? 만약 0으로 나누는 문제에 오류 표시를 나타내고 정지하도록 설정해 놓지 않으면 계산기는 망가질 수도 있다는 것?"
"망가질 수도 있다고요?"
"컴퓨터나 계산기는 사실 곱셈과 나눗셈 문제를 덧셈, 뺄셈 방식으로 구해. 단지 더하고 빼는 속도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큰 수의 연산도 빠르게 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어떤 수를 0으로 나누면 그 어떤 수가 0이 될 때까지 빼는 것을 반복하지. 즉, 고장이 나지 않는 한 멈추지 않고 계산할 수밖에 없는 거야."
"컴퓨터가 굉장히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빠르기만 할 뿐이었네요."
"그래. 사람은 컴퓨터보다 느리더라도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수학 원리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거야. 컴퓨터 또한 그러한 사람의 지능으로 만들어진 거지. 그러니 수학을 배울 때는 빠른 계산보다는 원리부터 깨닫는 것이 좋겠지?"
[함께 생각해봐요]
4x+3=3x+4라는 식은 양변에 똑같이 3?와 3을 빼 주면 x=1이란 걸 쉽게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식의 양변에 같은 수를 빼 주면 4x-4=3x-3으로도 만들 수 있고 여기서 공통인수를 묶어내면 4(x-1)=3(x-1)으로도 만들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각 항을 (x-1)로 나누면 4=3이 되요. 왜 이런 오류가 나타나게 될까요?
풀이: 그것은 x의 값이 1일 때 x-1이 0이 되기 때문이에요. 결국 각 항을 0으로 나눈 셈이 되었기 때문에 모순이 생긴 것이랍니다.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덧셈과 뺄셈', 4학년 1학기 '곱셈과 나눗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