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그림으로 보는 자연] 저녁마다 짝 맞춰 접히는 잎, 사이좋은 부부 같아 '사랑나무'라고도 불려

입력 : 2015.07.02 03:07
아침에 해가 뜨면 기지개 켜듯 꽃잎을 쫙 펼쳤다가 하루를 마무리할 땐 다소곳하게 오므라드는 꽃이 있어. 이른 아침 힘차게 기상나팔이라도 불 것처럼 활짝 피었다가 통꽃 전체를 배배 꼬며 오므리는 나팔꽃, 나팔꽃과 닮은 메꽃, 우리의 나라꽃인 무궁화 등 많은 꽃이 그래. 해를 따라 피었다 진다기보다는 저를 찾아올 곤충들의 활동 시간에 맞춰 꽃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거야.

자귀나무
/그림=손경희(호박꽃 '내가 좋아하는 나무')
자귀나무는 꽃이 아니라 잎을 아침에 펼쳤다가 해지기 전에 오므려. 1cm 안팎의 작은 잎들이 조르르 마주 보며 나 있는데, 늦은 오후가 되면 요것들이 짝을 맞춰 접혀져. 이 잎들이 모여 하나의 줄기를 만들고 이 줄기들은 서로 어긋나며 또다시 더 큰 줄기에 달려. 이렇게 작은 잎들이 모여 줄기를 만들고 그 줄기들이 모여 더 큰 줄기를 이루는 걸 복엽이라고 해.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자귀나무 잎이 서서히 펴지고 접히는 걸 보면, 나무가 움직이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줄만 알았던 친구들한테는 무척 신기한 구경거리가 될 거야. 그럼 자귀나무는 왜 잎을 아침저녁으로 여닫을까? 낮에는 햇볕을 많이 쬐려고 활짝 펴고, 밤에는 잎을 통해 물기가 사라지는 걸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잎을 겹치는 거야. 자귀나무의 영리한 모습을 사람들은 신기하면서도 좋은 의미로 여겼어. 잎이 손을 모으듯 접히는 모습이 사이좋은 부부 같다고 여겼거든. 그래서 사랑나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해.

자귀나무는 꽃이 화려하고 특이해서 공원에 많이 심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지만,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 자귀나무란 이름은 무슨 뜻일까? 명주 실오라기 묶음 같은 꽃을 보고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라고 생각해서, 귀신의 '귀'자를 쓰는 건 아닐까? 이름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마도 서로 마주 붙는 잎이 짝을 이룬다고, 짝나무 〉 짜기나무 〉 자귀나무로 말이 변해 이름이 된 거라는 이야기가 가장 그럴듯해.

자귀나무 꽃은 여느 꽃과 많이 달라 보여. 정지된 폭죽 같기도 하고, 공작새 꼬리 같기도 해. 3cm쯤 되는 실오라기 같은 부분이 사실은 수술이야. 끝이 붉고 아래는 희지. 자귀나무에는 수술만 있는 수꽃과 암술·수술이 함께 있는 암수갖춘꽃이 한 나무에서 피어. 한 꽃에 수술은 대략 25개 정도 돼. 암수갖춘꽃에는 수술보다 머리 하나는 긴 암술이 하나씩 있어. 아름다운 꽃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면 멋진 그림이 나올 것 같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아. 자귀나무는 벌이 꿀을 빨아 오는 원천인 밀원이 많아서 진득진득해지기 십상이거든. 그만큼 곤충들도 많이 몰려들지.

자귀나무는 콩과야. 열매를 보면 금방 알 수 있어. 암술이 있던 꽃이 진 뒤엔, 콩깍지처럼 기다란 꼬투리열매가 열리거든. 꼬투리 속엔 대여섯 개의 씨앗이 들어 있는데, 꼬투리가 겨울까지 잘 떨어지지 않고 바람이 불 때마다 요란한 소리를 내. 이번 겨울에 한번 확인해봐.

박윤선 생태교육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