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발레를 보는 순간, 온통 그 생각뿐…"
입력 : 2015.07.01 03:08
[73] 멜빈 버지스 '빌리 엘리어트'
탄광촌에 살던 광부의 아들 빌리, 권투보다 발레에 더 흥미 느끼지만 여자에게만 어울린다 하여 혼란 겪어
재능 알아본 가족과 주변 도움받아 오디션서 꿈 펼칠 기회 얻게 돼요
내년부터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해요. 자유학기제는 청소년들이 학업 성적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여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율 과정을 운영하는 제도죠. 한마디로 청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끼를 찾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것이에요.
그런데 간혹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 때문에 꿈을 펼치기 어려울 수도 있지요. 부모님의 기대와 어긋난다든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혹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아 고민하는 친구도 많을 거예요. 오늘 소개할 책의 주인공 빌리 엘리어트도 그런 상황이었어요.
'빌리 엘리어트'는 원래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일반적으로 소설을 영화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영화를 바탕으로 소설이 쓰였지요. 영국의 소설가 멜빈 버지스는 영화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소설 속에 풀어냈어요. 또 주요 등장인물들이 장마다 '나'로 등장하여 말하게 하는 다중 일인칭 시점을 사용하여 전개되는 사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어요.
그런데 간혹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 때문에 꿈을 펼치기 어려울 수도 있지요. 부모님의 기대와 어긋난다든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혹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아 고민하는 친구도 많을 거예요. 오늘 소개할 책의 주인공 빌리 엘리어트도 그런 상황이었어요.
'빌리 엘리어트'는 원래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일반적으로 소설을 영화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영화를 바탕으로 소설이 쓰였지요. 영국의 소설가 멜빈 버지스는 영화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소설 속에 풀어냈어요. 또 주요 등장인물들이 장마다 '나'로 등장하여 말하게 하는 다중 일인칭 시점을 사용하여 전개되는 사건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어요.
- ▲ /그림=이병익
발레. 그건 지독히도 중독성이 강했다. 한주 내내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하나 둘, 올리고 내리고. 내 귀에는 구령을 외치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팔과 다리를 그런 자세로 두고 있을 때는, 그건 마치 악보와도 같다. 공중에서 멈춰 서 있다가, 휙! 다른 가락으로 넘어간다. 그렇다. 그건 분명히 재미있다.
그러나 빌리는 마음껏 발레를 즐길 수가 없었어요. 빌리네 가족이나 마을 사람들에게 발레는 여자에게나 어울리는 것이기 때문이었죠. 또 다른 문제는 발레가 중산층 이상이 즐기는 예술로 탄광촌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어요. 더구나 빌리 아버지와 형을 포함한 마을의 광부들이 파업을 벌여 끼니와 난방조차 힘겹게 해결하는 상황에서 발레는 사치나 다름없었지요. 여자도 중산층도 아닌 자신이 발레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빌리는 혼란스럽기만 했어요.
#이야기
마거릿 대처는 1979년부터 1990년까지 11년 동안 영국의 총리로 강력한 대내외 정책을 펼쳐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어요. 1970년대 영국은 과도한 복지 정책과 생산성 저하로 '영국병'을 앓고 있었죠. 1976년에는 IMF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는 수모를 겪었어요. 대처는 이러한 영국병을 고치기 위해 감세와 복지 축소를 외치며 긴축재정 정책을 펼칩니다. 또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공 부문의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단행했어요. 특히 탄광은 과거 영국의 부흥을 이끌었지만, 에너지 수요가 점차 석탄에서 석유와 가스로 전환되며 활력을 잃고 있었어요. 이에 대처 정부가 170여 개의 국영 탄광 중 경제성이 없는 20곳을 폐업하고 2만명의 광부들을 해고하겠다고 선언하자 탄광노조는 파업과 시위로 맞섰지요. 결국 대처는 강경 진압으로 사태를 마무리했어요.
'빌리 엘리어트'의 배경이 바로 이 시기예요. 빌리의 아버지와 형도 탄광 폐업과 광부들의 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에 참가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당시 빌리네 형편으로는 발레 교습은 물론이고 먼 도시까지 나가 오디션을 볼 경비를 마련하는 일조차 엄두를 낼 수 없었어요. 아버지와 형은 빌리에게 발레를 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습니다. 추위를 면하기 위해 피아노마저 도끼로 쪼개 땔감으로 쓰는 마당에 발레를 하고 싶어하는 빌리가 그저 철없이 느껴질 뿐이었지요.
그러나 빌리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의 도움으로 빌리는 계속 발레 교습을 받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오디션에 참가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줍니다. 결국 아버지는 빌리가 발레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고민 끝에 탄광으로 향하죠. 파업하는 동료에게 배신자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면서도 빌리에게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지요. 빌리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우여곡절 끝에 오디션에 참가해요. 빌리는 과연 발레리노가 될 수 있었을까요?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읽으며 상상해 보세요.
불이 꺼지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빌리가 등장했다. 그 애는 달리다가 잠시 멈추더니 이윽고 점프했다. 나는 빌리가 점프하는 모습을 백 번은 더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이 극장 안의 모든 눈이 지금 그 애를 향해 있고, 모든 조명이 그 애를 비추는 저 무대 위에서 빌리는 마치 하늘의 별처럼 점프했다. 언제까지나 공중에 그대로 떠 있을 것만 같았다.
[함께 생각해봐요]
빌리 엘리어트가 발레를 하는 데 장애가 된 것은 무엇인가요? 또 이러한 장애를 없애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