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유용 미생물'로 전염병 공격 막아낸다?

입력 : 2015.06.30 03:08

자원 순환하게 도와주는 '미생물'
죽은 동식물, 음식 찌꺼기 썩게 하고 몸속에선 음식물 소화·흡수 도와
유용 미생물, 이로운 미생물 수 늘려 구제역 확산 막는 데 도운 적 있어요

전국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을 막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그중 부산 기장군에서 미생물을 이용한 방역을 했다는 소식이 눈길을 끌고 있어요. 이번에 사용하게 된 미생물은 '유용 미생물(EM·Effective Microorganisms)'이라고 하는 것으로 작년 조류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미생물을 이용하여 질병을 막는다는 것일까요?

미생물 하면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 부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리지만 사실 미생물은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예요. 미생물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죽은 동식물이나 음식 찌꺼기 등을 썩게 하는 일이에요. 만약 미생물이 없다면 지구는 죽은 동식물과 쓰레기로 가득 찰 거예요. 더 큰 문제는 자원이 순환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미생물이 분해한 동식물의 사체가 흙과 섞이면 식물은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고, 그 식물은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며 초식동물은 육식동물의 먹이가 되지요. 이처럼 미생물은 자원을 끊임없이 순환시켜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게 하여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미생물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리 몸속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 몸의 세포 수는 60조~100조 개 정도인데, 우리 몸속 미생물 수는 그보다 훨씬 많다고 해요. 그렇지만 미생물은 우리 몸의 세포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전체적인 양은 1㎏쯤 된다고 해요. 우리 몸의 미생물은 다양한 역할을 해요.

우리 몸이 건강해지려면 음식을 잘 소화시켜야 해요. 아무리 좋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우리 몸이 쓸 수 있는 영양소로 분해가 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소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에는 다양한 세균이 가득 차 있어서 음식물의 소화와 흡수를 도와줘요. 세균은 이 과정에서 가스를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바로 방귀예요. 게다가 세균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비타민을 합성하기도 하지요. 놀라운 것은 하루에 약 200~300kcal 정도가 세균으로부터 만들어진 에너지라고 해요.

우리 몸속의 세균은 소화를 돕는 것 외에도 살균 작용을 하는 물질을 만들거나 다른 세균이 끼어들 틈을 막는 방법 등으로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물리치는 역할도 해요. 만약 우리 몸에 세균이 없다면? 음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힘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질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거예요. 알고 보면 우리 몸속 세균은 우리 몸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해주는 착한 일꾼인 셈이지요.

몸 밖에 있는 미생물도 우리에게 병을 일으키는 것만은 아니에요. 빵을 만들 때 밀가루 반죽을 부풀게 하는 것은 효모(이스트)인데, 효모는 곰팡이의 일종이지요. 효모는 적당한 온도에서 산소, 물, 양분만 주어지면 마치 혹이 점점 커져서 떨어져 나가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번식해요. 또한 포도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빵을 부풀게 하지요.

요구르트, 치즈, 김치 등을 발효시키는 주인공은 유산균이라고 하는 세균이에요. 유산균은 음식을 분해하면서 비타민을 합성하고 '박테리오신' 같은 항생물질을 만들어 다른 균이 살지 못하게 해요. 발효균을 사용하여 만든 음식을 오랜 시간 보존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지요. 이러한 유용한 미생물을 모아서 사람에게 유익하게 한 것이 바로 유용 미생물이랍니다.

유용 미생물이 전염병을 막는 원리는 우리 몸속 미생물이 우리 몸을 방어하는 원리와 비슷해요. 우리 몸속에 있는 미생물이 대부분 우리에게 해를 주지 않는 것처럼 지구에 존재하는 미생물은 대부분 인간에게 해롭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일부 나쁜 미생물 수가 늘어나면 평소 해롭지 않았던 미생물도 나쁜 미생물의 부패나 오염 작용을 돕게 되고, 반대로 좋은 미생물 수가 늘어나면 좋은 미생물들의 작용을 돕게 되지요.

이번 유용 미생물 살포는 바로 이로운 미생물 수를 늘려서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의 작용을 막으려는 것이랍니다. 이 방법은 특정 바이러스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메르스 바이러스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이전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해요.

생각해보면 유용 미생물을 이용한 질병 퇴치는 이로운 미생물을 이용해 해로운 미생물의 공격을 막는 방법으로, 자연의 섭리를 이용한 것이라 할 수 있어요. 그동안 인류는 병충해를 이겨내기 위해 화학적인 방법으로 강한 살충제와 약품을 만들어왔어요. 하지만 미생물이나 벌레 또한 살아남기 위해 강해져 왔고, 결국 인류는 더 강한 살충제와 약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말았지요. 변종 바이러스와 강력한 내성을 가진 수퍼 박테리아와 같은 무서운 병원체와 대항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유용 미생물과 같은 천연 방부제, 천연 살충제를 연구, 활용하는 일이 아닐까요?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에게 유용한 바이러스도 있을까요?

풀이: 바이러스는 표면 구조에 따라 특정한 생물체에게만 해를 입히는 특징이 있어요.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개에게는 감염되지 않는 것이 그런 예지요. 그런데 ‘박테리오파지’라는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지만, 세균을 만나면 세균을 감염시켜 파괴해요. 이런 특징을 이용해 학자들은 박테리오파지가 세균에 달라붙을 때 사용되는 밑부분을 변형해 다양한 세균을 파괴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해요.

[관련 교과] 5학년 1학기 '작은 생물의 세계', 5학년 2학기 '우리 몸'

조영선·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