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탈북 교사의 북한 학교 이야기] 북에서는 교내 컴퓨터 수 적어… 학생이 시험문제 직접 받아 적어요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왔어요. 한 학기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책상 앞에 앉아 시험 공부를 시작하는 친구가 많을 거예요. 북한의 학생들은 어떨까요? 오늘은 북한 학교의 기말고사 풍경을 다뤄볼까 해요.
북한에서도 시험을 여러 번 치러요. 기말고사라는 단어는 없지만 대신 1학기 기말고사에 해당하는 시험인 '학기 말 시험', 2학기 기말고사에 해당하는 '학년 말 시험'이 있죠. 북한에서는 우리나라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교육성에서 내려보낸 과정 안에 학년별 시험 과목이 정해져 있어요. 대개 시험 과목은 소학교가 김일성·김정일 어린 시절, 국어, 수학, 자연 등 대여섯 과목이에요. 중학교는 김일성·김정일 혁명 활동, 국어, 외국어, 수학, 물리, 화학 등을 치러요. 기간이 정해진 시험 외에도 수시로 평가를 해요. 각 학과목 선생님은 평상시의 태도를 점수로 매기죠. 과제 수행, 수업 중 답변, 수업 태도 등을 바탕으로 점수를 매긴답니다.
- ▲ 평양에 있는 어느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북한 고등중학교 학생들의 모습.
필기시험은 주로 간단한 단답형 위주예요. 최근 들어 객관식 문제를 일부 도입했지만,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어요. 자신의 생각을 길게 쓰는 논술형이나 서술형도 드물지요. 필기시험 날 북한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선생님께서 시험 문제를 컴퓨터로 인쇄해 학생들에게 나눠주지만, 북한에서는 선생님이 직접 불러주거나 칠판에 써줘요. 그러니 시험 문제를 불러주는 데만 적어도 10분은 걸리죠. 재미있는 것은 선생님마다 발음이 다르고, 담당하는 과목도 다르기 때문에 잘 알아듣지 못한 일부 학생이 질문하면 시간이 더 낭비된다는 점이에요. 이런 단점에도 시험 문제를 불러주거나 칠판에 적는 것은 선생님마다 컴퓨터가 없기 때문이에요. 북한 정부에서 재정 문제로 배급해주지 않아서죠. 컴퓨터는 학교당 몇 대 정도만 있는데, 대개 컴퓨터실에 비치돼 있어요. 이는 평양에 있는 학교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죠.
우리는 성적이 100점 만점 기준이지만, 북한에서는 5점 만점이에요. 제일 높은 점수가 5점, 그다음 순서로 내려가요. 전 과목 5점 만점을 받은 학생을 최우등생, 4점이 한 과목이라도 있으면 우등생, 3점이 한 과목이라도 있으면 보통생, 2점이 있으면 낙제생이라 불러요. 학년 말 시험에서 낙제를 받으면 원칙적으로 다음 학년에 올라갈 수가 없어요. 해당 학년을 다시 다닐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유급당하지 않으려고 공부한다고 해요.
북한에서는 학생별로 '성적증'이란 게 나와요. 1학년부터 졸업 학년까지 모든 학기 성적, 품행, 출석률이 다 기록돼 있죠. 학기 말 총화(방과 후 담임 선생님이 하루 일과를 마치며 훈화하는 시간) 때 이것을 나눠주는데, 이때는 반드시 학부모가 참석해야 해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성적 총화가 선생님에게 촌지를 노골적으로 바치는 시간으로 변했어요. 국가가 식량 공급도 못 해주는데 선생님께 수고했다고 학부모들이 돈과 쌀을 가져다준다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지요. 촌지는 자발적인 감사 표시가 아닌,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주는 것이에요. 안타깝게도 촌지는 미덕으로 포장돼 북한 사회 어느 곳에서나 일종의 관행처럼 이어져오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