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진으로 보는 세계] 태양의 움직임 따라 길이 달라지는 그림자… 지구의 둘레 알려주다

입력 : 2015.06.29 03:07
고운 모래 언덕인 사구(砂丘) 아래 사람들의 그림자가 보이네요. 또 다른 사진은 도심 벽면을 수놓은 가로등 아래로 길게 뻗은 그림자가 눈에 띄지요. 빛이 지나가는 경로 위에 물체가 놓이면 그것의 뒤쪽으로 빛이 통과하지 못하는 어두운 부분이 생기는데, 이것을 그림자라고 해요. 시간에 따라, 계절에 따라 길이가 달라지는 그림자를 보면 정말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며칠 전 일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6월 22일)가 지났어요. 이제 점점 태양의 고도가 낮아지면 한낮의 그림자가 예전보다 길어질 거예요.

사구에 드리운 사람들의 그림자(왼쪽). 로마의 골목길에서 만난 가로등 그림자(오른쪽).
사구에 드리운 사람들의 그림자(왼쪽). 로마의 골목길에서 만난 가로등 그림자(오른쪽). /한성필 사진작가
'햇빛이 비칠 때 그림자가 생기고, 그 길이는 시시각각 변한다'는 별로 특별할 것 없는 현상을 놓고, 이것을 이용해 큰 발견을 한 사람이 있어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의 크기를 측정했던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BC 273 추정~BC 192 추정)가 그 주인공이죠. 알렉산드리아 지역의 도서관 관장이었던 그는 우연히 도서관에 소장된 자료들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았다고 해요. '알렉산드리아 남부에 있는 시에네 지방(현재 이집트의 아스완 지역)에서는 1년 중 낮이 가장 긴 하짓날 정오에 깊은 우물 속 물 위로 태양이 비쳐 보인다'고 쓰여 있었죠. 이는 태양이 머리 바로 위에 있다는 뜻으로 그림자가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러나 같은 날 정오에 에라토스테네스가 있었던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지면에 수직으로 선 막대기에 그림자가 생긴 것이었죠. 그는 이와 같은 사실이 만약 편평한 지구에서라면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 생각했고, 지구가 곡면으로 되어 있다고 확신했답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전제 아래, 그는 하짓날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에서 막대기의 그림자를 이용해 태양빛이 수직으로 세워진 막대로부터 얼마나 기울져있는지 각도를 재었어요. 이것을 바탕으로 두 지역 간의 거리를 재서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죠. 그가 사용한 도구라고는 막대기, 눈, 발밖에 없었죠. 그러나 그의 도전 정신과 실험 정신이 있기에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어요. 그가 계산한 지구 둘레의 값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에라토스테네스가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는 데 성공하자 둥근 지구의 크기를 가늠한 용감한 선원들은 바다를 항해해 새로운 세계로 나갈 수 있다는 꿈을 꾸게 됐어요. 그리고 마침내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과 마젤란의 세계 일주로 이어질 수 있었죠. 나무 막대기 그림자나 우물 속에 비친 태양과 같은 평범한 현상을 그냥 넘기지 않고 유심히 살펴본 에라토스테네스의 호기심이야말로 세상을 바꿔놓은 작지만 위대한 시작점이 아니었을까요?



김옥선 용인 백현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