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법 이야기] 감염병 격리 거부, 사회 질서 무너뜨리는 위법행위랍니다

입력 : 2015.06.23 03:07

지난 한 달 메르스 때문에 온 나라가 뒤숭숭했어요. 그동안 여러분도 외출도 못 하고 집 안에 있는 일이 많았으리라 생각되네요. 이런 가운데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메르스가 더 퍼졌다'는 얘기가 나와요. 과연 메르스와 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우리나라에 '감염병예방법'이라는 법률이 있어요. 과거 '전염병예방법'의 이름이 바뀐 것이죠. 감염병의 발생과 유행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와 국민이 해야 할 의무를 정하고 있어요. 법 47조는 특별자치도 지사 등 지자체 장(長)들은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감염되었다고 의심되는 사람을 적당한 장소에 일정 기간 입원 또는 격리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죠.

그런데 이를 위반해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어요. 지난 14일 충북 청주에서 자가 격리자 A씨(54·여)가 야외를 돌아다니다 걸렸고 12일 서울에서는 B씨(42)가 병원에서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의료진이 말렸는데도 귀가했다가 결국 1차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 돌아왔어요. 감염병예방법은 이처럼 격리 조치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 벌금을 매겨요. 그러나 감염병의 위험성에 비해 너무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지요.

한 여학생이 자신의 증세가 메르스로 의심된다며 진료를 받기 위해 임시 격리실로 들어가고 있어요(사진 위).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감염병예방법’을 제대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메르스 방지를 위해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아래).
한 여학생이 자신의 증세가 메르스로 의심된다며 진료를 받기 위해 임시 격리실로 들어가고 있어요(사진 위). 메르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감염병예방법’을 제대로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메르스 방지를 위해 관계자가 방역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아래). /이진한 기자·오종찬 기자

병원에서는 환자 이송 요원이 메르스 증세가 나타난 상태에서 9일 동안 병원 곳곳을 돌아다녀서 문제가 됐어요. 이 법 5조는 의료 기관은 감염병의 발생 감시 및 예방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도록 정하고 있어요. 병원이 좀 더 철저하게 메르스 증세를 점검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죠.

감염병예방법은 법정 전염병을 발견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사람은 벌금 2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어요. 의료 기관에 감염병에 대한 적극적인 발견 의무를 부과한 것이지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이른바 에이즈 예방법)은 치료를 거부하거나 신고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법정형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있죠. 그런데 실제 처벌은 이보다 더 가벼워요. 지난 2012년 법정전염병인 '유행성이하선염'을 진단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경기도의 한 의사는 지난 5월 수원지법에서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답니다.

최근에는 자가 격리를 소홀히 한 것을 넘어서 메르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환자가 '메르스를 퍼뜨리겠다'며 의료진에게 막말하고 병원을 뛰쳐나오기도 했어요. 만일 이 사람이 고의로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려 했다는 점이 증명된다면 감염병예방법이 아니라 형법상 중상해죄로 처벌될 수도 있죠. 형법 258조는 '신체를 상해하여 불구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한 사람'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 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한편 삼성서울병원 부분 폐쇄에 따라 이곳에 있던 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찾고 있어요. 다른 병원에서는 메르스 감염 우려 때문에 이 환자들을 피한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어요. 의료법 15조는 '의료인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응급의료법 역시 응급 환자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어요.

적극적으로 의심 환자를 신고하고, 격리 수칙을 지키는 등의 행동은 단순히 도덕적 의무가 아니라 실정법에 정해진 사항이에요. 따라서 질병으로부터 사회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관련 법을 잘 지켜야겠지요.

 
양은경·법조전문기자·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