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우린 서로 친구인데 싸울 필요 없잖아"
[71] 로버트 웨스톨 '작은 요새의 아이들'
- 2차 세계대전 영국 작은 마을 이야기
전쟁 물품 수집 즐긴 주인공 채스, 기관총 발견해 친구와 요새 만들어
부상당한 독일군 루디 도와주게 돼… 적이 아닌 전우처럼 서로 의지해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베트남전쟁(1960~1975), 이란·이라크전쟁(1980~1988) 등 20세기 100년 동안 인류는 자국의 이익 때문에 많은 전쟁을 일으켜 왔어요. 안타깝게도 그 전쟁은 멈추지 않고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지요.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2010년에 발표한 '군비· 군축 국제 안보 연감'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1년에 1000명 넘는 희생자를 낳은 전쟁이 해마다 15건 안팎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해요.
청소년 문학의 거장이라는 로버트 웨스톨은 열두 살 된 아들에게 자신이 직접 겪었던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작은 요새의 아이들'을 발표했어요. 1941년 영국 북동쪽에 있는 가머스 마을은 정기적으로 독일군의 폭격과 공습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주인공 채스를 비롯해 마을 아이들에게는 탄피, 포탄 등 전쟁 잔해물을 수집해 자랑하는 것이 즐거운 놀이기도 해요.
- ▲ 그림=이병익
"아, 다른 놀이가 생각났다. 그는 묘지기와 홍당무와 같이 참호에 있다. 검은 기관총이 그의 손안에서 거칠게 반동하면서 검은 폭격기들을 향해 오렌지빛 불꽃을 쏘아 댄다. 그리고 그 총탄은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명중한다. 폭격기들이 폭발하고, 이제 비명을 지르며 몸이 반 토막 나는 건 그 폭격기에 탄 사람들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아, 괜찮은 놀이인걸. 폭격기들은 아무리 애를 써도 채스에게 다가오지 못한다. 그가 가진 검은 기관총이 선제공격으로 그들을 지옥불 속으로 떨어뜨린다."
그런데 채스의 상상이 현실이 되었어요. 독일 폭격기 한 대가 자기들 요새로 가까이 날아오자 기관총을 쏘아 댄 것이지요. 폭격기에 타고 있던 독일군 루디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부상을 당하고 말아요. 지친 몸을 이끌고 헤매던 루디는 우연히 아이들의 요새를 발견하고 아이들의 도움까지 받으면서 점점 회복해 가요. 더구나 루디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전쟁을 일으키는 어른들과 달리 웃음과 즐거움이 있는 요새의 아이들에게서 친밀한 유대감과 인간애를 느끼죠.
"이 아이들은 웃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는다는 점에서 특이했다. 아, 토론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싸움으로 번지거나 화를 벌컥 내며 나가는 일은 없었다. 그들은 마치 폭격기에 함께 탄 전우처럼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 같았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 그 방공호에는 웃음과 즐거움과 친절한 아이들이 있었다."
- ▲ 청소년을 위한 수많은 작품을 남긴 작가 ‘로버트 웨스톨’의 모습이에요. /Bookengine
아이들과 루디는 적이 아닌 친구로서 서로 위험에서 보호해 주는 관계가 되지요. 하지만 이들을 찾아낸 마을 어른들과 부모들은 서로를 탓하며 아이들을 격리하기에 급급하고 말아요. 이런 어른들을 대신해 아이들은 서로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며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됩니다.
"클로거하고 니키를 같은 고아원에 보내 주실 수 있나요? 니키는 클로거가 있어야 해요."
"우리가 루디한테 편지 쓸 수 있게 해 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루디의 상태도 알려 주세요."
오래전부터 인류는 끊임없는 경쟁과 탐욕으로 전쟁을 일으켜왔어요. 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과 아이들이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하기도 하고, 난민과 기아 등 비인도적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죠. 어찌 보면 인간은 비극을 만들어내는 주체예요. 그럼에도 인류가 계속해서 삶을 이어가는 것은, 작품 속 아이들처럼 인간이 사랑을 실천하며 평화를 희망하는 존재이기 때문이 아닐까 해요.
#이야기
이 작품에서도 보듯이 전쟁은 언제나 전쟁을 벌인 당사자들보다 무고하고 평범한 사람들을 처참하게 하지요. 영국의 시인인 토머스 하디는 자신의 시 '그가 죽인 사람'에서 이런 전쟁의 부조리와 모순을 지적해요. '어느 허름한 옛 주막에서/ 그와 내가 만났더라면/ 우리는 마주 앉아 술잔을 여러 번 기울였을 것이다// 하지만 군인이 되어/ 서로 마주 노려보며/ 그는 나를 쏘고/ 나는 그를 쏘아 죽였다// 그도 나처럼 불쑥/ 군대나 가 볼까 생각했겠지/ 실직도 했겠다, 살림살이는 팔았겠다/ 다른 이유는 없었을 거야// 그래, 전쟁이란 참 이상해/ 서로 사람을 쏘아 죽이지/ 술집에서 만나면 술도 사고/ 푼돈이라도 쥐여 줄 사람을.'
고통과 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삶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그 어떤 이유에서라도 전쟁을 일으켜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전쟁의 공포 속에 살아가서는 안 돼요. 모두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봐요.
[함께 생각해봐요]
우리는 전쟁과 폭력이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작품 속 요새의 아이들을 참고해 생각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