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진으로 보는 세계] 사탕수수로 이어진 인연 쿠바, 요즘 한류 열풍 뜨거워요
낡은 유럽식 주택이 촘촘히 들어선 골목.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곳은 카리브해의 진주라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예요. 대문호인 헤밍웨이가 머물며 '노인과 바다' 등을 집필했던 장소로도 유명한 곳이죠.
한때 쿠바 경제의 중심이었던 사탕수수 산업은 우리나라와도 긴밀한 연관이 있어요. 현재 쿠바에는 약 1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한인 후손이 살고 있죠. 이들의 조상은 일제강점기인 1921년 멕시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쿠바로 이주한 한인들이랍니다. 이들은 열악한 사탕수수 농장의 환경에서 힘들게 일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열망했다고 해요. 이들이 모금한 독립운동자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후원하는 등 독립을 위해 아주 요긴하게 쓰였죠. 더불어 쿠바 정부도 6·25전쟁 때 대한민국에 경제적 지원을 해주었어요.
- ▲ 아바나 시내의 주택가 골목길. /한성필 사진작가
하지만 이렇게 가까웠던 쿠바 관계는 1960년 쿠바가 북한과 수교를 맺음으로써 멀어졌어요. 우리나라와 국교도 단절되었고요. 이는 1959년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가 주도한 사회주의 혁명과 함께 쿠바가 아메리카 대륙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로 탈바꿈했기 때문이죠. 냉전 시대는 종식되었지만, 쿠바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진 미국의 경제 봉쇄 정책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어요. 이에 물자가 부족해진 쿠바인들은 남은 자원을 아끼고 고쳐가며 사용했어요. 시내를 달리는 오래된 자동차는 경제 봉쇄 전인 1950년대 들어온 미국산 자동차이고, 수백 년 된 낡은 건물들은 독특한 색채로 덧칠하며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죠. 이 오래된 자동차와 건물들은 쿠바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으로 자리 잡게 됐답니다.
- ▲ 시내에서 만난 쿠바 사람들. /한성필 사진작가
이렇게 지구에서 가장 고립됐던 쿠바에서 요즘 한류 열풍이 뜨겁다고 해요. 많은 쿠바인이 한국어 배우기를 희망하고, 한국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죠. 우리나라와 쿠바 양국 간 공식적인 외교 관계는 단절됐지만, 민간 차원의 경제·문화 교류는 지속적으로 이어진 덕분이에요. 특히 한국 드라마와 K팝 등은 쿠바인들에게 미지의 세계인 한국을 알리는 일등 공신이랍니다. 쿠바 내의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우정 클럽'이라는 단체에서는 나이를 불문하고 매달 200여 회원이 만나 함께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본다고 해요.
- ▲ 우정클럽에서 만난 쿠바의 한류 팬들. /한성필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