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우주를 사랑한 화가… 화폭에 별을 수놓다
천문학에 관심 많았던 예술가… 감성·관찰 더해 그림 속 조화 이뤄
북두칠성 옆 불꽃처럼 터지는 별빛, 1200여개 별 담겨있는 밤하늘 등
생생한 천체 표현한 걸작이랍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은 신비하고 경이로운 존재예요. 그래서 많은 사람은 별을 사랑하지요. 별에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주곤 해요. 희망의 별, 꿈의 별, 사랑의 별, 성스러운 별, 영원의 별이라고 말이지요. 신비하고 경이로운 존재인 별을 예술가들은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작품 1은 17세기 독일의 화가 아담 엘스하이머가 그린 밤 풍경화예요. 그림의 주제는 성서에 나오는 '성가족의 이집트로의 피신'에서 가져왔어요. 유대의 왕 해롯이 아기 예수의 탄생 소식을 듣고 예수를 죽이려고 하자 성가족(聖家族)인 요셉, 마리아, 아기 예수는 이집트로 도망간 내용이지요. 그림 가운데 성가족이 보여요. 요셉은 어둠을 밝히는 작은 횃불을 들고 있네요. 왼쪽에서는 양치기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어요. 이 풍경화는 서양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요. 별자리와 은하수, 달의 표면까지도 화폭에 표현한 최초의 밤 풍경화로 평가받고 있거든요.
- ▲ 작품 1 - 아담 엘스하이머, 이집트로의 피신, 1609년.
독일 출신 미술사가인 플로리안 하이네는 그림 속 밤하늘에서 1200여개의 별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어요. 엘스하이머는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한 경험도 많았던 것 같아요. 사선구도를 적용해 그림의 절반가량을 밤하늘이 차지하게 한 것도 자신이 직접 관찰한 천체를 좀 더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서였죠.
네덜란드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프랑스 아를에 있는 론강의 밤 풍경을 그린 작품 2에서는 북두칠성을 발견할 수 있어요. 신기하게도 그림 속 밤하늘을 보면 별이 깜박거리는 것 같고 축제의 불꽃놀이처럼 별이 허공에서 펑펑 터지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이런 독특한 별빛 효과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요? 비밀은 반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담겨 있어요.
- ▲ 작품 2 -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888년.
"나는 론강변에 앉을 때마다 목 밑까지 출렁거리는 별빛의 흐름을 느낀다. … 별은 나의 심장처럼 퍼덕거리며 계속 빛나고 캔버스에서 별빛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흐는 눈에 비친 별빛을 소리로 들을 만큼 공감각적 능력이 뛰어난 화가였어요. 그러나 시각의 청각화만으로 이 그림이 태어나지는 않았어요. 그는 천문 전문 잡지를 즐겨 읽을 만큼 천문학에도 관심이 많았죠. 천문학자들은 이 풍경화에 나타난 북두칠성과 그 주변의 별들이 천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이라 말해요. 그만큼 정확하게 별자리를 그렸다는 뜻이지요. 이 풍경화는 예술가의 감성과 관찰력, 천문학적 지식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걸작이 된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이성자 화가는 태양계의 일곱째 행성이며, 토성의 바깥쪽을 공전하는 천왕성을 작품 3에 표현했군요. 이성자 화가는 수십 년 동안 우주를 주제로 그림을 그렸는데 이 작품은 그중 하나예요. 이 그림은 천왕성에 세워진 도시에서 봄 축제가 열린다고 상상하면서 그린 것이죠. 천왕성 축제에 초대받은 별과 행성들이 화려한 옷을 입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축제를 즐기고 있네요. 그림의 배경은 우주이며, 강렬한 원색들은 우주의 수많은 별과 은하수를 나타내고 있어요. 원과 원을 둘로 나눈 반원(半圓)은 행성들을 표현한 것이고요. 그렇다면 왜 행성을 반원으로 표현했을까요? 색동 문양으로 반원의 테두리를 장식한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반원은 우주를 움직이는 근원적인 힘인 '음'과 '양'을 상징해요.
- ▲ 작품 3 - 이성자, 천왕성의 도시 4월 2, 2007년.
동양 사상에서는 만물을 창조하는 생명의 원천을 음과 양으로 보고 있죠. 이 둘은 표면적으로 서로 반대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하나예요. 이성자 화가는 우주의 기본 질서와 원리는 음과 양이 서로 짝을 이룬 균형과 조화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음양의 화합에 의한 우주의 보편적 진리를 그림에 표현하고자 반원을 만든 것이죠. 한편 색동은 기쁨과 행복, 즐거운 감정을 의미해요. 우리의 전통 풍속에서 명절이나 축하할 만한 기쁜 일이 있을 때 색동옷을 입거든요. 그래서 동양 사상과 우주적 시각, 인간의 소망이 결합한 아름다운 추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답니다.
- ▲ 작품 4 - 조토, 동방박사의 경배, 1304-1306.
정호승 시인은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 마음속에 있는 그 별을 빛나게 해주는 일이다"라고 얘기했어요. 우리 마음속에도 수많은 별이 반짝일 수 있도록 우주처럼 크고 넓은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