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라이너스 폴링(1901~1994)은 노벨 화학상과 노벨 평화상을 탄 미국의 과학자예요. 그전까지 한 분야에서 두 번 수상하거나 공동으로 두 번 수상했던 적은 있었지만, 홀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노벨상을 탄 인물은 그가 유일해요. 분자 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폴링은 '아인슈타인에 버금가는 천재 과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폴링은 미국 오리건 주의 소도시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유난히 책을 좋아했어요. 게다가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책을 읽어 얻은 지식을 실험해 봐야 직성이 풀렸죠. 갖가지 실험으로 풍부한 과학 지식을 지니게 된 폴링은 대학에 가서 화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어요.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대학에 너무 가고 싶었던 폴링은 결국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직접 대학 입학금을 모으기 위해 일하며 공부를 병행했죠. 오랜 노력 끝에 결국 오리건 주립대학에 합격했어요. 게다가 학교에서 폴링은 능력을 인정받아 4학년 때는 강단에 서서 신입생들에게 강의했고, 20대의 어린 나이에 대학 교수로 임명됐어요.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부분은 물질의 구조였어요. 세상의 모든 물질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이것은 화학의 바탕이 되는 중요한 질문이죠. 폴링은 연구를 통해 물질을 이루는 요소인 '원자'가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새로운 방법으로 설명했죠. 원자와 분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커다란 세계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예요. 폴링은 원자들이 모여 분자를 이루고, 이러한 분자들이 모여 이 세상 모든 구성물질을 이뤄가는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 결합 방법을 설명했죠. 폴링의 연구는 현대 화학의 기둥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이 이론을 통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어요.

그 밖에도 폴링은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내고, 적혈구가 변형돼 발생하는 유전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업적을 쌓았는데, 특히 대중에게 그의 이름을 알린 건 비타민 C에 관한 연구예요. 폴링은 '비타민 C와 감기'라는 책을 통해 권장량보다 훨씬 많은 1000㎎ 이상의 비타민 C를 섭취하라고 했죠. 그의 주장은 순식간에 인기를 얻어 비타민 열풍을 몰고 왔어요.

한편 폴링은 생명의 신비를 알려 줄 DNA 연구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폴링이 연구를 시작할 무렵인 1940년대는 2차 세계대전 시기였죠. 그리고 미국의 원자 폭탄이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를 덮쳤고, 이 두 지역은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 버렸어요. 전쟁은 미국을 포함한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폴링은 큰 충격을 받았어요. 원자 폭탄의 원동력인 핵은 사람들의 질병을 치료하고 전기를 만드는 등 이로운 점도 있지만, 한번 잘못 쓰이면 수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희생되고 지구 전체를 병들게 하는 거예요.

과학 기술이 사람을 해치는 데 사용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 폴링은 원자폭탄 사용을 반대하는 과학자들과 반핵 운동을 벌였죠. 반핵 운동은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지만, 당시 핵실험을 주도하던 미국 정부와 기업에 폴링은 눈엣가시가 되었어요. 결국 교수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등 압박을 받았죠.

계속되는 핍박에도 폴링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어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강의하고 책을 써서 핵의 위험을 세계에 알렸죠. 이런 그의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어요. 1963년 미국은 영국, 소련과 함께 육지에서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에 서명했죠. 그리고 폴링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답니다.


[1분 상식] 핵실험 금지 조약이란 무엇인가요?

1963년 미국과 영국, 소련의 외무장관이 모스크바에 모여 핵폭발로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핵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요. 이 3개국이 맺은 조약은 1963년 10월 10일부터 효력이 발생했어요. 하지만 이 약속은 핵실험의 공포를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핵 보유량을 줄이고 핵무기를 함부로 만드는 것을 규제하는 조약을 맺었으며, 더 나아가 1996년에는 핵실험을 완전히 금지하는 조약을 맺었어요. 이것이 바로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