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위생·건강관리 '병원체' 방어 기능 높여줘요

입력 : 2015.06.09 03:06

사람·동물 병 일으키는 '병원체'… 작은 크기 때문에 공기 전파 쉬워
사람마다 면역능력 차이 있지만 구조 변화하는 바이러스 대비해 예방주사·손 씻기 등 필요해요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게다가 잘못 배달된 탄저균 사태로 그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지요. 그도 그럴 것이 의학이 발달하기 전, 항생제나 백신이 없었던 시대에는 전쟁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이 이와 같은 세균, 바이러스였으니까요.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물질을 '병원체'라고 해요. 세균, 곰팡이, 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인 예지요. 이 중, 전염성을 가지고 수많은 사람을 감염시키는 병원체는 대부분 세균과 바이러스예요. 이번 사태를 일으킨 메르스는 바이러스이고, 탄저균은 세균이지요. 세균과 바이러스는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큰 차이를 가지고 있어요. 세균은 세포로 돼 있으며 스스로 먹이 활동을 하고 번식하므로 생물에 속하지만, 바이러스는 달라요. 숙주(宿主·감염시킬 생물)에 들어간 다음에는 자신을 복제하여 번식할 수 있지만, 숙주와 떨어져 있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순한 단백질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이에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이러한 세균과 바이러스가 전염되기 쉬운 이유는 단 몇 마리에 의해 감염이 되어도 짧은 시간 안에 온몸에 퍼질 정도로 빠르게 번식할 수 있고, 크기가 매우 작아 감염자가 재채기만 해도 공기 중에 쉽게 퍼진다는 점 때문이에요. 이렇게 퍼진 병원체는 호흡기를 통해 쉽게 다른 이들의 몸속으로 침투할 수 있지요.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가족 중에 감기에 걸린 사람이 있어도 구성원 모두가 감기에 걸리지는 않지요? 그것은 사람마다 병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 능력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면역이란 인체가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체나 이물질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현상을 의미해요.

인체의 면역은 크게 선천적 면역계와 후천적 면역계로 구분돼요. 우선 선천적 면역계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기본적으로 가지는 능력이에요. 우리 몸의 피부는 외부의 이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지요. 또한 코와 입을 통해 이물질이 들어가면 저절로 기침과 재채기를 해 그것을 몸 밖으로 내보내요. 눈에 이물질이 들어갈 때도 눈물을 흘려보내 씻어내고요. 상처가 났을 때는 혈액 속의 백혈구가 상처를 통해 들어온 병원체와 싸우죠.

반면 후천적 면역계는 병원체의 특징을 기억하고 인식해 퇴치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병원체가 몸 안에 침투하면 백혈구의 일종인 림프구가 그 병원체와 딱 맞게 결합할 수 있는 특정 물질을 만들어내요. 이때, 병원체를 '항원'이라 하고, 림프구가 항원에 반응하여 만들어낸 물질을 '항체'라고 하는데, 항체가 항원과 결합하면 항원이 파괴되거나 독성이 약해져 백혈구가 쉽게 잡아먹을 수 있는 상태로 바뀌지요. 그리고 림프구는 한 번 싸워 이겼던 병원체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은 병원체가 다시 몸속으로 들어오면 빠르게 항체를 만들어 퇴치할 수 있어요.

즉, 살아가는 과정에서 길러지기 때문에 '획득면역'이라고도 부르지요. 이러한 후천적 면역계의 특징을 이용한 것이 바로 예방주사예요. 예방주사의 원리는 유행이 예상되는 병원체를 미리 몸속에 주입해 인체가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익히게 하는 것이지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이러한 획기적인 대처 방법이 있음에도 왜 우리는 여전히 전염병의 공포에 시달려야 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병원체를 퇴치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처럼 병원체 또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변화시키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독감 예방주사를 매년 맞아야 하는 이유도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짧게는 1년, 길게는 10~40년을 주기로 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고요.

이렇게 구조에 변화가 생기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새로운 바이러스로 인식하기 때문에 항체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지요. 그런데 더욱 무서운 점은 동물에게만 전염되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피해를 줄 수 있도록 변형된 경우예요. 지난해 말의 에볼라나 최근의 메르스는 동물에게만 전염되던 바이러스가 인간 바이러스로 변한 예지요.

바이러스는 종류마다 표면의 구조가 달라서 그 표면 구조에 딱 맞는 세포를 만나야 활동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예외도 있어요. 조류인플루엔자는 처음에는 조류에만 감염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을 일으켜 사람을 포함한 개, 돼지 등의 포유류도 감염됐죠. 놀라운 사실은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바이러스의 75%가 동물에게서 유래했다는 점이에요. 후천적 면역계를 마비시키는 AIDS는 원숭이, 에볼라는 박쥐, 메르스는 낙타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지요. 이러한 변화 때문에 어쩌면 인류와 전염병의 싸움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도 개인위생 수칙과 건강 수칙만 잘 따른다면 인체의 기본적인 면역 기능만으로 물리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에요. 평상시 손을 자주 씻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병원체가 몸으로 침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니 평소 위생 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함께 생각해봐요]

후천적 면역계의 중심 역할을 하는 림프구에는 B림프구와 T림프구가 있다고 해요. 각 림프구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세요.

풀이: B림프구는 병원체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 침입해 온 병원체(항원)를 제거해요. 하지만 세포가 균에 감염될 때는 항체도 균 속으로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때는 T림프구가 나서서 감염된 세포를 직접 죽여 항원을 제거해요. B림프구가 똑똑한 지휘관이라고 한다면 T림프구는 용감한 장수라고 할 수 있지요.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우리 몸'

조영선·과학 학습 도서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