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법 이야기] 국기 훼손, '해서는 안 될 일' 아닌 엄연한 '범죄'랍니다
입력 : 2015.06.09 03:06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 참석했던 한 20대 남성이 태극기에 불을 붙였어요. 당시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을 모독했다'고 분노했죠. 이후 이 남성은 경찰 조사를 받았고 법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지난 2일 기각됐어요. 이 남성은 법적으로 어떤 잘못을 했을까요? 그리고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됐다고 하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형법 105조는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 또는 국장을 손상 또는 제거 또는 오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정하고 있어요. 바로 '국기 모독죄'죠. 즉, 태극기를 태운 것은 단순히 '해서는 안 될 일'이 아니라 엄연한 '범죄'인 것이에요. 다만 국기 모독죄의 존재 자체에 대해 논란이 있기는 해요. 국기를 태우는 것 또한 표현의 자유라서 이것까지 형사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지요.
- ▲ 세월호 관련 집회 현장에서 태극기를 불태운 참가자의 모습이에요. 그는 ‘국기 모독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았어요. /채널A 캡처
이번 사건의 경우도 결국 '목적'이 문제가 될 듯해요. 이 20대 남성은 "국가나 국기를 모욕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공권력을 남용하는 일부 권력자에게 태극기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주장하고 있죠.
그는 지난달 29일 경찰에 체포됐고 경찰은 "도주 과정에서 집회 당시 입었던 옷과 신발을 버리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있고,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아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어요. 쉽게 말해 구속영장은 도망갈 염려가 있거나 범죄의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큰 경우, 그 사람을 가두어 둘 수 있도록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에요. 법원은 실제로 그런 가능성이 있는지를 놓고 구속할지를 판단하지요.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면 영장이 발부되고, 그렇지 않으면 기각됩니다. 즉 구속영장이 발부되는지는 원칙적으로는 유무죄와 직접 관련은 없어요.
이에 대한 법원의 답은 이래요. "피의자가 집회 현장에서 매우 흥분된 상태에서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국기를 태우는 행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봤어요. 그러면서 "계획적, 조직적으로 범행했다고 볼 수 없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이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죠.
앞서 본 대로 법적으로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구속영장 발부를 판단하는 판사는 유무죄를 판단하는 판사와는 다른 사람이에요. 하지만 '흥분된 상태에서 우발적이고 충동적으로 국기를 태웠다'는 표현은 국기 모독죄가 성립하기 위해 필요한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과는 거리가 있어 보여요.
유무죄의 판단과 옳고 그름의 판단은 또 다른 문제예요. 설사 나중에 무죄가 나오더라도 그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되기는 어렵죠. 그의 '표현의 자유'는 나라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으니까요. 이 사건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가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 모두 생각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