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리더] 기존 글쓰기 방식 깨버린 여성주의 문학의 대모
[68] 버지니아 울프
- ▲ ‘의식의 흐름’이라는 소설 기법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영국의 소설가 겸 비평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새로운 방식의 글쓰기로 시대를 앞서간 여성 문학의 대모예요. 그의 소설은 난해하기로 유명하지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죠. 버지니아 울프는 영국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유명한 문학평론가였는데, 워낙 바빠서 집에 들어오면 아이들과 놀아줄 틈이 없었다고 해요. 내성적이고 예민한 성격이었던 버지니아는 또래들과 어울리는 대신 아버지의 서재에 틀어박혀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버지니아는 영리했지만, 그 당시 영국은 남녀 차별이 있었기 때문에 정식 학교에서 교육받지 못했죠. 하지만 버지니아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웠고, 어릴 때부터 혼자서 공부하며 실력을 쌓았어요. 버지니아는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면서 남자를 우선시하는 가부장적인 집에서 독립하겠다고 마음먹어요. 하지만 버지니아에게는 독립에 필요한 경제적인 기반이 없었죠. 그래서 다른 사람의 글을 대신 써 주는 대필 작가 일을 시작해요.
당시 케임브리지대학에 다니던 친오빠는 친구들을 집에 데려와 토론하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들이 바로 '블룸즈버리 그룹'으로 알려진 젊은 지식인들의 모임이에요. 유명한 소설가 E.M 포스터,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 T.S 엘리엇 등 20세기 영국 사회문화의 개척자들이 이 그룹의 구성원이었죠.
비록 정규교육을 받은 적 없는 버지니아였지만 어려서부터 열심히 공부해 온 덕분에 그들과 당당하게 어울렸답니다. 그러던 중, 버니지아는 블룸즈버리 구성원 중 한 명이었던 레너드 울프의 청혼을 받아요. 레너드는 좋은 남편이었고, 자신보다 그녀의 작품 활동을 우선해줬어요. 덕분에 버지니아는 안정적인 상태로 글쓰기에 몰입할 수 있었죠.
버지니아 울프는 오랜 기간 노력한 끝에 첫 작품 '출항'을 출간해요. 레이첼이라는 여성이 여행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로, 소설 속 주인공은 버지니아의 모습이기도 했죠. '출항'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었고, 평단의 호평도 이어졌죠. 버지니아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고 글쓰기를 거듭했어요.
하지만 이후 그녀가 쓴 소설은 그 어떤 출판사에서도 출간하겠다는 허락을 받지 못했어요.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에요. 괴로워하는 그녀를 위해 그녀의 남편은 '호가스'라는 출판사를 차려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제목의 소설책을 내줬어요. 이 소설은 가부장적 사회 제도 안에서 '완벽한 안주인'으로서 소임을 다해 화목한 가정을 일구는 댈러웨이 부인이 하루 동안 겪는 일을 '의식의 흐름' 기법에 따라 실험적으로 구성한 것이었죠.
이후 버지니아의 명성이 높아지자 칼럼과 평론, 에세이 청탁이 이어졌어요. 출판사 일과 집필, 강연회 등으로 분주하던 버지니아의 건강은 점점 나빠졌고, 원래 예민하던 그녀의 정신도 점점 불안정했지만, 그 와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어요. 이후 '등대로' '올랜도' 등 그녀만의 작품 세계가 잘 드러난 소설을 잇따라 출간했어요.
버지니아가 연이어 쓴 소설과 에세이의 내용은 페미니즘 운동과 맞닿아 있었어요. 제국주의나 가부장제에 대한 거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 생각을 글 속에서 드러낸 거예요. 특히 에세이 '자기만의 방'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훗날 페미니즘의 대표작으로 인정받게 돼요.
[1분 상식] '의식의 흐름' 기법이란 무엇인가요?
특별한 줄거리 없이, 등장인물의 생각이나 느낌에 따라 진행되는 소설의 기법을 말해요. 어떤 정해진 틀을 가진 것이 아니라 두서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따라 줄거리가 흘러가므로,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순차적인 방식을 따르지 않아요. 논리적인 진행 없이 등장인물의 생각에 따른 독백이 툭툭 튀어나오기 때문에 글을 읽는 사람들은 혼란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20세기 소설에 이 기법이 자주 사용되었는데, 이는 프로이트 이래 큰 영향을 끼친 인간의 의식을 소설에반영해 보고자 했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