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개념쏙쏙! 수학] 씨름 구경하는 사람의 수, 모두 계산된 것이다?

입력 : 2015.06.04 03:06

밤과 낮 각각 12시간·1년 12달 등 12, 동서양에서 완전한 숫자로 여겨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 작품 '씨름'
대각선 사람 수, 음양의 조화 접목해 그림 속 수학적 원리 숨겨놨답니다

김홍도의 씨름도
/위키피디아

"와. 먹과 붓만으로 이렇게 멋진 그림이 만들어지다니 동양화는 보면 볼수록 신비로워요."

아빠와 함께 동양화 전시회에 온 하준이가 그림들을 보면서 감탄했어요.

"우리 하준이가 동양화의 매력에 푹 빠졌구나? 동양화는 서양화보다 사용하는 색채의 수가 적지만 농담(濃淡), 즉 옅고 진한 정도를 잘 활용하여 대상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또한 동양화에서 사용하는 붓은 대체로 두꺼운데, 이렇게 두꺼운 붓은 손의 힘을 잘 조절하면 다양한 두께의 선을 그릴 수 있어."

"동양화를 보니 갑자기 예술은 수학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학에서 1+1=2인데, 동양화에서는 1가지 재료에 1가지 재료를 더해 끝없는 작품을 만들어내니까요."

"오. 우리 하준이가 벌써 그런 철학적인 생각을 하다니 놀라운걸? 맞아. 예술 작품은 작가의 생각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생각이란 한계가 없으니까. 그런데 작가 중에는 자신의 그림을 수학적인 구조로 그리는 경우도 있어."

"수학적인 구조요?"

"그래. 사실 그림과 수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야. 사물의 모습은 도형으로 되어 있고, 도형을 연구하는 것 또한 수학이기 때문이야. 예를 들어 인체를 잘 그리기 위해서는 머리의 길이를 1이라고 했을 때, 나머지 몸의 길이를 6~8 정도로 그리고, 팔을 펼쳤을 때의 양팔 사이의 길이가 키와 비슷하게 그려야 하지."

"아하. 여기 만화 같은 그림도 있네요! 씨름하는 사람과 그 모습을 구경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주 재미있어요."

"오. 김홍도 화백의 작품'씨름'이구나. 이 그림은 풍속화 중에서도 수학적으로 매우 특별하단다."

"수학적으로 특별하다고요?"

"그래. 우선 구도를 보면 서양의 원근법과는 달리 평면적으로 표현했지만, 사람들을 원형으로 배치하고 시선을 원의 중심 쪽에 두도록 하여 씨름을 하는 인물을 강조하고 있어."

"아. 정말 그러네요? 그런데 장사를 하는 사람은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데요?"

"그건 인물들의 동작을 역동적이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야. 하준아.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한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그 사람이 바라보는 쪽으로 본 경험이 있지?"

"네. 친구와 놀다가 친구가 제 뒤쪽을 보기에 저도 따라 뒤쪽을 봤다가 친구의 장난에 속은 적이 있어요."

"맞아. 그래서 김홍도는 장사꾼의 시선을 다른 인물들의 시선과 반대로 해서, 그림을 보는 사람이 눈을 이리저리 움직이도록 유도한 것이지."

"와. 그런 비밀이 숨어 있었구나. 정말 놀라워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창우

"아직 놀라긴 이르지. 자, 수학에서는 수평선과 수직선이 만나는 지점을 원점이라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네 부분으로 나뉜 부분을 오른쪽 윗부분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1사분면, 2사분면, 3사분면, 4사분면이라고 해. 그것을 이 그림에 적용하면, 각 부분의 사람 수는 어떻게 되지?"

"1사분면에는 5명, 2사분면에는 8명, 3사분면에는 5명, 4사분면에는 2명이에요."

"그래. 그럼 각 대각선에 있는 사람의 수를 모두 더해 보렴."

"5+2+5=12명이고 8+2+2=12명. 어? 모두 12명이네요?"

"그래. 예로부터 동양이나 서양이나 12는 완전한 수로 여겨왔어. 밤과 낮이 각각 12시간이고 1년도 12달이지."

"아하. 작가는 이 그림 속 인물들의 수로 완전한 수를 표현한 거군요?"

"맞아. 인물의 수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어. 1·2사분면의 사람 수와 3·4사분면의 사람 수를 구해보렴."

"1·2사분면의 사람 수는 13명, 3·4분면의 사람 수는 7명이에요. 여기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동양에서는 홀수는 양(陽)으로 남자와 빛 등을 의미하고, 짝수는 음(陰)으로 여자와 어둠 등을 뜻하기 때문에 음양이 함께 있어야만 조화롭다고 여겼지. 이때 13과 7은 각각 짝수와 홀수가 더해진 조화로운 수에 속해. 그런데 13과 7에는 신비한 비밀이 또 있어. 하준아, 똑같은 동전들이 있을 때 하나의 동전을 완벽하게 둘러싸려면 동전이 몇 개 있어야 할까?"

"글쎄요. 제 주머니에 100원짜리 동전들이 있으니 직접 해 볼게요. 음. 동전 6개로 정확하게 둘러쌀 수 있네요."

"그럼 그 동전들을 모두 더하면 몇 개지?"

"7개요. 아. 3·4사분면의 사람 수와 같네요?"

"그래. 최소한의 둘레로 최대의 넓이를 갖는 도형인 원은 오래전부터 완벽한 도형으로 여겨왔지. 원은 같은 크기의 원 6개로 정확히 둘러쌀 수 있기 때문에 7이란 수에도 완전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어.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원의 중심을 통과하는 직선을 축으로 회전하여 만들어진 입체도형인 구(球)의 경우, 하나의 구를 똑같은 크기의 구들로 둘러싸기 위해서는 12개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야. 가운데 있는 구와 합하면 전체는 13이 되지. 그래서 7은 평면적인 수, 13은 입체적인 수로 여기기도 해."

"와. 정말 신기해요. 김홍도란 화가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 싶네요."

[함께 생각해봐요]

아래 빈칸에 1~9까지의 수가 중복되지 않도록 채워서 가로, 세로, 대각선에 있는 세 수의 합이 모두 같은 수가 되도록 해보세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풀이: 윗줄부터 오른쪽으로 순서대로 9, 2, 3, 7, 8, 6을 넣으면 가로, 세로, 대각선에 있는 세 수의 합이 모두 15로 같아집니다. 이처럼 가로, 세로, 대각선 위에 놓인 세 수의 합이 모두 같아지는 수의 표를 마방진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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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어린이 수학 전문 저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