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지난 5월 9일, 러시아는 제70회 전승 기념일을 맞았어요. 전쟁에서 승리한 1945년부터 해마다 5월 9일을 기념하고 있죠. 매년 기념일에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서 각종 무기와 전차, 의전용 군복을 차려입은 수많은 병사와 전투기들의 퍼레이드와 축하 행사가 벌어져요. 올해는 70주년을 맞아 더욱 성대한 행사가 열렸지요.

러시아는 북아시아 전체와 동유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하는 나라로, 소련(러시아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을 구성했던 공화국 중 하나였어요. 1991년 12월 31일 소련이 공식 해체되고 독립국가연합(CIS)을 결성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어요. 이 거대한 나라를 대표하는 역사적인 장소는 바로 수도 모스크바의 중심에 자리한 크렘린 궁전과 붉은 광장이에요. 러시아의 역사 자체라고도 불리죠.

크렘린은 모스크바 강가 언덕에 말뚝을 잇달아 박아 만든 울타리로 요새를 세운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이후 모스크바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튼튼한 성벽과 여러 건물이 들어서며 오늘날의 모습에 가깝게 다시 지어졌어요. 러시아의 건축가는 물론 유럽에서 불러들인 건축가들의 손길을 거치며,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성당과 궁전, 탑 등이 조화를 이루며 세워졌답니다.

크렘린은 모스크바 강을 따라 삼각형 모양의 땅 위에 견고한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어요. 성벽 안쪽에는 소보르나야 광장 주변으로 주요한 건물들이 모여 있지요. 황금색 양파 모양의 지붕이 눈에 띄는 우스펜스키 대성당은 러시아의 전통과 르네상스 교회 건축이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어요. 러시아 정교회의 핵심인 이곳에서 차르의 대관식을 비롯한 국가의 주요 행사가 이뤄졌죠. 우스펜스키 대성당과 마주 보는 그라노비타야 궁전은 평범한 겉모습과는 달리 실내가 무척 화려하게 꾸며져 있어요. 특히, 외국 사절이나 대사를 맞이하던 장소는 바닥 전체가 황금으로 깔려 있어요.

이외에도 크렘린에는 80m가 넘는 높이의 종탑인 이반 대제의 종루가 있는데, 외적이 침입하면 21개의 종이 일제히 울렸다고 해요. 또한 러시아 대통령이 나랏일을 보던 대통령 궁도 크렘린 안에 있었답니다.

크렘린 성벽 동쪽에는 드넓은 '붉은 광장'이 이어져 있어요. 다갈색의 돌이 깔린 붉은 광장은 원래 아름답다는 뜻의 '크라스나야' 광장으로 불렸다고 해요. 이 광장에선 차르의 선언이 이뤄지고 정치범과 흉악범이 처형되었으며, 전쟁터로 떠나는 군사들이 행진했죠. 현재도 메이데이(노동절), 혁명 기념일과 같은 중요한 행사가 열리고 있어요.

붉은 광장 주변에는 러시아 최초의 백화점인 굼 백화점, 레닌 영묘, 화려한 색으로 꾸며진 성 바실리 대성당, 러시아 국립 역사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어요. 유네스코는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크렘린 궁전과 붉은 광장을 1990년에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했어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전과 붉은 광장을 보면,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옛날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지 않나요?


[1분 상식] 러시아 전승 기념일은 어떤 날인가요?

전승 기념일이란 나치 독일을 물리치고 대조국 전쟁(러시아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부르는 말)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에요. 영국, 프랑스 등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에 속한 서유럽 국가에서는 독일이 연합군에 공식 항복한 5월 8일을 '유럽 승리의 날'로 기념하고 있어요. 하지만 러시아는 히틀러의 후계자로 지명된 칼 되니츠 제독이 스탈린의 요청에 의해 소련군이 점령한 베를린에서 항복 서명을 한 5월 9일을 전승 기념일로 정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