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세상을 바꾼 리더] 부모 자식 간 닮음… 완두콩 이용해 유전 법칙으로 밝혀내다
[67] 그레고어 멘델
- ▲ 유전 법칙을 발견해 21세기 생명과학에 큰 영향을 끼친 ‘유전학의 아버지’ 멘델의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자식들은 왜 부모의 특징을 닮을까요? 이렇게 어버이가 가진 특성이 자식 세대에 전해지는 현상을 바로 '유전'이라고 해요. 유전에 대한 법칙을 밝힌 사람이 있으니, 바로 그레고어 멘델(1822~1884)이에요.
멘델은 자연이 아름다운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어요. 이 때문에 그는 계절에 따라 산과 들에 피는 수많은 꽃과 주위의 온갖 동물에 관심을 가졌어요. 훗날 그는 신학을 공부해 신부가 됐는데, 물리학과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그중 멘델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는 바로 유전학이었어요. 당시 생물학자들은 유전의 원인에 대해 범생설과 혼합 유전설을 믿었어요. 범생설은 몸속 세포가 '제뮬(gemmule)'이라는 작은 입자를 만들어 유전 가능한 형질을 자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고, 혼합 유전설은 유전 물질이 액체처럼 섞여서 전달된다는 학설이에요. 즉 아빠와 엄마의 형질이 정확히 반반씩 섞여서 자식에게 유전된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멘델은 이런 주장에 의문을 품고 실험을 통해 증명해 보기로 했어요. 그가 실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완두'였어요. 완두는 싸고 재배가 쉽고 번식력이 좋죠. 게다가 '녹색'과 '노란색' 이외의 다른 형질, 즉 중간 형질이 나타나지 않는, 대립 형질이 뚜렷한 식물이었어요.
당시 멘델은 유전자나 염색체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눈으로 관찰이 가능한 형질을 일곱 가지로 분류했어요. 그리고 순종을 얻기 위해 실험을 시작했어요. 먼저 둥근 완두콩을 심고, 그것이 자라서 꽃이 피면 꽃을 봉지로 감싸 다른 형질의 꽃가루가 닿는 것을 막았어요. 그다음 완두가 자라면 그중 둥근 씨앗만 골라내서 다시 심었죠. 이걸 반복하여 둥근 모양만 열리는 완두콩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것이 바로 순종이에요. 같은 방법으로 녹색 완두와 노란색 완두 순종을 얻었어요.
멘델은 순종끼리 교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연구했어요. 그래서 노란색 완두의 순종과 녹색 완두의 순종을 교배했죠. 그랬더니 노란색 완두콩만 나왔어요. 언제나 노란색 완두만 나온다는 건 녹색 완두는 자손의 형질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뜻이죠. 결국 부모의 형질은 자손에게 섞여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월한 형질, 즉 우성만 나타나는 것이죠. 우성과 열성을 조합하면 우성만 드러난다는 '우열의 법칙'이 발견된 역사적인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의문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어요. 자손에게 전해지지 않은 열성의 존재가 궁금했던 멘델은 노란색 완두와 녹색 완두에서 나온 잡종 1세대의 노란색 완두콩을 다시 밭에 심었어요. 그리고 잡종 1세대 끼리 다시 교배했죠. 놀랍게도 잡종 2세대에선 노란색과 녹색 완두가 섞여 나왔어요. 수많은 실험 끝에 멘델은 결국 잡종 1세대의 완두를 교배하면 2세대에서는 우성과 열성의 비율이 3대1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이것이 멘델의 두 번째 유전 법칙인 '분리의 법칙'이에요.
마지막으로 완두콩의 색깔과 완두콩의 형태라고 하는 두 가지 형질이 있다면, 우열의 법칙과 분리의 법칙을 각각 지키면서 독립적으로 유전된다는 것을 알아내요. 이것이 바로 세 번째 유전 법칙인 '독립의 법칙'이랍니다. 8년 동안 무려 3만 그루가 넘는 완두콩을 심어 연구한 멘델은 그동안 연구한 것을 토대로 '식물의 잡종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했어요. 이 논문은 그가 죽고 나서 1900년이 되어서야 학계로부터 재조명됐어요. 그리고 멘델의 유전 법칙이 재발견된 이후 유전학은 급속도로 발전하였답니다.
[1분 상식] 멘델은 기상학자로도 유명했다는데 사실인가요?
멘델은 유전학뿐만 아니라 기상학에도 상당한 권위자였어요.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의 기상학 협회 회원이었고, 수도원에서 생활할 때는 매일 기온, 강수량, 기압 등의 수치를 기록하고 분석했어요. 멘델은 분석한 기록을 그래프로 알기 쉽게 요약했는데, 당시 이런 방식은 매우 획기적이었어요. 멘델은 신문에 매일 기상 정보를 기고하고, 토네이도의 원인을 밝히는 논문까지 발표할 정도로 기상학에 관심이 많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