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키즈

[엄마와 함께 하는 명화 색칠공부] 흰색·갈색·파란색… 모두 '살색' 될 수 있어요

입력 : 2015.05.28 03:07
사람의 몸은 정말 아름답지 않니? 젖살이 통통하게 오른 아기의 몸은 말할 것도 없이 예쁘고, 아기를 가진 임신부의 불룩 나온 배도 마찬가지지. 건강하고 튼튼한 청년의 몸이나, 군살 없이 탄탄하고 미끈한 여인의 몸도 참 아름답구나. 그래서 그런지 서양 미술의 역사 속에는 인체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그림이 참 많단다. 물론 다 벗은 몸을 보는 일은 좀 부끄럽긴 하지. 그래서 현실의 인물이 아닌 신화 속 주인공들을 모델로 그린 것이 대부분이란다.

스페인의 궁정 화가였던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이 그림도 아름다움의 여신인 비너스와 사랑의 신이라는 큐피드를 주인공으로 그렸어.

디에고 벨라스케스 '비너스의 화장'.
디에고 벨라스케스 '비너스의 화장'.
스스로 아름다움에 취한 비너스가 자신의 모습이 비친 거울을 보는 그림이지. 원래 궁정 화가들은 왕실 사람들과 함께 궁전에 살면서 왕의 초상화나 왕실의 중요한 사건을 담은 기록화 같은 그림을 그렸는데, 과거 우리나라에도 왕이 다스리던 시절에는 왕실 소속 화가들이 있었어. 그런데 왕실 화가였던 벨라스케스가 왜 신화 속 주인공을 그렸을까?

이 그림을 그린 시기는 서양 문화가 화려하게 꽃피었던 르네상스 후반기였는데, 고대 로마의 찬란한 유산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문화를 이끌었던 나라는 이탈리아였어. 훌륭한 선진 기술과 문화를 배우기 위해 유학을 가는 것처럼, 그때에도 많은 사람이 이탈리아로 몰려갔대. 벨라스케스 역시 왕실의 허락을 받고 더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몇 차례 이탈리아로 가서 약2년 정도 머물며 새로운 그림과 문화를 배웠지.

'비너스의 화장'은 바로 그 시기에 고대 로마 문화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했던 신화 속 인물을 그린 작품이란다. 재미있는 점은, 그동안 여신은 대부분 몸이 넉넉하고 풍성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데 반해, 벨라스케스가 그린 비너스는 굉장히 날씬해졌다는 사실이야. 아마 그때부터 아름다움의 기준이 좀 바뀌었나 봐.

마우리시우 지소우자의 '모니카의 화장'.
마우리시우 지소우자의 '모니카의 화장'.
사람의 몸을 색칠할 때는 일단 편견을 좀 버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를 보면 '살구색'이라고 표기된 것이 있지? 물론 많은 사람의 피부색이 그 '살구색'에 가깝긴 하지만, 인종과 개인 차에 따라 살의 색깔은 정말 엄청나게 많단다. 원작의 그림을 찾아보면 비너스와 큐피드는 아주 밝은 빛이 나는 피부를 가지고 있어. 비너스보다 큐피드의 몸이 좀 더 붉은 느낌도 날거야. 그러니까 흰색, 살구색, 갈색, 고동색, 파란색, 초록색, 빨간색, 분홍색이 모두 다 '살색'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색칠해보렴.

황록주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