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교과서 여행] 국내 최대 규모의 신비로운 이끼원… 열매가 부채 닮은 희귀 나무도 있대요

입력 : 2015.05.27 03:13

[119] 곤지암 화담숲

숲은 푸른 신록의 계절에 가면 더없이 좋아요. 오늘은 화담숲으로 떠나볼까 해요. 화담숲은 정답게 주고받는 말이라는 뜻인 화담(和談)에서 따왔어요. 즉, 화담숲은 숲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는 곳이죠.

화담숲은 경기도 곤지암리조트 옆길로 조금 올라가면 있어요. 돌판에 새겨진 화담숲이라는 이름표 옆으로 커다란 단풍나무 한 그루가 사람들을 맞이하죠. 이 단풍나무의 나이는 무려 이백 살. 전라도의 한 도로공사 현장에서 옮겨온 것인데 캐는 데만 이틀이 걸렸다고 해요. 보통 수목원은 평지에 있는데 이곳은 산을 그대로 활용했어요. 아래에서부터 전망대까지 저마다 생태 조건에 맞는 나무와 화초가 자라고 있어 숲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죠. 산이어서 오르락내리락 조금 힘든 길이 아닐까 싶지만, 길이 조성돼 있어 누구나 쉽게 산책을 즐길 수 있어요.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만든 생태수목원이에요. 입구에서 정상까지 가는 모노레일의 모습.
화담숲은 LG상록재단이 만든 생태수목원이에요. 입구에서 정상까지 가는 모노레일의 모습. /김승완 기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원앙새 40여 마리가 노니는 원앙호수를 지나 조금 올라가면 오래된 나무 아래로 이끼가 가득한 숲이 나와요. 넓은 숲을 가득 메운 이끼를 보니 마치 원시림에라도 들어선 듯 신비로운 느낌이 들죠. 이끼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에요. 이곳에는 솔이끼, 돌솔이끼, 비꼬리이끼, 서리이끼 등 30여 종의 이끼가 약 3천 평 규모에서 자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이끼원이라고 해요.

드라마에도 나와 유명한 '약속의 다리'를 지나 숲길을 조금 더 올라가면 물레방아를 만날 수 있어요.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힘으로 만들어진 전기로 스마트폰을 충전시킬 수도 있죠. 그리고 자작나무 숲을 지나면 미선나무가 있어요.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나무죠. 미선이란 임금을 위해 부치던 부채를 말하는데, 미선나무의 열매가 그것과 닮은 데서 이름 지어졌어요.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봄철 식탁에 오르는 곰취나물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먹으면 안 되는 동의나물도 볼 수 있어요. 이뿐만이 아니에요. 이곳의 식물은 총 4300여 종이나 되거든요. 숲의 천이 과정, 씨앗과 열매가 퍼지는 과정,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의 차이점 등을 보면서 재미있게 공부도 할 수 있어요.

화담숲에서 만날 수 있는 연리지 사진
화담숲에서 만날 수 있는 연리지. /화담숲 제공

화담숲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나무가 있는데, 바로 연리지예요. 연리지란 각각 뿌리가 다른 나무가 엉켜 자라면서 마치 한 나무처럼 자라는 것을 말해요. 화담숲 연리지는 각각 서 있던 두 그루의 버드나무가 어느 날 한 나무로 자란 것이에요.

길을 따라 천천히 둘러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정도. 물론 어떻게 얼마나 보느냐에 따라 그 시간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이곳은 무려 41만 평이나 되거든요. 우리나라 자생식물과 외국에서 들여온 식물들이 자라는 이곳에는 이끼원을 비롯해 철쭉·진달래원, 반딧불이원, 암석원, 수국원, 단풍나무원, 특이형태나무원, 추억의정원 등 현재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진 17개 테마원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수목원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계절에 가도 좋다는 것이에요. 봄이면 새순이 돋고 봄꽃이 피어나서 좋고, 여름에는 수목이 우거져서 좋고, 가을엔 단풍이 아름다워 좋죠. 식물들은 저마다 날마다 다른 색깔로 피어나기 때문에 똑같은 곳에 가도 숲은 언제나 다른 모습으로 맞아준답니다.

[1분 상식] 이끼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끼가 지구에 등장한 것은 약 41억년 전부터라고 해요. 나무나 풀보다 먼저 태어난 것이죠. 생명력이 강한 이끼는 바위 면을 쪼개 토양을 만들어 다른 식물들이 살 수 있도록 도와요. 이끼는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 잘 자라죠.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고 건조하면 말라죽을 수 있어요. 건조한 상태에서 풀 죽는 이끼는 비가 오고 습기가 차면 다시 살아나요. 이끼는 빛이 적은 곳에서 살기 때문에 나침반 역할도 해요. 이끼가 잘 자라는 쪽이 북쪽이 되는 셈이죠.

 

 

임후남·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