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당신은 인간입니까, 늑대입니까

입력 : 2015.05.27 03:09

[68]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정글북'

늑대 손에 길러진 인간 모글리
수년간 동물들과 살아가며 사냥법·언어 등 정글의 법칙 배워
호랑이 죽이고 인간 마을로 갔지만 행동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요

‘정글북’을 비롯해 많은 단편소설을 남긴 영국의 소설가 겸 시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모습이에요. 그는 190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어요(왼쪽). 1894년 출간된 정글북 초판 표지예요(오른쪽).
‘정글북’을 비롯해 많은 단편소설을 남긴 영국의 소설가 겸 시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모습이에요. 그는 190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어요(왼쪽). 1894년 출간된 정글북 초판 표지예요(오른쪽). /위키피디아

로마 건국신화의 두 주인공 '로물루스'와 '레무스'. 1920년 인도에서 발견된 '카밀라'와 '아밀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어린 시절 늑대의 품에서 자랐다는 것이죠. 쌍둥이 형제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태어나자마자 광주리에 담겨 강물에 버려져요. 그리고 늑대의 젖을 먹고 보살핌을 받다가 양치기에게 발견됐고,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 이후 로마를 건국하게 되죠. 한편 카밀라와 아밀라는 인도의 숲 속 깊은 동굴에서 늑대들과 함께 발견됐어요. 이들은 네 발로 걷고, 혀로 음식을 핥아먹었으며, 밤이 되면 허공을 향해 울부짖었다고 해요. 하지만 카밀라와 아밀라는 인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질병으로 죽고 말아요.

이들처럼 늑대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가 등장하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어요. 영국 작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이 1894년에 발표한 소설 '정글북'이죠. 이 소설은 원래 7개의 단편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세 개가 모글리의 이야기입니다. 모글리 이야기는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서 더욱 유명해졌죠. 그럼 모글리를 함께 만나볼까요?

어느 날 늑대 부부는 동굴 깊은 곳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늑대 부부는 아이에게 개구리라는 뜻의 '모글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새끼 늑대들 사이에서 키우지요. 모글리는 갈색곰 발루에게 정글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사냥하는 법, 숲과 물의 법칙, 정글에서 사는 법을 배웠어요. 10년 정도 흐르자 모글리는 나무늘보처럼 나무줄기에 매달리고 원숭이처럼 나뭇가지 사이를 건널 수 있었어요.

모글리는 동물들과 함께 먹고 자며 사냥감을 몰아주었고, 동물들의 발에서 가시를 빼주기도 했어요. 모글리는 똑똑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빠르게 익혔어요. 하지만 정글은 모글리에게 안전하지만은 않았어요. 아기였던 모글리를 사냥하려다 실패한 호랑이 시어칸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거든요.

"우리가 처리해야 할 놈은 바로 저 사람의 아이란 말이다! 저 녀석은 처음부터 내 사냥감이었어. 더는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 나에게 다오. 저건 사람이야. 늑대가 아니라고! 사람의 아이가 정글의 동물들과 함께 살 수는 없어. 나에게 넘겨!"

시간이 지나면서 시어칸처럼 모글리를 위협하는 동물들은 점점 늘어났어요. 정글에서 더는 살 수 없게 된 모글리는 불을 이용해 자신을 위협하는 동물들을 없애고 마을로 내려오지요.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 호랑이에게 물려간 메수아의 아들과 비슷하게 생긴 모글리에게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요. 하지만 모글리는 방에서 잠드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고, 옷을 입는 것도 불편했어요. 게다가 돈을 사용할 줄도 몰랐고, 계급 차이도 이해하지 못했죠. 동물들과 대화하고 호랑이 가죽을 거침없이 벗겨 내는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모글리가 낯설고 무서웠어요. 그래서 쫓아내기로 결정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병익

"못된 마법사! 늑대의 자식! 정글로 돌아가라! 어서 총을 쏴! 어서 썩 물러가라!"

모글리는 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보다 언어 습득력이 뛰어났고, 손을 이용할 줄 알았어요. 하지만 동물들 사이에서 늑대들의 방식으로 키워졌죠. 타고난 본성은 인간이지만 동물의 양육 방식으로 키워진 모글리는 정글에서도 인간사회에서도 이방인이 되고 말아요.



# 이야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남겼어요. 이 말은 인간은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며 사는 존재라는 뜻이죠.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으며 사회를 이루고 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해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도리나 바람직한 행동 기준이 필요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관습, 도덕과 법 등 규범을 만들어놓고 이를 지키며 살아가지요.


정글의 동물들도 나름대로 법칙을 만들어 놓고 따르며 지냈어요. 서로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고, 어른 늑대는 새끼 늑대가 혼자 사냥에 성공할 때까지는 새끼를 보호했으며, 만일 새끼를 해칠 경우 어른 늑대는 죽임을 당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재미로 사냥하지 않았고, 잘못했을 때는 즉시 벌을 받았어요.

하지만 '정글북'에 비친 인간 사회는 정글보다 훨씬 더 복잡했어요. 돈의 가치와 도구 사용법 등 배워야 할 것이 많았지요. 그리고 계급을 나누어 차별하기도 했어요. 계급을 몰랐던 모글리는 낮은 계급이었던 옹기 장수를 도와주었다가 혼이 났어요. 또한 불데오 노인처럼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남을 속이기도 하고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봤어요. 동물 사회와 인간 사회를 비교해 보여줌으로써 작가 키플링은 인간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성찰을 하도록 돕고 있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모글리는 인간의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늑대들 속에서 정글의 법칙을 배우며 살았어요. 모글리는 인간 사회와 정글 중 어느 곳에서 살아야 할까요? 어느 곳에서 사는 것이 행복할까요? 생각해봅시다.

박주영·한우리독서토론논술 선임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