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법 이야기] 부적절한 이유의 국적 포기… 국민 자격 돌려받기 힘들 수 있답니다

입력 : 2015.05.26 03:07

여러분은 가수 유승준을 아나요? 1990년대 가요계를 주름잡던 댄스가수였죠. 군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그가 최근 인터넷 생방송에 나와서 논란이 되고 있어요. 그가 입대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돌연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서 입국 금지를 당한 것이 벌써 13년 전이에요. 그는 방송을 통해 '당시의 결정을 후회한다'며 눈물을 흘렸지만, 대중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기만 해요.

유승준은 본래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였어요. 쉽게 말해 미국 영주권자는 아직 미국 국적을 취득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 거주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죠. 당연히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해요.

90년대 인기 가수였던 유승준은 지난 2002년 입대를 3개월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얻으며 병역 기피 의혹에 휩싸여 논란을 일으켰어요. 이에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거해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했고, 현재까지 풀리지 않은 상황이에요.
90년대 인기 가수였던 유승준은 지난 2002년 입대를 3개월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얻으며 병역 기피 의혹에 휩싸여 논란을 일으켰어요. 이에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 11조에 의거해 유승준의 입국을 금지했고, 현재까지 풀리지 않은 상황이에요. /뉴시스

유씨 역시 입영 대상자로 분류돼 신체검사를 받고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아 입대를 앞둔 상황이었어요. 한편 시민권자는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어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적용되는 병역의무 대상이 아니에요. 유승준은 2002년 1월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고, 곧이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에 대한민국국적상실신고서를 제출했어요. 그는 평소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청년으로 병역의무 이행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의 미국 국적 취득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상당했죠.

미국인이 된 그는 곧바로 공연 및 음반 출판 등을 목적으로 대한민국에 들어올 수 있는 비자(입국사증)를 신청했어요. 하지만 법무부는 2002년 2월 2일 병무청장의 입국 금지 요청을 받아 그에게 입국금지 조처를 내렸어요. 관련 법은 출입국관리법입니다. 이 법 11조 1항 3호는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4호에 따르면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입국을 금지하도록 정하고 있어요.

정부가 입국을 금지한 것은 그의 미국 국적 취득이 다분히 병역 기피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요.

입국 금지로 인해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수 활동 등 상업적 활동을 할 수 없어요. 일부 언론에서 유씨의 입국 금지가 풀릴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자 법무부는 '입국 금지 해제에 대해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13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입국 금지를 해제할 만한 새로운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죠.

유씨는 또한 인터뷰에서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어요. 과연 가능할까요. 국적법 9조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법무부 장관의 국적 회복 허가를 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되어 있어요.

유씨는 이 조항에 따라 국적 회복 허가를 신청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법은 일정한 사유에 해당할 경우 국적 회복을 허가하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나 사회에 위해를 끼친 사실이 있는 자, 품행이 단정하지 못한 자와 더불어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자가 포함돼 있어요. 따라서 정부가 그의 국적 상실이 병역 기피 목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면 유씨가 국적 회복을 신청해도 회복이 불가능할 겁니다. 법무부 역시 입국 금지 해제와 더불어 국적 회복에 대해서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눈물의 기자회견에도 그의 소원은 적어도 당분간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 같네요. 대중은 스타를 사랑하지만, 그 스타가 기대를 저버리면 무섭게 돌아서 버려요. 법 또한 다르지 않죠. 사람들의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 법이니까요.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