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책으로 보는 세상]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사회가 있다면?
입력 : 2015.05.20 03:07
[67]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스크린 영상만 허용된 도시에서 책 태우는 게 직업인 주인공
일에 긍지 느끼며 살다 죽음 불사하며 책 지키는 노파 보며 자신의 행동에 의문 품게 돼
여러분은 평소 책을 얼마나 자주 읽나요? 작년 7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평균적으로 일 년에 11.2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요. 한 달에 한 권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죠. 대부분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다른 미디어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책을 읽지 않는 이유가 바쁘기 때문만은 아닌 듯해요.
20세기에 들어서며 라디오, TV, 영화처럼 음성이나 영상을 전달하는 대중매체가 책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지금은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복합매체까지 등장하면서 책보다 스크린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미국의 사회평론가 댄 블룸은 이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에 매달린 젊은이들을 '스크린 에이저(screen ager)'라 이름 지었죠.
20세기에 들어서며 라디오, TV, 영화처럼 음성이나 영상을 전달하는 대중매체가 책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지금은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복합매체까지 등장하면서 책보다 스크린을 마주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미국의 사회평론가 댄 블룸은 이처럼 컴퓨터와 인터넷에 매달린 젊은이들을 '스크린 에이저(screen ager)'라 이름 지었죠.
- ▲ /그림=이병익
주인공 몬태그의 직업은 방화수(放火手)예요. 이전 시대에는 소방수라고 부르던 직업이지만, 모든 건물에 화재 안전장치가 설치되고 난 후에는 더는 소방수가 필요 없어졌죠. 대신 방화수들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불온 책자들을 불태우는 일을 해요. 거의 모든 책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방화수들은 책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출동해 책을 태워버리죠. 때로는 끝까지 책을 읽겠다고 고집하는 이들을 책과 함께 불태워버리기도 해요. 몬태그는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갖고 일하는 모범시민이었어요. 몬태그의 이야기를 살짝 들어볼까요?
"보람 있는 일이죠. 월요일에는 밀레이를, 수요일에는 휘트먼을, 금요일에는 포크너를 재가 될 때까지 불태우자. 그리고 그 재도 다시 태우자. 우리의 공식 슬로건이죠."
이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데도 시민은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아요. 그들은 집 안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영상에 빠져 지내고 '귀마개 라디오'로 언제 어디서나 방송을 들을 수 있죠.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예요.
- ▲ ‘화씨 451’의 저자 레이 브래드버리의 모습이에요. 생전에 그는 공상과학소설의 대가로 불렸죠. /위키피디아
몬태그는 반사회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 소녀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에 의문을 품게 되죠. 또 책을 태우러 출동한 현장에서 끝까지 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저항하던 노파가 책과 함께 삶을 마감하는 것을 목격한 다음부터 책에 대한 호기심까지 생겨납니다. 이를 눈치 챈 방화서장은 몬태그에게 이렇게 경고해요.
"몬태그, 이거 하나만은 명심해 두게.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 행운아야. 자네와 나 그리고 우리 전부가. 우린 지금 아주 미미한 흐름, 헷갈리는 이론이나 사상으로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자들의 흐름과 대면하고 있어. 우리 손가락을 제방에다 집어넣어 그 흐름을 막아야 해. 그 침울하고 황량한 철학의 물길이 우리 세계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말이야."
#이야기
역사적으로 책을 금지한 사례가 여럿 있어요. 그중에서도 중국 최초의 통일제국이었던 진나라의 분서갱유가 대표적이죠. 전국시대 한나라 출신의 사상가 한비는 '한비자'라는 책에서 혼란스러운 세상을 다스리기 위한 방법으로 강력한 법치를 주장하며 백성의 악한 행동뿐만 아니라 말과 생각까지도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진나라의 승상이었던 이사는 이보다 한 술 더 떠 책을 불태워버리자고 주장해요.
이사의 주장에 따라 진나라에서는 책을 불태우고 학자를 땅에 묻는 야만적인 사건이 일어나요. 전쟁터로 변해버린 중원을 통일하고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정책을 펴지만 이러한 평화와 안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화씨 451'에 그려진 세상도 겉으로 보면 모두가 고민 없이 즐겁게 사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아무런 고민도 생각도 없이 쾌락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것이 과연 인간다운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요?
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생활하면서 책은 적게 읽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머지않아 우리 사회도 이렇게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이러한 상황에서 몬태그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책은 모두 불타 없어지고 마는 것일까요?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며 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바라요.
[함께 생각해봐요]
작품 속 등장인물인 파버는 "좋은 책들은 삶의 진실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생각할 여유를 갖게 하고 배움을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한다"고 말해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좋은 책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생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