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탈북 교사의 북한학교 이야기] '김정은 세 살때 총 쏴'… 북한 교과서엔 수령 우상화한 내용 가득해요
한때 북한 교과목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어요. 김정은 우상화 과목 때문이었죠. 교과서의 내용은 그야말로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들이었어요. 3세 때 김정은이 총을 쏘고 9세 때는 3초 내에 10발을 모두 명중시켰으며 6세 때는 승마를 배워 기마수보다 말을 잘 탔고, 8세 때는 승용차로 비포장도로를 질주했다는 황당한 내용이었어요. 또 시속 200㎞의 초고속 배를 몰아 외국 전문가와의 경주에서 이겼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코웃음을 칠 내용이죠.
그러면 북한에서는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교과서로 만들어 아이들에게 가르칠까요? 그것은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공산주의적 인간의 모범이기 때문이에요. 사상이나 도덕, 재능이나 지혜 등 모든 면에서 반드시 따라 배워야 할 신적인 존재지요. 그러니 북한 주민에게 김정은이 어려서부터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비범한 인간이라는 걸 인식시켜야 해요. 그 방법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것이지요.
- ▲ 북한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예요. 북한에서는 국어, 수학, 체육 외에도 김일성, 김정은 등 최고지도자의 품성이나 업적을 우상화한 교과목을 배워요.
이 기회에 북한 교과목에 대해 좀 더 살펴볼까 해요. 북한 초등학교에서는 우리처럼 국어, 수학, 영어, 컴퓨터, 음악, 체육, 도화 공작과 같은 교과목이 있어요. 그리고 사회주의도덕, 위생독본이라는 과목이 추가로 있죠. 여기서 도화 공작은 그리기 및 만들기 과목이고, 위생독본이란 위생에 대해 가르치는 과목이랍니다. 사회주의도덕이란 공중도덕을 다루는 과목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남한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과목도 있죠. 바로 앞에서 언급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배우는 과목이에요. 거기에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을 배우기도 해요. 그러면 이 과목들에서는 무엇을 가르칠까요? 이들의 가정 환경, 출생, 성장 과정, 업적, 인성 등 다양한 면이에요. 이 과목은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다 배워요. 그리고 이 과목들은 기말고사, 졸업 시험, 입학 시험에 빠지지 않아요.
우리 예상과 달리 북한에서도 영어를 배워요.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며 초·중등 의무교육 기간을 11년에서 12년으로 늘리고 영어와 컴퓨터 교육을 강화했어요. 컴퓨터 과목은 지역별, 학교별 조건에 따라 수업 방식이 서로 달라요. 평양의 일부 이름난 학교를 제외하고 지방에서는 대체로 컴퓨터가 부족하고 정전이 자주 되기 때문에 직접 컴퓨터를 다루질 않고 대부분 칠판을 통해서만 배워요. 교과서 내용도 우리와 달라요. 제일 차이가 나는 과목이 역사예요.
다루는 주제는 비슷하지만, 그 주제를 다루는 내용이 전혀 달라요. 북한에서는 개인에 대한 우상화를 절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를 한국처럼 구체적으로 가르치지 않아요.
예를 들어 볼게요. 역사적 인물인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실패한 사례로 가르쳐요. 실패의 원인으로 위대한 수령의 지도를 받지 못했다는 점, 개인적 테러의 방법으로 나라를 구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강조해요. 그리고 김옥균 등이 일으킨 갑신정변도 수령을 모시지 못했기 때문에, 혁명적 당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정변 주도자들이 가난한 인민이 아니라 봉건지배 계급이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으로 가르쳐요. 또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 비하하는 표현도 서슴지 않아요.
이렇듯 북한의 교과목은 수령에 대한 우상화,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일 때가 잦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