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교과서 여행] 5층 석탑만 남았지만… 1400점 넘는 유물 발견된 백제 왕궁 터였대요
[118] 익산 왕궁리 유적지
최근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백제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에 오를 만하다고 평가했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어요. 이에 따라 다음 달 말부터 7월 초까지 독일에서 열리는 제39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가능성이 커졌죠.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우리나라는 총 12건의 세계유산을 갖게 돼요.
백제역사유적지구는 익산 왕궁리 유적, 익산 미륵사지, 공주 공산성, 공주 송산리 고분군, 부여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부여 정림사지 등 8곳을 말해요. 백제가 세워진 것은 기원전 18년. 멸망한 시기는 660년이에요. 이 긴 세월 동안 백제는 처음 위례성에 도읍지를 정한 이래 고구려에 수도를 빼앗기고 나서 웅진(현재 충남 공주)과 사비(현재 충남 부여)로 도읍지를 옮겼어요. 그래서 백제의 유적지는 서울, 부여, 공주에 많이 있죠. 그러다 제30대 무왕(600~641)이 익산으로 왕궁을 옮기려하면서 충청도에서 내려와 전라북도 익산에서도 유적을 볼 수있게 됐죠.
오늘 찾아갈 곳은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한 곳인 익산 왕궁리 유적이에요. 왕궁리라는 마을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옛날 백제 왕궁이 있던 마을이에요. 그러나 실제로 가보면 이곳에 과연 왕궁이 있었을까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어요. 왕궁이라고 하면 서울의 경복궁이나 창경궁을 생각하게 되는데 왕궁리에는 그럴듯한 궁의 모습을 한 건물이 없기 때문이죠.
- ▲ 최근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하나인 왕궁리 유적은 백제 왕실이 수도 사비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별궁 유적이죠. 사진은 왕궁리 유적에 남아 있는 왕궁리 5층 석탑의 모습이에요. /임후남 제공
왕궁리 유적지에 있던 건물들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졌어요. 안타깝게도 지금은 거의 사라진 상태죠.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 국보 제289호로 지정된 왕궁리 5층 석탑이랍니다. 이 석탑은 1965년에 보수를 위해 해체했는데, 그때 탑 안에서 사리장엄구와 사리병, 순금 금강경판 등이 나왔어요. 특히 사리장엄구는 백제의 예술미를 아주 잘 보여주는 것으로서 국보 제123호로 지정됐죠.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이 석탑은 넓은 벌판에 외롭게 서 있어요. 그런데 이 황량한 주변 벌판이 바로 백제 왕궁이 있던 곳이에요.
무왕 때 이곳에 궁궐을 지었다가 백제 말기를 전후해서 사찰이 들어섰다고 해요. 왕궁이었던 곳이 왜 사찰이 됐는지는 아직 학자들도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못했죠.
왕궁 터에서는 우리나라 고대 왕궁으로는 처음으로 왕이 일하던 정전, 정원, 금이나 동, 유리 제품을 만들어냈던 공방, 대형 화장실이 있었다는 흔적 등이 발견됐어요. 이를 통해 학자들은 왕을 비롯해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를 추측할 수 있었죠. 따라서 이곳 왕궁 터의 발견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에요. 그동안 알려진 백제 왕궁 관련 유적은 서울 풍납토성, 공주 공산성, 부여 관북리 유적 등인데, 익산 왕궁리 유적만 왕궁 터였음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상태예요. 이곳에서 나온 유물은 무려 1400점이 넘어요. 금이나 동, 유리를 세공하던 공방이 있었던 만큼 이곳에서는 금 제품을 비롯해 유리 제품을 만들었던 커다란 도가니, 흙으로 만든 다양한 그릇 등이 발견됐어요.
이런 유물들은 바로 옆에 있는 왕궁리 유적전시관에서 볼 수 있어요. 출토된 유물 중 300여 점을 전시하는 유적전시관에서는 유물뿐만 아니라 왕궁리 유적지의 모습, 이곳에 왕궁을 짓는 모습 등을 홀로그램을 통해 보여준답니다.
[1분 상식] 우리나라 세계유산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석굴암·불국사(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종묘(1995년), 창덕궁(1997년), 수원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조선왕릉(2009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2010년), 남한산성(2014년)이 우리나라에 있는 세계유산이에요.
세계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해야 할 뛰어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한 유산을 말해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이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기구 및 단체들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