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사진으로 보는 세계] 꽃·열매 속 오일 뽑아 자연의 향기 담아내다

입력 : 2015.05.11 03:38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그라스의 어느 가게 앞에 진열된 다양한 꽃잎 사진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그라스의 어느 가게 앞에 진열된 다양한 꽃잎. /한성필 사진작가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날려온 향기로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계절이에요. 이제 곧 가시덤불 울타리에선 새빨간 장미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겠죠. 이렇게 기분 좋은 향기를 맡을 때마다 어딘가 담아 두었다가 원할 때 조금씩 꺼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도 인간의 이러한 욕망을 담아 만든 향수가 아닐까 해요.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식물의 잎과 꽃, 줄기, 열매 등에 있는 오일을 뽑아내야 해요. 오른쪽 사진 속에 보이는 거대한 로봇과 비슷한 조형물은 식물에서 오일을 추출할 때 쓰는 기구입니다. 오일을 뽑는 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예전에 많이 쓰던 방법으로는 물을 끓여 그 증기를 꽃잎과 접촉하게 함으로써 오일이 녹아나도록 하는 것이었죠. 대개 향수의 원액인 에센셜 로즈 오일 1L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려 5t이 넘는 장미꽃잎이 필요하다고 하니, 향을 담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참으로 놀랍지요.

'향기의 도시'라는 프랑스 남부 작은 도시 그라스의 골목 곳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마른 꽃잎을 비롯해 향수와 향초 등 향을 파는 가게가 많아요. 그라스에서는 현재 1500여 가지의 원액을 만들며, 전 세계 향수 원액의 60~70%를 생산해내고 있다고 해요. 이렇게 외지고 작은 도시가 어떻게 세계 향수 산업의 중심지가 됐을까요? 중세 시대 그라스는 가죽을 씻고,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을 하는 가죽 가공업이 무척 번창했대요. 그러나 가죽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악취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죠. 이런 지독한 가죽 냄새를 중화하려고 고안해 낸 것이 바로 향료였어요. 특히 그라스 지역은 장미와 라벤더, 재스민 같은 식물을 재배하기 알맞은 기후였죠. 가죽 공업과 함께 꾸준히 발달한 그라스의 조향기술(향을 조합하는 기술)은 이후 프랑스 향수 산업을 이끌게 됐죠.

오일을 뽑아낼 때 쓰는 기구를 형상화한 조형물 사진
오일을 뽑아낼 때 쓰는 기구를 형상화한 조형물. /한성필 사진작가
향수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17세기에는 주로 몸에서 나는 악취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사용했다고 해요. 당시 사람들은 목욕할 때 열린 땀샘으로 병균이 파고든다고 믿었기 때문에 '살고 싶으면 목욕을 하지 마라'는 말이 유행했죠. 19세기 중엽에 이르러서는 화학적인 방법으로 합성 향료를 개발함에 따라 향수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어요. 그러나 기술이 발전한 지금까지도 천연향을 100% 재현할 수는 없다고 해요. 지역과 계절에 따라 같은 식물이라도 향의 강도나 향 성분별 농도가 달라지기 때문이지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여러분은 어떤 향기를 지닌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저는 저만의 향기로 기억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




사진=한성필(사진작가) |
글=김옥선(용인 백현중학교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