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미술관에 갔어요] 브라질 국민 캐릭터, 훈장님과 만났대요

입력 : 2015.05.08 03:06

[모니카와 떠나는 세계명화여행 展]

브라질 유명 만화 주인공 모니카, 명화 속에 들어가 새롭게 재탄생
그림 어려워하는 어린이 위해 원작 패러디한 작품 선보이며 각국 미술관 돌며 전시한답니다

우리에게 뽀로로와 둘리가 있다면, 브라질에는 모니카가 있어요. 어린이들이 모니카와 함께 자랐다고 할 만큼 브라질에서 유명한 만화 캐릭터죠. 모니카는 앞니 두 개가 토끼처럼 커다란 일곱 살 소녀예요. 힘이 세서 무거운 것을 척척 들어 올려요. 게다가 늘 즐거운 성격이라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답니다.

모니카의 아버지, 그러니까 모니카라는 캐릭터를 만든 사람은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 1935~)예요.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과 동화에 대한 관심이 컸고, 신문이나 잡지의 삽화를 그리는 것이 꿈이었대요.

마우리시우가 처음으로 그린 연재만화는 프랭클린과 강아지 블루의 모험 이야기였는데, 발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됐어요. 덕분에 마우리시우는 유명한 만화가가 됐죠. 후속으로 선보인 모니카와 친구들도 역시 대단히 성공적이었어요. 이제 브라질 사람들에게 모니카는 너무나 친근한 나머지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가 됐으니까요. 우리도 모니카를 목요일마다 신문은 선생님 키즈면에 연재되는 '엄마와 함께 하는 명화 색칠공부'를 통해서 만나고 있죠.

작품 1 -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모니카 비너스의 탄생〉1992년,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80 x 120㎝. 작품 2 -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아이스크림 니프티〉2005년,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105 x 90㎝. 작품 3 -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스승과 그의 제자들〉2015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43 x 119㎝.
작품 1 -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모니카 비너스의 탄생〉1992년,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80 x 120㎝. 작품 2 -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아이스크림 니프티〉2005년,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 105 x 90㎝. 작품 3 - 마우리시우 지 소우자〈스승과 그의 제자들〉2015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 143 x 119㎝.
마우리시우가 그린 만화 주인공들은 만화 속에서만 살지 않아요. 연극, 영화, 텔레비전, 인터넷, 테마 공원 등 그림과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죠. 이번에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모니카와 친구들이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세계의 명화에 들어간 장면들로 꾸며졌어요. 명화와 만화의 만남이지요. 원본이 있는 상태에서, 그 원본을 흉내 내어 다른 의미로 바꿔 놓는 것을 흔히'패러디'라고 불러요. 패러디는 원본에 대한 관심을 더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큰데요, 마우리시우는 어린이들이 그림 앞에서 괜스레 주눅이 들고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명화 패러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해요. 이 작업이 어느덧 30년 가까이 돼서, 이제는 전 세계 미술관을 거의 다 돌았다고 하네요.

먼저 작품 1을 볼까요? 인어로 변신한 모니카가 커다란 조개를 타고 나타났어요. 천사들이 입으로 바람을 불어 조개를 해변까지 밀어주네요. 이 그림의 원작은 이탈리아의 옛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탄생'이랍니다. 실제 그림 속에서는 아름다운 긴 머리카락으로 몸을 감싼 채 조개 위에서 수줍은 표정으로 서 있어요. 모니카의 표정도 약간 수줍어 보이지 않나요?

작품 2는 모니카의 친구 매기예요. 매기는 먹는 걸 좋아하고, 흰 고양이 바닐라를 아주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캐릭터예요. 먹보 매기는 이 그림 속에서도 혀로 입맛을 다시며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고 있군요. 원래의 그림은 이탈리아의 옛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바쿠스'입니다. 눈을 게슴츠레 뜬 바쿠스가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어 한 손으로 포도주 잔을 들어 술을 권하는 장면이지요.

마지막으로 보여 드릴 그림은 한국에 온 모니카와 친구들이랍니다. 작품 3을 보세요. 원작은 조선시대 김홍도가 그린 '서당'입니다. 마우리시우 자신이 서당의 훈장님으로 변신했네요. 책상 위에는 칸칸이 나뉜 만화 대본이 놓여 있고, 학생들도 같은 책을 보고 있어요. 한 꼬마가 꾸지람을 들었는지, 훈장님 앞에서 등을 돌린 채 훌쩍이고 있어요. 이 꼬마의 이름은 처크빌리인데, 자기는 만화 속에 통 등장시켜주지 않아서 우는 거래요.

만화의 주인공들은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이거나 엄청난 교육을 받은 수재가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 중 평범한 누군가와 닮은 사람이에요. 우리와 똑같이 엉뚱하고 실수도 잦고, 특이한 버릇도 가지고 있어요. 다만 캐릭터들은 나이를 먹지 않아요. 맨 처음에 사람들에게 소개됐던 그 나이로 평생을 지내거든요. 모니카도 1963년생이니까 어느덧 50이 넘었지만 물리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늘 일곱 살이랍니다.

오래된 만화 주인공들은 우리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아빠 엄마의 친구이기도 해요. 그래서 어른들도 캐릭터를 만나면 동심으로 돌아가지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추억 속 친구니까요.


문의: 경기도미술관 (031)481-7048

이주은 교수(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