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개념쏙쏙! 수학] 가로·세로·높이 몰라도 부피 알 수 있대요

입력 : 2015.05.07 03:07

순금 왕관 가리려던 아르키메데스
목욕하다 흘러넘친 물을 보고 부피 계산하는 새로운 방법 알아내
실생활 부피 재기 어려운 물건, 숨어있는 과학적 원리 이용해요

"어렸을 때는 욕조에 형이랑 같이 들어가서 신나게 물놀이하며 놀았는데, 지금은 혼자 들어가도 좁게 느껴지네요."

아빠와 함께 욕실에서 목욕하던 민준이가 말했어요.

"아빠도 대여섯 살에는 부모님과 방 한 칸에 살았어도 좁은 줄을 몰랐지. 지금은 몸이 8배 정도 커졌으니 다시 그 집에 가게 되면 방이 1/8로 좁게 느껴질 거야."

"지금 아빠 키가 180㎝잖아요? 그럼 1/8이면 아빠가 대여섯 살 때 키가 약 23㎝ 정도였다는 거예요?"

"그럴 리가 있겠니? 당시 아빠 키를 90㎝ 정도라고 놓고 말한 거야."

"그럼, 키가 지금은 2배 커졌으니까 전에 살던 방은 1/2로 작게 느껴지는 거 아닌가요?"

"그건 길이만 생각했을 때야. 자. 민준이 직육면체의 부피 구하는 공식 배운 적 있지?"

"네. 가로 길이×세로 길이×높이요."

"맞아. 만약 한 변의 길이가 2인 정육면체가 있다면 그 부피는 2×2×2=8이 되겠지? 그렇다면 한 변의 길이가 2배로 길어지면 부피는 얼마가 될까?"

"2의 2배면 4잖아요? 4를 세 번 곱하면 64가 되지요."

"그래. 길이가 2배가 되니 부피는 8배가 되었지? 이것은 어떤 물체가 그 모양 그대로 커진다고 할 때 길이가 2배가 되면 부피는 8배로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하지. 사람은 그 모습 그대로 커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아빠의 몸이 8배로 커졌다고 말한 거야. 집은 입체이기 때문에 그 안에 사는 우리도 길이가 아닌 부피로 생각해야 하는 거지."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창우

"그래서 제 몸도 이렇게 욕조에 꽉 차게 된 거군요. 그러고 보니 수학에 과학 원리가 숨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수학과 과학 얘기가 나왔으니, 그에 어울리는 인물인 아르키메데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그는 고대의 천재 수학자였는데 단순히 수학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과 과학을 연결해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발명품을 만들었어. 아르키메데스는 거대한 거울을 이용해 적의 배를 불태웠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건 빛의 특성을 파악하고 빛과 거울이 반사되는 각도를 정확히 계산했기 때문이지. 높은 곳으로 물을 퍼 올리는 나선 양수기 또한 물의 특성과 나선의 특징을 연결한 그의 발명품이지."

"우아. 정말 대단한 인물이네요."

"그런데 이런 천재 수학자도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 앞에서 쩔쩔맨 적이 있었어."

"정말요?"

"그것은 왕관이 순금으로 되어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문제였어. 아르키메데스는 이러한 왕의 명령을 받고 오랜 시간 큰 고민에 빠졌지. 민준이라면 어떤 방법을 썼겠니?"

"똑같은 무게의 순금과 크기를 비교해 볼 것 같은데요? 정말 순금으로만 만들었다면 재료의 양도 같을 것이고, 따라서 크기도 똑같을 테니까요."

"맞아. 물질마다 무게와 부피가 다르니까 만약 왕관에 불순물을 섞었다면 똑같은 무게의 순금과 크기를 비교했을 때 분명히 차이가 생기겠지? 당연히 아르키메데스도 이것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문제는 '어떻게 크기를 비교하는가?'였지. 민준이는 직육면체 외에 다른 도형의 부피를 구하는 방법을 알고 있니?"

"몇 가지 알고 있어요. 각기둥의 경우, 밑넓이×높이니깐 밑면의 넓이 구하는 방법만 알면 되잖아요. 그리고 각뿔은 같은 밑넓이를 가진 각기둥 부피의 1/3이라고 배웠어요."

"민준이가 많이 알고 있구나. 자, 그럼 우리 주변에 있는 물건 중 민준이가 아는 방법으로 부피를 구할 수 있는 물건은 몇 가지나 있는지 살펴볼래?"

"음. 화장지, 책, 그리고… 대부분 모양이 복잡해서 부피를 구하기 어렵네요."

"그래. 실생활 속에 있는 물건들은 그 모양이 수학책에 나오는 것처럼 정형화되어 있지 않아. 아르키메데스가 왕관을 볼 때도 마찬가지였을 거야. 물론 아르키메데스라면 왕관을 계산하기 좋은 모양으로 자르고 나서 하나씩 부피를 구해 더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

"그럼 아르키메데스는 그 문제를 어떻게 풀었나요?"

"만약 아르키메데스가 순수하게 수학만을 고집했다면 풀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과학적인 현상을 이용해 풀었어. 민준아, 만약 욕조에 물이 가득 차 있을 때, 네가 욕조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야 물이 넘쳐버리겠죠."

"그건 왜지?"

"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제가 들어가니 제 몸 크기만큼 물이 넘쳐흐르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래. 바로 그거야. 네가 몸을 완전히 잠기도록 했다면 흘러넘친 물의 부피는 네 몸의 부피와 같지. 물은 그릇에 담을 수 있는 특징이 있잖아? 그러니 쉽게 계산할 수 있는 정육면체나 원기둥 그릇에 물을 담는다면 네 몸의 부피를 계산할 수 있겠지?"

"아하! 그렇군요. 그렇게 하면 아무리 복잡한 모양의 물건이라도 부피를 잴 수 있겠네요."

"그래.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하다 자신의 몸 때문에 넘친 물을 보고 이 원리를 깨달았어. 그래서 같은 무게인 왕관과 순금의 부피를 비교해 왕관에 불순물이 섞여 있다는 것을 증명했지. 아르키메데스는 이 원리를 깨닫고 매우 기쁜 나머지 옷도 입지 않고 거리로 뛰어나갔다고 해. 알았다는 의미인 '유레카!'를 외치면서 말이야."

[함께 생각해봐요]

밑면이 가로 7㎝, 세로 10㎝인 직육면체 통에 높이 5㎝의 물이 차 있어요. 여기에 돌을 넣었더니 물의 높이가 8㎝가 되었다면 돌의 부피는 얼마일까요?

풀이: 돌이 들어온 다음 물의 높이가 3㎝ 높아졌으므로, 높아진 물의 부피는 7㎝×10㎝×3㎝ 즉, 210㎤가 됩니다. 돌을 넣은 다음 물의 부피에서 처음 물의 부피를 빼는 방법으로도 구할 수 있어요.


[관련 교과] 6학년 1학기 '여러 가지 입체 도형'

김은숙·어린이 수학 전문 저술가 |